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오토바이 인사사고, 렌탈업체도 책임

2023-01-06 11:29:48 게재

법원, 업체 지배가능성 인정

시설대여업자로 등록도 안해

운전자가 빌린 오토바이로 사고를 냈다면 빌려준 대여업체도 민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1심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8단독 김현희 판사는 롯데손해보험이 렌탈업체 A사와 배달업체 대표 B씨, 운전자 C씨 등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으로 원고에게 2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2020년 6월 A사는 4개의 오토바이를 배달업체 대표인 B씨에게 임대해줬다. B씨 회사 배달기사로 일하던 C씨는 같은 해 11월 도로를 운행하다가 신호를 제대로 보지 못한채 녹색불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 D씨를 치어 숨지게 했다. 이사고로 기소된 C씨는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숨진 D씨측은 롯데손보의 상해보험을 들어놓은 상태였다. 롯데손보는 D씨 피해를 4억3700만원으로 산정했고, 유족에게 보험한도인 2억원을 지급했다.

롯데손보는 유족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A사 등이 구상해야 한다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일반적인 교통사고는 운전자와 운전자가 가입한 보험사가 책임을 지는 구조다. 이에 따라 1차적 책임은 운전자 C씨의 고용주이자 오토바이를 빌린 B씨에게 있다. 문제는 오토바이를 대여해준 업체도 책임 여부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에는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영하는 자'를 손해배상배상 책임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 운행을 지배해 이익을 얻는 책임주체를 말한다. 법원은 "운행지배는 현실적 지배에 한하지 않고 사회통념상 간접지배 또는 지배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오토바이를 빌려준 이도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5조에는 대여시설이용자가 관련법에 따라 건설기계나 차량의 시설대여 등을 받아 운행하면서 위법행위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시설대여업자를 '자기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로 보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를 근거로 김 판사는 "A사가 사고 오토바이에 대한 관리가능성 또는 지배가능성이 완전히 상실됐다고 볼 수 없다"며 "A사 역시 렌탈계약상 사고 오토바이에 대한 물적관리를 하고 있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여업자의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면책조항이 있지만 A사는 금융위원회에 시설대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상태였던 점도 고려됐다.

A사와 B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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