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라뱃길 입찰담합 8년 만에 마무리

수자원공사, 139억원 손해배상 청구

2022-06-10 11:12:28 게재

법원, 13개사에 화해권고·강제조정

경인아라뱃길 공사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입찰담합과 관련한 민사분쟁이 8년 만에 마무리 됐다.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1부(김지숙 부장판사)는 한국수자원공사가 건설사 13개사를 상대로 제기한 139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강제조정과 화해권고결정으로 마무리 했다.

화해권고나 강제조정은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지만 구체적 합의안은 공개되지 않는다. 재판부가 사건 당사자들에게 화해권고를 하면 원고와 피고는 2주안에 이의제기 여부를 법원에 알려야 한다. 이의를 제기할 경우에는 변론이 재개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마무리 되는 방식이다.

재판부는 GS건설과 동아건설산업에 대해서는 수자원공사와 강제조정했고, 나머지 11개사는 화해권고를 했다. 이중 현대산업개발이 지난 8일까지 법원의 화해권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재판부가 9일 화해권고를 결정했다.

경인아라뱃길 입찰담합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14년 8월 13개 건설사에 대해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하면서 시작했다.

2009년 수자원공사는 경인운하(경인아라뱃길) 공구를 6개로 나눠 입찰 공고를 했는데, 공정위가 2014년 13개 대형·중견 건설사 관계자들이 낙찰사와 들러리 입찰사로 나눠 입찰에 참여한 사실을 적발했다. 낙찰사와 들러리업체들은 입찰전 입찰가격 등을 공유한 뒤 특정 회사가 낙찰을 받도록 했다. 들러리로 참여한 건설사들은 낙찰사의 공사에 참여하는 등 이익을 나누는 형식으로 담합이 이뤄졌다.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열고 당시 입찰담합을 주도한 건설사 법인과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했고, 11개사에게 99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경인운하 사업은 민자사업으로 진행하다가 2008년 정부재정사업으로 전환됐다. 담당 기관인 수자원공사가 2009년부터 공사업체 입찰을 하자 이들 건설사 영업·토목 분야 임원들은 모임을 갖고 나눠먹기식 입찰을 해왔다. 당시 낙찰 비율은 공구별로 88~90%였다. 수자원공사는 계약심의원회를 열어 이들 회사에 대해 법률상 최장 기간인 24개월간 국내 공공공사 입찰자격을 제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정부가 국가계약방식으로 각종 사업의 계약을 맺은 경우 입찰담합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공사를 경쟁을 통해 입찰을 하면 8억원에 맡길 수 있는데, 담합행위로 9억원에 계약을 했다면 차액인 1억원을 손해배상액으로 볼 수 있다. 공사규모가 큰 경우에는 실제 피해가 발생했는지 등을 전문감정인을 통해 확인한 후 손해액을 산출한다.

애초 2017년부터 건설사들은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들였는데 마무리에 7년 10개월이나 걸린 것은 건설사마다 사정이 각기 달랐기 때문이다.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을 깎거나, 회사법인이나 관련 임원의 형사사건 확정 판결을 기다릴 필요가 있는 업체들은 뒤로 밀렸다. 그 사이 상당수 회사들은 사명이 바뀌거나 경영상의 이유로 매각된 곳도 있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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