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뉴노멀

이상기후로 몸살 … 미래 지향 거버넌스 확대 필요

2023-01-02 10:48:21 게재

21세기 첫 '트리플 딥 라니냐' 등장 … 이례적인 폭설 한파 가뭄, 겨울폭풍 뒤 홍수 피해 우려도

"기후변화 때문인가, 정말 올해 겨울은 너무 춥다. 더 추워지는 것 같아."

최근 이런 말들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실제 한파일수(서울 기준)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30년 평균 한파일수는 54.2일이다. 최근 10년은 4.7일, 최근 5년은 1.6일로 줄었다. 한파일수란 아침 최저기온(03:01~09:00)이 -12℃ 이하인 날의 수를 말한다.

사실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온난화로 지구 기온은 점점 상승하니 말이다.

문제는 이상기후 현상이다. 평년(지난 30년간 기후의 평균적 상태)과 달리 기온 변동 폭이 크고 '트리플 딥(Triple-dip) 라니냐'까지 등장했다.

이상기후로 전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폭설 뒤에도 저수율이 27%가 채 안 되는 전남 화순 동복댐. 사진 연합뉴스·로이터·AFP


2022년 12월 29일 예상욱 한양대학교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는 "엘니뇨든 라니냐든 여름철에 발달을 해서 겨울철에 최전성기가 됐다가 이듬해 여름이면 사라지는 게 일반적이었다"며 "라니냐 지속기간이 1년인 경우와 2년일 때 발생률은 반반 정도였는데 이번처럼 3년 지속되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 극단적 날씨 가져와" = 라니냐가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지구 냉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라니냐 발생 지역 약 1만km나 떨어져 있다. 때문에 페루나 인도네시아 등 적도 부근 열대 지역에 있는 나라들처럼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아예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 통상적으로 라니냐가 발생하면 평년보다 기온이 낮은, 추운 겨울이 예상된다. 반면 엘니뇨 때는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경향이 있다. 실제로 최근 긴 추위가 지속된 2022년 12월 14~26일 평균기온(-4.2℃)은 1973년 이래 가장 낮은 값을 기록한 바 있다. 또한 서울 한강은 평년보다 16일 빠른 지난해 12월 25일에 결빙됐다.

지난해 11월 38년 만에 용암이 분출한 마우나로아 화산 분화구. 사진 연합뉴스·로이터·AFP


물론 이번 추위 원인을 라니냐만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2022년 12월 29일 기상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날씨를 정하는 요소는 라니냐뿐만 아니라 시베리아 고기압 등 굉장히 다양하다"며 "때문에 라니냐로 더 추운 겨울이 온다는 식으로 예단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기상청의 '2021년 겨울철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1년 12월 ~ 2022년 2월 전국 평균기온은 0.3℃(평년 대비 -0.2 ℃, 23위)로 평년과 비슷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니냐 시기에는 일본 남동쪽 저기압이 발달해 일본 서쪽에 위치한 우리나라로 북풍계열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되는 경향이 있다는 건 사실이다. 기상청의 '엘니뇨 백서'에 따르면, 라니냐 최전성기인 겨울철에는 우리나라의 경우 북서태평양 부근에 저기압성 흐름이 형성돼 북풍계열의 바람이 우리나라로 자주 유입되면서 기온이 평년보다 낮고 강수량이 적은 경향이 있다.

지난해 12월 26일(현지시간) 얼음으로 뒤덮인 미국 뉴욕주 함부르크의 한 레스토랑. 사진 연합뉴스·로이터·AFP


◆물 에너지 식량 등 연계 효율성 높여야 = 기후재앙이 심화할수록 '넥서스'(nexus, 연계) 개념이 중요해 질 수밖에 없다. 넥서스는 별개처럼 보이는 것들이 하나로 연계된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할 때 사용한다.

전세계적으로 넥서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지는 꽤 됐다. 2011년 독일 본(Bonn)에서 '물·에너지·식량 안보 넥서스'를 주제로 '본 2011컨퍼런스'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는 물과 에너지, 식량 위기의 연계성에 주목했다. 또한 이들 문제를 안보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연계성을 강화하면 자원생산성을 높여 녹색경제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회의 이후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등 국제기구들과 각국 정부들은 물·에너지·식량안보 넥서스의 중요성을 앞 다투어 강조해왔다. 최근엔 이른바 '물·에너지·식량·토지' '물·에너지·도시' 등 영역을 다변화하는 추세다.

한국환경연구원의 '물관리의 전환적 혁신을 위한 그린뉴딜 정책 및 사업기획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에는 수자원을 중심 구성 요소로 하는 '토지이용-물-에너지 및 토지-물'에 식량을 연계하는 방식 등 다양하게 발전 중이다.

◆"기후위기적응법 제정 등 취약계층 보호 강화" = 넥서스 적인 접근은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국회입법조사처의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대책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 대책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2010년 환경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13개 부처가 합동으로 첫 기후변화 국가 적응 대책을 발표한 이래 2차 3차 중장기 기후변화 국가 적응 합동 대책을 이행 중이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대책만으로는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보고서에서는 '기후위기적응법'(가칭)을 제정하거나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해 기후위기 적응력을 제고하기 위한 국가계획 수립 및 지원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라니냐 = 감시구역(5°S∼5°N, 170°W∼120°W)에서 3개월 이동평균한 해수면온도 편차가 -0.5℃ 이하로 5개월 이상 지속될 때 그 첫 달을 라니냐의 시작으로 본다(2016년 12월 23일 부터 적용). 라니냐는 동태평양에 평소보다 강한 무역풍이 발달하면서 생성되는 걸로 알려져있다. 이 무역풍이 적도를 따라 서쪽으로 불면서 따뜻한 남미 태평양의 물을 서쪽 아시아 쪽으로 밀어낸다. 밀려난 따뜻한 물 자리에 바다 깊은 곳의 차가운 물이 더 많이 솟아올라와 채우는 용승(upwelling)이 생기면서 해수 온도가 낮아진다.

트리플 딥 라니냐 = 3년 연속 라니냐가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21세기에 처음으로 나타났다. 세계기상기구(WMO)의 '엘니뇨/라니냐 업데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트리플 딥 라니냐 현상은 북반구 겨울철과 남반구 여름철이 끝날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엔 지구온난화로 1만여년간 지속된 라니냐 현상이 사라질 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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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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