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공지능과 더불어 잘 사는 법

2022-04-26 11:33:40 게재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외계 생명체가 우리를 처음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머리에만 가늘고 날카로운 머리카락이 있고 전신이 탈모상태다. 동식물을 죽여 만든 먹이로 하루 세번 식사를 한다. 콘크리트 건물에서 나와 양철판을 타고 다니다 해가 지면 돌아간다. 이런 괴물은 우주에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보는 느낌은 어떨까. 생활이 편리해지겠지만 왠지 불안하고 두렵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기술을 몰라도 아이디어만으로 발명가 작곡가 소설가가 될 수 있다. 의료와 건강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치료법이나 신약을 짧은 기간에 만들어낼 수 있다. 인간의 손, 발이나 장기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다면 장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즐거운 상상만 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의 오작동으로 자율주행 차량, 로봇이 사고를 낸다면 사람이 다치거나 심할 땐 생명을 빼앗을 수 있다. 병원 치료 내역 등 환자의 민감한 정보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전쟁무기로 만들지도 모른다.

현대 산업사회 특징을 '위험사회'로 진단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에서 일반적인 위험(danger)과 인간에 의해 초래되는 위험(risk)를 구분하고, 현대 산업사회의 특징을 '위험사회'(risk society)로 진단했다.

과거 위험은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나 전쟁에서 비롯했지만 현대 사회의 위험은 과학기술 발전과 정치 경제 사회 등 복합 요인에 의해 일어나는 인위적인 위험이다. 코로나 팬데믹도 자연을 파괴해 생존의 터전을 잃은 동물이 인간과 경계를 접하게 되면서 바이러스를 옮긴 것이 아닐까.

과학기술문명이 발전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적 요소와 결합해 위험을 낳고, 그 위험이 불안을 낳으며, 불안은 공동체와 생태계를 파괴한다. 위험은 전염성이 강하고 국경을 넘나들며 빈부와 계층을 가리지 않는다. 안전의 가치가 평등의 가치보다 중요해진다. 안전은 물이나 전기처럼 공적 소비재가 된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시민들이 문제를 인식·공유하고 참여와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어울려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랑스 철학자 질베르 시몽동은 '기술적 대상의 존재양식에 대하여'에서 오직 인간만을 위해 자유를 확장하려고 컴퓨터 로봇 등 기술을 맹목적인 도구로 이용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기술적 장치가 무한정 증가하면 환경오염 등 우리 생태계를 파괴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인간의 생명 신체 안전에 무조건 해를 끼칠 것이라고 적대시해서도 안된다고 했다. 인류의 기술문명 발전을 애초에 막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기술을 대함에 있어서 인간만의 목적을 넘어 인간 개체를 초월해 인간이 아닌 것과 공존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인간과 기술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지휘자 역할을 인간이 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공존하며 우리 환경 가꿔야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온통 인간을 위한 도구로만 인식해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자유를 확장하는 수단으로 쓴다면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온다. 인공지능과 공존을 꾀하면서 우리 환경을 가꿔야만 모두가 번영을 누릴 세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