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수능 심층분석

통합형 수능, 수학 선택 과목이 좌우?

2022-08-24 11:12:39 게재

이과에서 문과로 '교차지원'보다 중요한 변수 … 관건은 국어·탐구

지난해 처음 실시된 통합형 수능은 파장이 컸다. 특히 수학 영역의 선택 과목에 따른 성적 차이가 상당했고 자연 계열 지망생의 문과 침공이 예상보다 대규모로 진행됐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영역별 출제 경향과 변별력, 탐구 과목 선택 추세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이는 올해 6월 모의평가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전과 다른 수능 체계에서 이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에 맞춰 학습·지원 전략을 세워야 한다. 2023학년 수능을 치를 학생은 물론이고 고 1·2 학생까지 2022학년 수능 결과를 면밀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수능 영역과 선택 과목을 중심으로 놓쳐선 안될 지난 수능의 변화과정을 짚어보고 진학 전문 교사들의 향후 수능 예측을 들어봤다.

 


대학입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수능을 주요 전형 요소로 활용하는 정시가 서울 주요 대학에서 확대됐고 수시에서는 추천형 교과 전형이 신설·확대됐는데 많은 대학이 수능 최저 기준을 요구한다.

여기에다 2022 수능은 새로운 체제였다. 통합형으로 시행돼 국어·수학 영역이 '공통 과목+선택 과목' 구조로 치러졌고 선택 과목에 따른 유불리 현상이 나타났다. 학생들의 지원 양상도 종전과 달랐다. 자연 계열 지망생이 합격선이 더 높은 대학의 인문 계열 전공으로 지원해 합격하는 이른바 '교차지원'이 대규모로 발생했다.

문제는 이 부분에만 시선이 쏠려있다는 점이다. 지난 수능은 교차지원, 선택 과목 간 유불리 외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수험생은 영역별 출제 경향과 변별력, 탐구 과목 선택 추세 등을 더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난 수능의 경향이 올해 3월 학력평가와 6월 모의평가에서도 이어졌고 수능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장지환 서울 배재고 교사는 "2022 수능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시험이었다. 수능이 바뀌었다는 점은 알려졌지만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 결과는 어떠한지 정확히 파악하는 이는 적다. 첫 통합형 수능의 결과를 보다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수학? 탐구·국어 변별력 컸다 = 지난해 수능 수학은 뜨거운 감자였다. 통합형 수능이 도입되면서 서울 주요 대학은 자연 계열 지원 시 수능 수학 필수 응시 영역으로 '미적분' 또는 '기하'를 지정했다. 수학 역량이 높은 자연 계열 지원자는 두 과목에 몰렸다.

선택 과목 성적을 응시자 집단의 평균 성적을 기준으로 보정해 통합 산출한 만큼 '미적분' '기하' 선택자와 '확률과 통계' 응시자의 성적 차가 벌어졌다. 이는 대규모의 교차지원을 양산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따라서 지난 수능에서 가장 변별력이 큰 과목을 '수학'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연구회)가 실채점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서 상위권 학생들의 국어 수학 탐구 표준점수 합과 해당 표준점수를 얻은 학생들의 영역별 평균 등급을 살펴볼 수 있다(표 1, 2). 이를 분석하면 지난해 자연 계열에서는 탐구 국어 영어 수학 순으로 영향력을 발휘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지난 수능에서 꼭 알아둬야 할 변화라고 강조한다.

◆수학 성적 높아진 자연 계열, 상위권 과탐 영향력 계속될 듯 = 장 교사는 "지난 수능에서 자연 계열은 1등급 초반에서 2등급 초반까지 과탐과 국어의 변별력이 컸다. 수학은 같은 자연 계열 내에서는 모두 성적이 높게 나와 상위권에선 영향력이 적었다.

인문 계열은 수치만 따지면 수학의 영향력이 높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누적 인원 비율을 보면 1등급을 받은 학생이 극소수라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실질적으로 인문 계열 내에서 변별력을 발휘한 과목은 국어와 사탐이다. 이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전통적으로 수능에선 계열을 불문하고 수학과 탐구의 영향력이 컸다. 2022 수능이 이전과 다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점이다"라고 분석했다.

과목별 표준점수 분포를 살펴보면 수학의 영향력 변화를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수학 표준점수 만점인 144점을 획득한 학생이 6450명에 달해 자연 계열 최상위권은 수학에서 만점 또는 하나 정도 틀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볼 때 자연 계열에서는 과탐이 상위권에서 당락을 가르는 기준으로 역할한 것으로 보인다.

과탐은 여전히 자연 계열 지원자들이 주로 응시한다. 대부분의 대학이 수학과 마찬가지로 자연 계열 지원자에게 과탐 응시를 필수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성적 반영 비율도 높아 변별력을 발휘한다.

교차지원에서도 과탐의 영향력은 크다. 지난해 수능에서 사탐 과목별 최고점 평균은 66점인 데 반해 과탐 과목별 최고점 평균은 71점이었다.

특히 '물리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지구과학Ⅱ' 응시자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사탐 과목보다 높았다. 표준점수를 그대로 총점에 반영하면 과탐 응시자가 유리해진다. 뿐만 아니다. 주요 대학이 자체적으로 적용하는 탐구 변환 표준점수 또한 과탐이 사탐보다 높게 산출되는 편이다.

정리해보면 지난 수능에서는 과탐에서 삐끗한 학생은 눈높이를 많이 낮춰야 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탐구 비중이 낮거나 높은 변환 표준점수를 얻을 수 있는 인문·사회 계열에서는 유리했다.

교차지원에 나선 학생의 상당수가 이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인문 계열 모집 단위에서 과탐 변환 표준점수가 사탐보다 낮게 설계된 성균관대의 교차지원율은 33% 안팎으로 파악됐다. 지원층이 겹치는 서강대 한양대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되는 수치였다.

허준일 대구 경신고 교사는 "수능 채점 결과 수학 영역 만점자는 2702명으로, 모두 자연 계열로 추정됐다. 최상위권이 선호하는 '의치약한수' 모집 정원이 2022학년 기준 약 5000명이었다"고 말한다.

허 교사는 "이들 대학 지원자들은 수학 성적으론 변별이 어려워 과탐 점수와 대학의 성적 반영 방식에 따라 당락이 갈렸다"며 "통합형으로 수학 성적을 산출하면서, 자연 계열 상위권에선 오히려 수학의 변별력이 약화됐다. 이제 수학은 기본으로 잘해야 하는 영역이고, 변별력은 과탐이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수 기자 · 정나래 내일교육 기자 len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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