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카메라 증가에 잇단 해킹 사고

2023-03-09 11:17:13 게재

성형외과 내부 영상유출 경찰 수사

이용률 12%, 개방성에 보안 취약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IP 카메라에 찍힌 탈의실과 환자 수술 장면이 외부로 유출돼 IP 카메라 보안에 대한 우려가 다시 일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는 강남구 한 성형외과 내부 IP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환자 10여 명의 탈의 장면과 수술 영상이 일부 커뮤니티에 노출된 사건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해킹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병원에서 카메라 운영시스템과 로그 기록 등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영상이 외부로 돌고 있어) 여성가족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영상 삭제와 차단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인터넷프로토콜(IP) 카메라는 유·무선 인터넷으로 연결해 원격으로 영상을 확인하고 녹화할 수 있는 기기다. 폐쇄회로(CC)TV보다 저렴해 사업장 보안이나 가정용 홈네트워크, 애완동물 모니터링 등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외부 조작이 가능해 정보 노출 피해가 지속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아파트 거실 벽에 설치된 '월패드' 카메라로 40만 가구의 내부를 촬영하고 영상물을 판매하려 한 30대 남성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8월에는 가정에 설치된 IP 카메라를 1년여 기간 동안 해킹해 7000여 회에 걸쳐 피해자들의 신체를 촬영한 20대 남성이 1심 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권우성 영상보안회사 피앤에스클라우드 대표는 "IP 카메라는 외부에서 제어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보안에 취약하기도 하다"며 "한국에서 카메라를 생산하지 않고 중국 제품을 소싱해 사용하는데 공장에서 출고할 때 초기화된 IP 주소와 아이디·패스워드를 해커들이 타고 들어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한국이 유명세를 타고 있는 분야가 많아 (한국) 내부를 들여다보고 싶은 외국의 욕망이 있다"고 밝혔다.

SK쉴더스는 지난해 12월 2023년 보안 위협 전망에서 "중국 해커는 다양한 IP 카메라 해킹 도구를 개발해 취약한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장비를 표적으로 하는데 한국이 주요 대상이다"고 밝힌 바 있다 .

업계에 의하면 국내 IP 카메라 보급률은 5% 내외로 알려진 가운데 과기정통부가 인터넷 이용자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개인의 IP 카메라 이용률은 2020년 5.5%에서 2021년 12.4%로 증가했다. 하지만 국내 유통 중인 IP 카메라 400종의 보안을 점검한 결과(2018년)에서는 126종(32%)이 아이디·비밀번호 설정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IP 카메라 구매 당시 설정된 기본 계정이나 초기 비밀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고, 번호도 알기 쉬운 것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네트워크를 보안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암호화하고 비밀번호는 영문, 특수문자, 숫자를 포함해 설정하고 주기적으로 변경해야 한다"며 "집에 있을 때는 카메라를 덮어두거나 끄고, 게스트모드는 비활성화한 뒤 최신 펌웨어(하드웨어를 제어하는 기본 프로그램)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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