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단의 추석물가대책 안보인다" 고심 깊어지는 정부

2022-08-09 11:25:14 게재

휴가 복귀한 대통령 첫 주문 "물가"

추석 앞두고 더 요동치는 밥상물가

식용유 56%·배추 73%·밀가루 36%↑

내달 추석을 앞두고 밥상 물가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채소류는 물론 식용유, 밀가루 등 가공식품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서민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의 첫 주문도 '물가'였다. 8월 첫 비상경제장관회의 핵심주제도 그랬다. 대통령까지 나서 특단대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안이 없어 더 문제다.

9일 정부 관계자는 "밥상 물가를 중심으로 급등세를 진정시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국민이 체감할만한 대책이 눈에 띄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심상찮은 장바구니 물가 = 최근 국제유가가 진정되면서 석유류 등 공업제품은 사정은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추석 대목을 앞두고 먹거리 가격은 더 요동치는 형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7월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물가지수는 113.12(2020년=100)로 1년 전보다 8.0% 올랐다.

식품 물가는 지난해 2월 이후 1년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식용 유지(34.7%) 등 가공식품과 채소·해조류(24.4%) 등 신선식품 물가가 크게 올라 상승세를 견인했다. 품목별로 보면 식용유 가격이 1년 새 55.6% 뛰어올랐다. 밀가루 가격은 36.4%, 부침가루 가격은 31.6% 각각 올랐다. 국수(32.9%), 라면(9.4%), 빵(12.6%)과 햄·베이컨(8.0%), 기타 육류 가공품(20.3%) 등 가정에서 즐겨 먹는 가공식품류 가격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곧 대목을 앞둔 추석 성수품 역시 줄줄이 가격이 올랐다. 배추 가격은 72.7%, 무 가격은 53.0% 급등했으며, 수입 쇠고기(24.7%), 돼지고기(9.9%), 닭고기(19.0%) 등 축산물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사과(-13.0%), 배(-14.0%), 밤(-14.3%) 등 과실류와 계란(-10.8%) 가격은 내림세였지만, 양파(18.8%), 마늘(11.7%), 감자(41.1%) 등은 최근 생산량이 감소해 높은 가격 수준을 나타냈다.

추석 성수품에 포함되지 않지만 밥상 물가와 직결되는 오이(73.0%), 시금치(70.6%), 상추(63.1%), 부추(56.2%), 미나리(52.0%), 파(48.5%), 양배추(25.7%) 등 채소류도 최근 폭염 여파로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밥상물가 왜 오르나 = 밥상 물가 오름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원재료 수입단가가 오르면서 식품업계의 가격 상승 압력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제과는 이달부터 햄 등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9.0% 인상하기로 했다. 빙그레, CJ제일제당, 동원F&B 등도 제품 최근 가격을 올렸다.

올해 3분기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이 높았던 2분기 계약 물량이 도입되면서 식용 곡물 수입단가 지수가 전 분기보다 15.9%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례적으로 이른 추석을 맞아 성수품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변수다. 최근 폭염과 강우량 증가로 채소류 생산량이 줄어든 가운데 수요는 늘면서 가격이 더욱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까지 나서보지만 = 이 때문에 물가당국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섰다.

여름휴가에서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의 첫 주문도 추석 물가 관리였다. 과감하고 비상한 추석 민생대책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를 주재하고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지금부터 물가 관리를 철저히 하고 민생을 빈틈없이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례회동에서도 추석 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해 줄 것으로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추석 명절이 1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추석은 어느 때보다 빠르고, 고물가 등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맞이한다.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분이 많을 것"이라면서 "비상한 시기다. 가용자원을 총동원해서 과감하고 비상한 추석 민생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8월 들어 처음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도 물가 문제가 집중거론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미 발표한 8차례의 물가 등 민생대책을 속도감 있게 이행하고, 추석 민생안정대책과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등 추가 대책도 이번 주 중 발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선 "7월 물가가 2개월 연속 6%대를 기록하는 등 고물가가 지속되고 성장도 수출·투자를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물가·민생 안정을 최우선에 두면서 민간 경제활력 제고 노력도 병행 추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손에 잡히는 대책 안보여 = 정부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밥상물가 안정을 위한 민생 대책을 주중 발표할 예정이다.

추석 민생안정대책은 명절 성수품 가격 관리에 중점을 두고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수입 돼지고기 등 일부 수입품에 적용 중인 할당관세를 가격이 급등한 농산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축산물에는 할당관세 0%를 적용중인데 이를 가격이 크게 오른 농산물로 확대할 경우 수입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거나 국내외 작황이 악화된 농산물이 할당관세를 추가로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저장성이 부족해 수입이 어려운 배추와 무 등 할당관세 적용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품목은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또 배추, 무, 양파, 마늘, 감자, 사과, 배, 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명태, 오징어 등 추석 성수품으로 분류된 주요 농축수산물을 집중 관리 한다는 방침이다. 명절 성수품 이외에도 가격이 급등한 품목들을 특별관리품목으로 추가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 발행을 확대하고, 교통·통신·의료·교육·주거비 등 취약계층 필수 생계비 경감 방안도 모색 중이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명절 자금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등을 통해 신규 특별자금 대출·보증 공급도 늘릴 예정이다.

이번 대책에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방침이 포함될지도 주목된다. 정부는 2017년부터 설, 추석 등 명절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지 않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2020년 추석부터는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를 유료로 전환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런 류의 정부대책이 수년간 연례적으로 해 온 '추석맞이 연례행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례적 이벤트 행사 수준을 벗어나는 물가대책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 지혜를 모으는 중"이라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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