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지방시대위원회에 거는 기대

2022-07-28 10:39:30 게재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6대 국정목표 중 하나도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다. 인수위와 지방 관련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17개 시·도에서 공무원을 파견받아 별도의 국정과제를 만들기도 했다. 윤석열정부의 초기 이런 모습에 지방이 술렁였다. 기대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후 두달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보며 기대를 접는 이가 많아졌다. 일례로 '수도권 대학에 반도체학과를 설치하라'는 대통령의 요구는 지방대학을 활성화해 지역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공약과 배치되는 것이다. "수도권 자원들을 빼내서 이전하는 방식은 실패했다"는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의 발언은 듣는 이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세종시에 설치하기로 한 대통령 임시집무실 계획을 폐기하면서 내놓은 해명이 "설치비용 150억원을 아끼기 위해서"라는 건 윤석열정부가 '반 지방 정부'라는 의심에 확신을 줬다.

지방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잇따라 '선거 당시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새정부 초기 방향키를 제대로 틀어잡지 않으면 문재인정부 5년처럼 소득없이 세월만 보낼 수 있다는 위기감이 몰려온 것이다.

이들이 더 겁내는 건 정부가 균형발전을 외면하면서 내놓은 논리가 '경제위기 타개'라는 점이다. 과거 정부들도 하나같이 경제위기를 이유로 수도권 집중을 부추겼고 지방소멸을 방치했다. 지금 경제위기 상황이 심상찮으니 새정부 또한 같은 논리로 균형발전을 외면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생긴 것이다.

9월 출범하는 지방시대위원회가 그나마 기대라면 기대다. 지방시대위원회 출범은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두 축으로 나눠져 있는 지방 의제들을 하나로 묶는다는 걸 의미한다. 국정과제와 지역공약을 총괄해 추진하는 범부처 컨트롤타워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 만하다.

다만 실행력을 갖춘 행정위원회가 아니라 시행령을 근거로 한 대통령 자문위원회에 머물렀다는 점은 아쉽다. 행정안전부가 대통령 업무보고 때 위원회 설치 계획을 발표하면서 균형발전특별회계를 비롯한 구체적인 재정운용 계획을 내놓지 않은 점도 실망스럽다.

혹여 행정위원회 설치 무산이 행안부 스스로 부처 기구를 지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재정운용 계획을 누락한 건 힘센 기획재정부 눈치를 본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이유다.

9월 지방시대위원회가 공식 출범할 때는 이 같은 의심을 뒤로 하고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진두지휘하는 진짜 컨트롤타워의 위상을 갖길 바란다. 그래야 지방에 희망이 있고, 나라에 미래가 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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