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대로 종합부동산세 완화하면

고위공직자 종부세 절반 깎아주는 셈

2022-09-15 11:06:53 게재
윤석열정부의 고위공직자 3명 중 2명은 값비싼 부동산을 소유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대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추진하는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폐지 등을 담은 세제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이들의 종부세 부담은 올해 대비 평균 절반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15일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전수조사한 결과,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총 59명 가운데 39명(66.1%)이 주택분 종부세 과세 대상자로 집계됐다. 전 국민의 2%(지난해 기준)만 내는 종부세를 고위공직자는 3명 중 2명꼴로 내는 셈이다.

이들 종부세 과세 대상자 39명이 보유한 주택 공시가(올해 기준)를 모두 합하면 901억9000만원으로 1인당 23억1000만원 꼴이다. 시세로 치면 평균 30억원이 넘는다. 현행 법상 공시가격 합산액 기준 6억원을 초과하는 다주택자이거나 11억원이 초과하는 1주택자가 종부세 대상자다.


◆종부세, 이미 반 깎아줘 = 이들 39명 중 주택을 두 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는 17명(29%), 강남3구에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29명(49%)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올해 종부세 부담 예상액은 1인당 평균 512만원이었다. 이는 정부가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한시 인하하면서 이미 한번 대폭 줄어든 액수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보유세 과세표준을 산출할 때 공시가에 곱하는 일종의 할인율이다. 비율이 내려가면 세금 부담도 줄어든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올해 100%로 오를 계획이었지만, 정부는 지난 7월 시행령을 개정해 60%로 대폭 낮췄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조정되지 않았더라면 이들 고위공직자의 올해 종부세 부담은 1인당 1102만원 수준이다. 이 조정만으로 이미 세 부담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이에 더해 1주택자는 올해 한시적으로 3억원 특별공제를 추가 적용하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이 경우 1주택자인 최상목 경제수석 등 4명은 아예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나머지 1주택자 22명의 세 부담도 평균 214만원까지 내려간다.

대표적으로 서울 서초동에 공시가 18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올해 세부담이 105만원에서 52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세제 정책을 총괄하는 추경호 부총리도 서울 도곡동에 공시가 25억원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특별공제를 적용 받으면 세부담이 312만원에서 208만원으로 줄어든다.

◆최대 수혜층은 고위공직자 =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이달 초 국회에 제출한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폐지 등 종부세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들의 내년 종부세 부담은 또 절반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종부세율 인하 △다주택자 중과 폐지 △주택분 종부세 기본공제금액 9억원으로 확대 △1주택자 공제금액 12억원으로 확대 등을 담은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이 내년부터 시행된다면, 이들 고위공직자의 내년 종부세 부담은 1인당 평균 276만원까지 더 낮아진다. 올해 평균(512만원)과 비교하면 46% 이상 줄어든다. 주택 공시가를 올해 기준으로 유지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내년에 80%로 환원한다고 가정한 결과다. 정부가 논란 속에서도 '비정상적 세부담 정상화'를 명분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세법개정안의 최대 수혜층이 고위공직자들인 셈이다.


◆누가 혜택보게 되나 = 종부세법 개정의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될 고위공직자는 가장 비싼 주택을 보유한 이노공 법무부 차관이다. 이 차관은 부부 공동명의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과 강남구 도곡동에 아파트를 각각 한 채씩(공시가 합산 58억원) 보유 중이다. 종부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세 부담은 올해 6042만원(부부 합산)에서 내년 2730만원까지 감소한다. 서울 서초동에 공시가 20억원이 넘는 고가주택 등을 보유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올해 1070만원에서 내년 362만원으로 약 708만원(-66.2%)의 감세 혜택을 받게 된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올해 1101만원에서 내년 234만원으로 약 867만원(-78.7%)의 감세 혜택을, 박진 외교부 장관은 올해 745만원에서 내년 128만원으로 약 617만원(-82.8%)의 감세 혜택을 받게 된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올해 223만원의 종부세를 내야 하는데, 105만원으로 줄게 되고 여기에 특별공제 3억을 추가하면 세부담은 52만원으로 줄어든다.

정부의 종부세법 개정안은 1주택자보다 다주택자에서 더 큰 감세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39명 가운데 13명이 집을 2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다. 세법 개정에 따른 이들의 내년 세부담은 1인당 평균 383만원으로 올해 평균(1022만원) 대비 62% 이상 줄어든다. 1주택자 고위공직자 26명의 평균 세부담이 올해 259만원에서 내년 223만원으로 13.6% 줄어드는 것과 비교하면 다주택자가 훨씬 큰 혜택을 가져가는 셈이다.

고용진 의원은 "윤석열정부는 이명박정부 초기 '강부자(강남땅 부자)' 내각을 뺨칠 정도로 강남 부자들로만 꽉 채운 정부"라면서 "이분들이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제대로 알겠느냐. 정부가 왜 종부세 감세를 1호 법안으로 서둘러 처리하려는지 국민들도 속내를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종부세 고지서는 11월 말쯤 발송될 예정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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