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엔 물가 더 오른다 … 전쟁여파로 급등세 지속 우려

2022-03-11 11:22:15 게재

미국 소비자물가 9% 육박 전망도 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원자재가격이 요동치는 가운데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또 40년 만에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쟁 여파로 세계 곳곳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전방위적인 가격 급등 = 1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는 전일(현지시간)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9% 급등했다고 밝혔다. 지난 1982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지난 1월 세운 40년 만의 최대폭 상승 기록을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7.8%도 상회했다. 전월 대비로는 0.8% 올라 역시 시장 전망치(0.7% 상승)를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 동월보다 6.4%, 전월보다 0.5% 각각 올라 상승폭이 확대됐다.


휘발유, 식료품, 아파트 월세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가격 급등이 나타났다.

식음료는 전월보다 1% 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인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고, 주거비용은 전년 동월보다 4.7% 올라 1991년 5월 이후 31년 만에 최대 폭 상승을 기록했다. 휘발유는 한 달 만에 6.6%나 치솟았다. 휘발유를 포함한 에너지 가격은 전월보다 3.5% 올라 2월 CPI 상승분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에너지(25.6%)와 중고차트럭가격(41.2%), 숙박비(25.1%) 또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 신규 확진자 수 둔화로 리오프닝 관련 물가 상승세가 높아지는 가운데 유가 상승으로 에너지 가격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작이 2월 말이라는 점에서 이번 통계에는 전쟁으로 폭등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이 일부밖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쟁 장기화와 서방의 제재로 인한 유가 등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폭등세는 3월 이후 통계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좀 더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보다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보다 많은 부문에서 가격 상승 징후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은 올해 3~4월 CPI가 8~9%로 정점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전쟁과 제재에 따른 공급망 쇼크로 치솟고 있는 원자재 가격이 조만간 소비자 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 연준 셈법 복잡해져 = 이날 수치는 4년 만의 첫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2월 CPI 상승폭이 예상을 뛰어넘은 데다 에너지 위기로 인한 물가급등세 지속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더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스탠스를 취할 수도 있고, 실질임금 하락과 소비심리 위축을 고려해 전쟁 발발 전 예고했던 것보다 신중한 태도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시간당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보다 2.6% 하락해 작년 5월 이후 가장 하락폭이 컸다. 이번 전쟁이 인플레이션보다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도 연준의 향후 금리 행보에 불확실성을 더한다.

지난 2일 파월 연준 의장이 3월 FOMC에서 25bp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최고치를 다시 경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3월 금리 인상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는 3월 이후다. 유가가 우크라이나전 영향으로 급등한 가운데 쉽게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올라간 유가 수준이 3월말까지 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3월 CPI 상승률은 8%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파월 연준 의장이 3월 25bp 인상과 함께 물가가 여전히 높은 상태 유지할 경우 50bp 인상도 준비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감안할 때 3월에 더욱 높아질 물가상승률은 5월 FOMC에서의 빅스텝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점은 3월 FOMC 이후에도 연준의 금리인상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전망이다.

물가 상방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올해 평균 유가가 100달러~130달러를 기록할 경우 소비가 위축됨에 따라 미국 실질GDP성장률은 0.6%p~1.3%p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듯 물가가 지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가계 실질 구매력감소로 이어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관련기사]
세계 인플레이션 비상 … 러-우크라 전쟁 여파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