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돋보가 졸보기 | 20조원 중고거래시장, 플랫폼 전성시대

죽은 제품도 살리는 나눔장터에 열광

2022-05-10 11:27:55 게재

환경·가치소비 의미부여 … IT기술발전 한몫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 '3강 구도' 안착

#1 경기 용인에 거주하는 주부 김 모(41)씨는 최근 어린이날을 맞아 초등학생 자녀에게 포켓몬 스티커를 선물했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가장 구하기 어렵다는 포켓몬 스티커를 김씨는 중고거래 장터인 당근마켓에서 손쉽게 구매했다. 김씨는 "아이가 포켓몬 스티커를 너무 가지고 싶어했지만 매장에서 너무 빨리 품절돼 구할 수가 없었는데 당근마켓에 상품이 올라와 있어 너무 신기했다"며 "당근마켓이 지역 경제 유통의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2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이 모(52)씨는 최근 집에서 사용하지 않던 운동기기인 스피닝 사이클을 중고나라에 판매했다. 이씨는 2년전 새제품을 80만원에 구매했지만 30만원대에 제품을 내놨다. 제품을 내놓자 전국에서 구매의사를 밝힌이들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씨는 "쓰지 않는 물건을 팔아서 공돈이 생긴 기분이 들었다"며 "집안 곳곳에 안쓰는 물건을 다시 판매해 필요한 사람들이 저렴하게 구매해 잘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단순히 중고로 제품을 싸게 사고파는 것을 넘어 중고거래가 지구환경을 살리는 '가치소비'로 인식되고 있다. 중고거래업계 1위로 안착한 당근마켓을 포함해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이 시장을 키우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 등 대기업들도 중고거래 플랫폼에 투자하는 등 중고거래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10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4조원이던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0년 20조원으로 5배 성장했다. 글로벌 중고거래 시장 규모도 2021년 270억달러(약 32조원)에서 2025년 770억달러(약 91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근마켓 거래 폭발 = 일반 소비자가 중고거래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든 플랫폼이 당근마켓이다. 지난해 당근마켓을 통한 이웃 간 중고거래 연결 건수는 2020년보다 약 30% 증가한 1억5000여건으로 집계됐다.

2015년에 등장한 '당근마켓'은 사용자 거주지 반경 6km안에 있는 동네사람들끼리 직접 만나서 거래하는 플랫폼으로 등장했다. 기존 중고거래는 사기거래에 대한 의심이 많았지만 동네주민들과 직접 거래하는 방식으로 승부했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8월 1789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3조원에 달한다. 2019년 인정받은 2000억~3000억원 대비 10배가량 커졌다.

당근마켓은 글로벌 버전인 '캐롯'(Karrot)을 선보이며 해외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4개국(영국·미국·캐나다·일본) 주요 440여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단순 중고거래 플랫폼을 넘어 동네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동네 맛집이나 병원, 분위기 좋은 카페 등 자신이 사는 지역의 다양한 소식과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며 지역경제 활성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사용자들은 자신이 사는 동네에 대한 애정과 오프라인 교류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다"며 "당근마켓이 이를 잘 활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번개장터 사업확장 = 지난해 번개장터 연간 총거래액은 약 1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늘어났다. 한해 동안 발생한 거래는 약 1700만건, 누적 가입자수는 1700만명가량이다. 1인당 연평균 거래액은 약 50만원으로 집계됐다.

번개장터는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전략을 내세워 MZ세대를 사로잡았다.

지난해 9월 인기 카테고리 중심으로 앱을 개편했고 선호 브랜드를 최대 20개 선정하는 '브랜드 팔로우'를 도입했다. 서울 여의도 코엑스 등에 현장 매장을 마련했으며 택배 서비스(서울)를 시작하기도 했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시리즈D 투자(300억원)에 이어, 최근 신세계그룹 벤처캐피탈 시그나이트파트너스로부터 820억원을 투자받았다. 재작년엔 스니커즈 커뮤니티 '풋셀'과 중고 골프용품 플랫폼 '에스브릿지' '착한텔레콤' 중고폰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도 했다.

투자금을 활용해 안전결제와 배송, 중고 인증 서비스 등 경쟁력을 키워 입지를 다지겠단 전략이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거래과정을 돕는 부가서비스를 통해 더 신뢰할 수 있는 거래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3월 중고나라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자원 선순환 및 개인 간 안전거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롯데와 공동마케팅을 강화했다. 사진 세븐일레븐 제공


◆롯데, 중고나라 인수 = 중고나라도 재작년 거래액이 5조원을 넘었다. 지난해도 연간 거래 규모가 더 올랐을 것으로 파악된다.

중고나라는 회원수 약 2500만명을 확보했다.

월 이용자수는 1500만명가량이다. 올 초엔 명품 중고거래 사기를 방지하고자 무료 감정 시범 기능을 선보였다. 또 개인 간 의약품 거래 특별 모니터링을 진행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200억원을 투자해 복수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 중고나라를 인수했다. 중고나라는 롯데 유통채널을 이용해 거래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3월 중고나라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자원 선순환 및 개인 간 안전거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약 1만1000여곳 세븐일레븐 점포에서 중고나라 비대면 직거래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고나라는 올해 초 유아동복업체 코너마켓과 자전거 전문 플랫폼에 투자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중고의류 관심 집중 = 중고의류제품 플랫폼 거래도 활발하다.

코오롱FnC는 4월 1일부터 자사몰에서 자사 브랜드 전용 중고거래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패션 업체가 직접 아웃렛을 운영한 적은 있어도 중고마켓을 운영하는 건 처음이다.

'어플릭시'(APPLIXY)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중고의류 플랫폼이다. 비주얼 소사이어티에서 운영하고 있는 어플릭시는 지난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더현대 서울,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팝업스토어를 냈고 약 3000여개 제품을 소개했다.

지난해 어플릭시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중고거래 외에도 폐플라스틱을 재생한 원단으로 양말을 만들고, 헌 옷을 분해해 새로운 옷으로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을 선보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고거래 성장 배경에는 전문화된 기술력을 갖춘 리커머스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중고 제품에 대한 불신과 거래 불편함이 줄었다"며 "중고거래 플랫폼 택배 서비스와 결제 시스템 도입도 거래 편의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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