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용기로 일할 분" 마약밀수였다

2022-04-05 11:27:21 게재

태국·라오스서 밀반입

총책에 징역 15년 선고

구직활동을 하던 A씨는 '죽을 용기로 일하실 분'이라는 게시물을 보게 됐다. '해외출장으로 돈 버실 분, 나이 25세 이상, 출입국 가능하신 분, 아무 문제없는 일입니다'는 내용이었다.

게시물을 올린 이는 태국으로 올 것을 원했다. 태국 현지에서 만난 이는 "한국에 개구충제가 급하게 들어가야 한다"면서 가방 하나를 건넸다. A씨는 가방에 들어가 있는 것이 영화 속에서나 보던 '필로폰'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운반책을 모집한 뒤 필로폰 수억원 어치를 한국에 밀반입한 마약사범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향정)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모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임씨는 2019년 1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1년간 10kg이 넘는 필로폰을 한국으로 밀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주로 태국과 라오스의 공항에서 한국의 인천·제주국제공항으로 운반책들을 보냈다. 1kg 또는 2kg에 못미치는 마약을 포장한 뒤 의료와 잡화 등과 함께 가방에 넣은 뒤 운반책 손에 쥐어줬다.

한번은 2kg을 등산용 가방에 담은 뒤 운반책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보내기도 했다. 특송화물도 사용했다. 의류나 사탕 등과 함께 포장해 적게는 300g, 많게는 2kg 분량을 보냈다.

운동화 깔창 등에 필로폰을 숨겨두고선 이를 착용한 뒤 한국행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국으로 밀반입된 필로폰만 10kg이 넘는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9억원 가량 된다.

검찰은 임씨를 총책으로 지목해 기소했지만 임씨는 자신의 윗선이 시킨 일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임씨가 말하는 윗선에 대해 공범들이 지시를 받거나 만났다고 진술하는 이가 없다"며 '윗선'은 가공의 인물이라고 봤다. 이어 "임씨의 윗선이나 배후 공급책이 존재해도, 피고인이 수행한 범행 내용과 역할 등을 보면 주도적으로 계획, 관리한 총책으로서 지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임씨가 밀반입한 막대한 양의 필로폰 중 상당량은 이미 국내에 유통됐다"며 "일부 공범들이 검거된 상황에서 추가범행을 하는 등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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