미국은 왜 6.25전쟁에서 정보실패를 주장할까

2021-09-23 00:00:01 게재

워싱턴 군축회의가 있었던 1921년 이후 미국은 지구상 대부분 국가의 외교망을 감청했다. 회의에 참석한 각국의 입장을 통신망 감청을 통해 이미 모두 알았다. 이외에도 미드웨이 해전, 독일군의 소련 침공,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 주요 작전에 관한 주요 사항들을 미국은 감청을 통해 모두 파악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아이젠하워는 노르망디가 아니고 빠드 깔레로 상륙할 것처럼 상황을 조작했다. 히틀러로 하여금 연합군이 빠드 깔레로 상륙할 것처럼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아이젠하워는 히틀러가 연합군 상륙이 빠드 깔레 지역에서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감청을 통해서 확인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게 된 것도 감청을 통해 일본의 움직임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은 미군이 일본 본토에 상륙하는 경우 40만에 달하던 포로들을 사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같은 사실 등을 고려해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고 한다.

◆ 남침일 정하자, 미국 전쟁계획 관련부서 배포 = 1.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감청을 통해 확보한 결과가 비밀해제 되면서 이같은 사실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의 감청에 관한 책자들이 발간됐다. 그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특히 소련의 통신망을 철저히 감시했다. 소련에서 외국 대사관으로 나아가는 통신망은 집중 감청 대상이다. 외교망 이외에 미국은 6.25전쟁 직전에 북한군의 전술 통신망 또한 철저히 감청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6.25전쟁에 관해 정보 실패를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논리적으로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

예를 들면, 1950년 1월 30일 스탈린은 북한주재 소련대사 스티코프에게 김일성의 남침을 허용해줄 것이란 의미의 전문을 보낸다. 미국이 이 전문을 감청했음을 암시하는 현상이 하루가 지나지 않아 나타난다. 소련과 중국을 포함한 공산세력에 대항할 목적의 'NSC-68'이란 문서 작성을 트루먼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다. NSC-68은 그 후 20년 동안 그 존재 자체도 비밀로 간주되었던 특급 비밀문건이다. NSC-68에서는 소련과 중국의 위협에 대항해 미 국방비를 4~5배 이상 증액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증액을 가능하게 할 목적에서 공산세력과 미국이 장기간 동안 처절하게 싸워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미국은 북한의 남침을 사전에 파악하고 미국의 국방비 증액을 위해 철저히 활용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1950년 6월 16일 평양의 스티코프는 모스크바에 북한군 남침일자가 6월 25일 새벽이란 전문을 보낸다. 미국이 이 전문을 확인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 즉각 나타났다. 6월 16일 한국의 미 군사고문단장 대리인 화이트 대령에게 극동군사령부가 있는 일본 도쿄로 가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6월 18일부터 23일까지 도쿄에는 맥아더 사령관, 존슨 국방부장관, 브레들리 합참의장, 덜러스 국무장관 보좌관 등 미 국가안보 주요 인사들이 비밀회의를 했다. 당시 한반도 전쟁계획을 논의했을 것이다. 6월 19일에는 1949년 9월 당시 미국이 작성한 한반도전쟁계획 'SL-17'을 관련 부서에 배포한다. 극동군사령부에는 50부가 배포됐다.

◆"국방비 4~5배 증액위해 북한 남침 이용" = 6월 24일에는 보다 희한한 일이 여럿 벌어진다. 6월 중순부터 전선 육군부대 시찰을 하고 있던 유엔감시단이 전격 철수한다. 또 미 군사고문단과 한국군 고위급 인사들이 밤새도록 술을 마신다. 많은 병사들을 휴가를 내보낸다. 마치 한국군의 북침이 아니라는 알리바이를 만드는 듯했다.

주한미군 군사고문단 출신 도널드 니콜스에 따르면, 6.25전쟁에 관한 정보는 CIA 등 정보기구뿐 아니라 미 육군, 극동군사령부, 미 공군이 별도로 수집했다. 이들 정보는 북한군의 남침 동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들 정보를 맥아더 사령부와 워싱턴이 묵살했다. 이는 2017년에 발간된 "스파이들의 왕: 미국 스파이 달인에 의한 한국의 암흑시대(King of Spies: The Dark Reign of America's Spymaster in Korea)"란 제목의 책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미국이 6.25전쟁 발발에 관해 사전에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상당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정보실패를 주장한다. 정보기구의 중요성을 인지해 1947년 CIA 등 몇몇 정보기구를 설치한 후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던 미국이 6.25전쟁에 관해 지속적으로 정보실패를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권영근 박사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첫째는 미국이 국방예산을 4~5배 올리기 위해 북한군의 남침을 사전에 알았지만, 남침 이후 한반도 전쟁 참전을 통해 중공군과 한반도에서 장기간 동안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할 목적으로 남침을 이용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남침에 관해 모두 알고 있는 상태에서 6.25전쟁이 발발했으며, 6.25전쟁을 교묘히 이용했다고 말하면, 그 과정에서 수백만이 희생되었다고 말하면, 한국인들의 반발을 어떻게 감내할 수 있겠는가?

그는 또 "패권경쟁 측면에서 미군의 지속적인 한반도 주둔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남침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6.25전쟁에 미국이 대비했다고 말하면 주한미군 주둔이 가능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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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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