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분야 국가경쟁력 53위로 급격히 하락

2022-06-17 11:20:26 게재

"최근 잇단 기업 횡령 영향"… 2019년 61위 → 작년 37위로 상승, 회계투명성 강화 탄력받나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 회계분야 순위가 올해 53위로 전년 대비 급락했다.
 

17일 금융당국과 회계업계에 따르면 IMD가 15일 발표한 국가별 '회계·감사 실무적정성 평가'에서 한국은 53위(평가대상 63국)로 지난해 37위에서 16단계 하락했다.

2018년 62위, 2019년 61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회계분야 평가는 2020년 46위, 지난해 37위로 2년 만에 24단계를 뛰어오르며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평가에서는 다시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회계분야 평가가 이처럼 최근 몇 년간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는 이유는 회계개혁에 따른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해석된다. 2018년 11월 외부감사법을 전면 개정한 '신 외부감사법' 시행으로 '주기적 감사지정제, 표준감사시간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등이 도입되면서 기업의 회계투명성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고, 그 결과 최근 2년간 평가순위 상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오스템임플란트, 우리은행 등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대규모 횡령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회계분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됐고 고스란히 평가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IMD의 조사시점과 최근 국내 기업의 잇단 횡령사건의 발생 시기가 겹친다는 점에서 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회계개혁으로 회계감사가 까다로워지고 엄격해지면서 기업들의 불만이 결과에 반영됐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IMD의 '회계·감사 실무적정성 평가'는 계량적 통계지표 등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국가 기업의 중간 경영관리자급 이상을 대상으로 '감사·회계업무가 적절히 실시되고 있느나'를 묻는 단일 설문(6점 척도)에 의해 순위가 정해진다. 따라서 자국의 회계투명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기업인들의 자의적인 인식에 따라 순위가 달라지는 방식이다.

회계업계에서는 회계개혁 이후 강도 높은 외부감사가 진행되면서 그동안 숨은 부실이 한꺼번에 드러날 경우 회계투명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문제점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불가피한 과도기라는 시각이다. 주기적 감사지정제 시행으로 오랫동안 특정 회계법인에 외부감사를 맡긴 기업들이 새로운 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감사를 받게 되면서 간과됐던 문제점들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평가순위가 계속 상승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고,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겠지만 전체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으로는 이번 평가 결과가 기업들이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회계감사 완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회계투명성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회계개혁이 정착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회계투명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달 7일 취임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14일 임원회의에서 "회계투명성 확보 등 공정하고 투명한 자본시장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IMD 국가별 회계분야 평가 1위는 핀란드, 2위 덴마크, 3위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아시아권에서는 대만과 홍콩이 각각 6위와 7위로 10위권 안에 들었다. 대만은 2020년 11위에서 지난해 13위로 다소 하락했지만 올해 7단계 상승했다.

해외 주요국들의 순위는 전체적으로 하락했다. 미국은 2020년 19위에서 지난해 20위로 하락했고 올해 36위로 추락했다. 영국도 2020년 27위에서 지난해 32위, 올해 47위로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영국은 최근 몇 년간 회계부정 사건으로 대기업들이 잇따라 파산하면서 회계분야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계속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회계개혁을 추진 중이다. 독일은 2020년 10위에서 지난해 16위로 하락했지만 올해 11위로 다시 상승했다. 독일은 지난해 와이어카드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면서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중국은 각각 33위와 34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2020년 47위에서 지난해 36위, 올해 33위로 상승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 33위에서 지난해 30위로 다소 상승했지만 올해 34위로 다시 하락했다.

한편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도 올해 27위로 지난해 23위에서 4단계 하락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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