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윤핵관' 지고 '윤검관' 뜬다

2022-04-27 11:09:26 게재

권성동 합의한 '검수완박', 한동훈 논의 거쳐 파기

윤핵관이 쥐었던 인사권한, 윤검관으로 이동 흐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6월말 대선 도전을 선언한 이후 당선인이 되기까지, 그의 곁에는 윤핵관(윤석열측 핵심 관계자)이 있었다. 인수위와 당선인 비서실도 윤핵관이 주축이었다. 지금까지 윤석열 정치의 중심축은 윤핵관이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5월 10일)이 임박하면서 중심축이 윤검관(윤석열측 검찰 관계자)으로 바뀌는 흐름이다. 향후 국정을 이끌 내각과 대통령 비서실에 검찰 출신이 속속 포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을 만든 건 윤핵관이지만 윤 대통령의 국정은 윤검관이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다.

윤 당선인측 인사는 26일 "윤 당선인은 대선을 치르기 위해 어쩔수 없이 여의도 출신의 도움을 받았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정치권 인사)을 깊이 신뢰하지는 않는다"며 "(윤 당선인은) 27년 검찰에 근무하면서 검찰 출신이 제일 일 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임기 초반은 윤핵관이 아닌 윤검관과 함께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치의 중심축이 윤핵관에서 윤검관으로 바뀌는 징후는 '검수완박 중재안' 파기 사태에서 목격된다. 윤핵관 맏형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민주당과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했지만, 이준석 대표가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와의 논의를 거쳐 재협상을 주장하면서 결국 파기됐다. 이 대표는 26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지난 주말 장시간 한 후보자와 현장의 관점에서 중재안을 세밀하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의 의견을 반영해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를 틀었다는 얘기다. 한 후보자는 대표적 윤검관이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를 "소통령"이라고 부른다.

윤핵관이 쥐고 있던 인사권한도 윤검관에게 넘어가는 분위기다. 당선인 비서실에 포진한 윤핵관은 그동안 내각과 대통령 비서실 인사를 주도해왔다. 하지만 인사를 맡았던 일부 윤핵관은 이미 인사에서 손 뗐다는 전언이다. 대통령 비서실 인사기획관에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이 내정되면서 인사권한이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기획관은 내각과 대통령 비서실, 공공기관 인사를 총괄하는 자리다. 인사기획관 산하 인사비서관에는 이원모 전 검사가 거론된다.

대통령 비서실에는 윤검관이 더 많이 들어갈 전망이다. 내각 인사검증을 맡았던 주진우 전 검사는 준법감시관 후보로 꼽힌다. 청와대 재정을 담당하는 총무비서관에는 윤재순 부천지청 사무국장이 내정됐다. 검찰 수사관들도 대거 대통령 비서실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당선인측 인사는 "대통령 비서실에서 가장 중요한 인사와 재정을 검찰 출신에게 맡기는 건 의미심장한 대목"이라며 "윤핵관이 인사권만큼은 놓고 싶지 않았을텐데, 당선인 생각은 다른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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