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서 1조원대 사이버도박장 운영

2021-11-25 12:10:57 게재

경찰, 2년 추적해 조직원 130명 검거

필리핀 사무실·숙소 두고 조직활동

해외 카지도의 도박 장면을 생중계하는 등의 방법으로 판돈 1조3000억원 이상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24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는 해외 도박사이트를 개설하고 운영한 130명을 범죄단체 조직, 도박장 개장,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중 9명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2018년 7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이 사이트를 거쳐간 금액은 1조3000억원으로 사이트가 최근까지 운영된 점을 고려하면 판돈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동남아 호텔 카지노 내 도박장이나 국내외 운동경기를 실시간 중계하면서 실시간으로 돈을 걸게 하는 방식으로 사이트를 운영했다. 실시간 중계 방식이라는 점에서 조작이 없다며 사이트 운영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도박사이트 운영을 위해 필리핀 현지에 사무실과 숙소를 마련하는가 하면, 사이트 운영과 홍보, 고객응대,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조직원 이탈을 막기 위해 현지에 입국한 조직원들의 여권을 압수하고, 휴가 등의 이유로 국내 입국시에는 간부급 조직원이 보는 앞에서 휴대폰에 저장된 내부 정보를 삭제하게 하는 등 철저하게 관리했다.

경찰은 2019년 9월 첩보 입수 후 약 2년간 집중 수사를 진행해 조직원 150명 중 130명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도피 중인 나머지 조직원 20명에 대해선 인터폴 적색수배 후 계속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제범죄와 외국인 관련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 분야별 전담 수사팀을 운용해 수사의 전문성과 완결성을 높일 계획"이라면서 "연중 상시 단속으로 해외 범죄조직의 국내 유입, 국내 체류 외국인의 범죄 세력화를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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