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증시 전망

헝다발 리스크 영향권 … 미 정치적 불확실성

2021-09-27 11:18:36 게재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

외국인 순매수 지속 여부

미 제조업지수·한국 수출

대내외 경제지표에 주목

이번 주 국내 증시는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는 헝다발 중국 리스크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인프라 법안 표결과 부채한도 협상 등 정치적 불확실성도 지속될 전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ISM(공급관리자협회) 제조업지수와 한국의 수출 등 대내외 주요 경제지표에 주목하고 지난 7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보인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언제까지 순매수를 이어갈지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스피 소폭 하락 출발│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하락세로 출발한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중국정부, 헝다 파산 준비 … 사태 확산 영향 파악 =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헝다그룹의 달러채권 이자 미지급으로 디폴트 공포가 다시 커졌다. 중국 정부가 헝다의 파산에 대비한 준비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파산설이 불거긴 중국 헝다 그룹이 23일 예정됐던 달러표시채권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시아 채권시장은 공포에 휩싸였다. 오는 29일 등 향후 도래할 채권이자 지급이 불투명한 만큼 채무불이행 우려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번 사태의 문제는 헝다그룹 파산 자체가 아니라 연쇄 도산으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지 여부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헝다그룹의 디폴트 가능성이 높고 안방보험과 같은 수순이 예상된다"며 "금융 시장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나 중국 채권에 대한 투자 심리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부 대형 기업들의 취약한 펀더멘털에 정치적 이슈가 연관되어 높은 불확실성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달러채는 올해 상반기 화룽자산에 이어 헝다그룹 이슈로 약세와 함께 변동성이 커졌으며, 투자 심리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연구원은 또 "다른 대형 부동산 기업보다 타 섹터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중국 기업 전반에 걸쳐 부채 부담이 존재하고, 정부의 디레버리징 의지가 여전히 높기 때문. 펀더멘털의 취약한 항공사와 리스와 같은 비은행 금융사, 지방은행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헝다그룹 사태로 인한 아시아 역내 및 한국 크레딧 시장가격에의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하다"며 "보수적으로 연말 장세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 정부 셧다운 우려 = 미국 정부의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글로벌 증시 변동성도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회계연도 종료일인 9월30일을 앞두고 이번 주 중 △인프라투자법안 △임시예산안과 3.5조달러 예산결의안 △연방정부부채한도 상향 등의 법안 통과를 추진할 예정이다.

먼저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은 1조달러 규모의 초당적 인프라 법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민주당 최고 지도부는 일단 1조달러의 인프라 법안과 3조5000억달러의 지출안에 대한 표결을 모두 강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 일부 중도 의원들은 3.5조달러 예산결의안에 반대할 상황이어서 두 법안 모두 통과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이슈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문 업무정지) 가능성이다. 지난 21일 미국 하원은 셧다운을 막기 위한 임시예산안과 부채한도를 유예하는 방안을 통과시켰으나 상원에서는 공화당의 반대로 표결조차 못 하고 있다. 공화당은 임시예산안에서 부채한도 유예안을 뺄 경우 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30일 임시예산안 표결 데드라인을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에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 셧다운이 당장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은 주지 않겠지만, 부채한도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

부채한도 협상과 관련해, 미국 연방정부의 현금이 10월 15일~11월 4일 사이에 고갈될 것이며 셧다운이 임박했다 관측이 제기된 상황이다. 미 재무부는 10월 중순경 자금이 고갈될 수 있다며 부채한도를 서둘러 상향하거나 유예하지 않으면 금융시장에 상당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지난 2011년엔 부채한도 상향 문제로 의회의 논란이 계속되는 동안 미국의 디폴트 위협이 커지면서 주가지수가 크게 하락한 바 있다. 당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처음으로 AAA에서 AA로 강등했고, 그해 7월부터 10월까지 S&P500지수는 18% 이상 하락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중 미 상원에서는 부채한도 유예법안 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공화당의 반대 의견으로 통과여부가 불확실한 모습"이라며 "미국 증시의 레벨 부담, 9월 FOMC 여진, 중국 헝다 사태 불확실성 잔존 등을 감안 시 미 정치권의 노이즈가 조정의 빌미로작용하며, 주요국 증시의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주 발표되는 주요 지표로는 내구재 수주와 소비자신뢰지수,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확정치와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이다.

GDP는 잠정치 6.6%에서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8월 PCE 가격지수는 전달과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7월에는 근원 PCE 가격지수가 전달보다 0.3% 오르고, 전년 대비 3.6% 올랐었다. 내구재 수주와 소비자신뢰지수, 제조업 PMI에서 경기 둔화 조짐이 강화될 경우 증시의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소폭 하락 출발 … 외국인 순매수 지속 = 한편 27일 오전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3.54p(0.11%) 하락한 3121.70으로 시작해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는 지속되고 있다. 오전 9시 27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77p(0.12%) 오른 3129.01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시각 현재 개인과 기관은 355억원 20억원 순매도 중이며 외국인은 439억원 순매수 중이다.

같은 시간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18p(0.02%) 오른 1037.21에서 장을 시작해 전일대비 4.09p(0.39%) 떨어진 1032.94에서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87억원, 422억원 순매도 중이며 개인투자자만 946억원어치 순매수 중이다.

원화는 글로벌 위험자산 회피 심리로 인한 달러화 강세 흐름으로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대비 2.5원 오른 1179.0원에 거래를 시작해 1178∼1179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오전 9시 7분 현재 전거래일 종가보다 1.9원 오른 달러당 1,178.4원을 나타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재벌 헝다 그룹의 채무불이행과 관련한 불안과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가능성 등으로 변동성이 심한 상황"이라며 "중국, 홍콩을 중심으로 아시아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국내 증시도 외국인 자금 이탈이 재개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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