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국회 본회의 수정안 살펴보니

'부패·경제범죄 등' 수사 범위 해석 분분

2022-04-29 11:37:41 게재

대통령령으로 검찰 직접 수사 확대 가능 … 보완수사권 일부 수정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수정안이 검찰의 직접수사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특히 6대 중요 범죄에서 '2대 중요 범죄 중'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을 '2대 중요 범죄 등'으로 문구가 바뀐 것과 보완수사가 가능한 범죄도 '동일한 범죄'가 아닌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로 변경됐다.

법조계와 민주당 일각에서는 검수완박 법안이 많이 후퇴했다며 검찰의 직접수사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또 검찰은 수정안에 대해 여전히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설명회 없이 2장짜리 입장문만 발표해 대응수위가 낮아졌다.

29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의 직접수사 및 보완수사 범위가 넓어진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간곡하게 호소한다. 이미 국회의장의 중재안으로 검찰정상화 개혁이 후퇴되고 국민의힘이 합의를 헌신짝 버리듯 파기해버린 상황에서 여기서 더 물러나서는 안 된다"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한 원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사위에서 처리한 원안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 수정안에서 가장 큰 차이는 두 가지다.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와 보완수사 관련 조항이다.

직접수사 범위와 관련, 현행 6대 중요 범죄 중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2개만 남겨 놓은 것은 동일하다. 다만 '부패, 경제범죄 중'이었던 법사위 원안이 '부패, 경제범죄 등'으로 변경됐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수사·기소의 완전분리라는 검찰정상화 개혁을 크게 후퇴시켰지만 적어도 역사의 방향성을 인정한다고 생각했기에 수용했다. 이를 명확하게 한 것이 법사위에서 처리한 원안"이라며 "어제 본회의에는 수정안이 상정됐다. 일부 조문에 대해 박 의장이 수용하기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검찰의 직접 수사의 범위를 제한하고 별건수사를 방지하기 위해 중재안의 취지에 맞게 법사위에서 심도 있게 논의한 법안마저도 후퇴되는 상황이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검찰 고위 관계자는 "법사위 원안처럼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으로 하면 현재 대통령령에 있는 범죄들을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으로 수정안이 통과될 경우 대통령령에서 직접 수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보완수사 및 별건수사 금지와 관련, 법사위 원안은 경찰 송치사건의 경우 '해당 사건과 동일한 범죄 사실 내에서'만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것으로 제한했는데, 수정안에서는 '해당 사건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로 변경됐다. 피해 구제와 여죄 규명을 위한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이에 대해 천주현 변호사(법학박사)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수정안과 관련 "동일한 범죄 사실을 사건의 동일성으로 바뀐 것"이라며 "기본적 사실의 동일성을 조금 벗어나는 것 같아도 해당 사건의 큰 틀에서 동일하다고 보여지면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천 변호사는 "원래 것(법사위 원안)은 동일한 사실이어야만 하니까 A가 B에게 3000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송치됐다가 검찰이 보완수사해 보니 다른 날짜에 동일 당사자 간 뇌물수수 사실이 추가로 발견된 경우 법사위 안에 의하면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본회의 상정안에 따르면 뇌물 사건의 동일성을 해치지만 않으면 되니까, 2월 4일 뇌물주고 3월 4일 뇌물준 것도 동일 당사자간 뇌물사건의 동일성을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수사가 허용될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사실의 동일성'과 '사건의 동일성'이 개념이 달라서 보완수사 중 추가 범죄가 발견될 경우 여죄, 공범, 진범에 대한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달라진 게 없다며 반발하지만 분위기는 다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여죄, 공범, 진범 수사 가능여부에 대해)어려울 것"이라고 답했지만 못한다고 못박지는 않았다. 다만 대검은 입장문을 통해 "원안과 수정안 모두 여죄·공범 등 보완수사를 차단해 실체적 진실 규명, 경찰 수사에 대한 실질적인 사법통제를 어렵게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수진 의원은 이에 대해 "위법수사 사건이나 고소인의 이의제기 사건 등에서도 검찰은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는데 이때 수사 범위를 법사위 통과안에서는 '동일한 범죄'로 명확히 했지만 수정안에서는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이라고 고쳤다"며 "검찰의 직접 수사의 재량범위에 대한 이런 불명확한 법문은 해석에서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검찰의 훈령이나 예규로 멋대로 해석하고 수사권의 확대를 꾀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반발했다.

김선일 안성열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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