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강제동원 해법', 의견접근 했었다

2023-03-13 10:50:17 게재

20대에 여야, 한일 정부·기업 출연 법안 제출

별도 기금 설치, 양국 동시 참여 '핵심 내용'

김진표 정성호 주호영 권성동 등 공동발의 참여

20대 국회에서 한일 양국 의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여야 의원들도 일제 강제동원 해법으로 한일 양국 정부와 기업이 공동 출자해 기금을 마련,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방안에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에 제출한 거대 양당 의원들의 발의 법안에 담겨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이같은 법적 장치가 있어야 대법원 판결을 벗어난 피해 구제가 가능해지진다고 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국민들의 의견 조율을 위해서라도 입법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한국기업에 의한 3자 변제'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민의힘인 자유한국당의 홍일표 의원이 지난 2019년 9월 30일에 '일제하 강제징용피해자기금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주호영 의원, 권성동 의원, 장제원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 47명이 연서를 했다. 민주당 소속으로는 민홍철 의원이 참여했다.

홍 의원은 당시 제안이유로 "최근 한일 의원들 간에 양국의 외교적 마찰을 해소하고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양국 정부와 관련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기금을 마련하여 이들을 지원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며 "이에 한일 양국 정부 및 관련 기업이 출연하는 일제하 강제징용피해자기금을 설치하여 일제하 강제징용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금의 실질적이고 신속한 지급을 지원함과 동시에 한일 간 외교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 법안은 "정부는 일제하 강제징용피해자에 대한 강제징용손해배상금의 원활한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 정부 및 기업과의 협력 등 외교적 노력을 다하도록 국가적 책무를 규정"했다. 또 "기금의 재원은 한일 양국 정부 및 민간기업의 출연금 또는 기부금 등으로 조성"하는 내용도 담았다.

그러면서 "이혜훈의원이 대표발의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인권재단의 설립에 관한 법률안'과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2017년 6월 13일에 발의한 이 의원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설립함으로써 늦게나마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고통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에 기여하며 나아가 궁극적인 책임이 있는 일본 정부 및 기업의 책임 의식을 견인해 한일간의 건전한 발전에도 기여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법안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 인권재단 설립'을 제안하면서 "국가는 피해에 책임이 있는 일본 정부와 기업이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원마련에 함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다하도록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또 이 재단은 일본 정부와 일본 강제동원 책임기업의 금전신탁에 관한 수탁업도 맡도록 규정됐다. 따라서 재원은 한일 양국 정부와 강제동원 책임기업과 대일청구권 자금 수혜 기업 등의 출연금, 기부금 및 신탁금 등으로 마련하게 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일본 정부와 일본의 강제동원 책임기업의 출연을 배상금 지급을 위한 재단설립의 기본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는 같은 해 12월에 낸 민주당의 '문희상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민주당이 여당이었다. 김진표 현 국회의장과 친이재명계인 정성호 의원도 공동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문 전 의장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과 '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을 동시에 냈다. 그러면서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양국관계가 과거를 직시하는 동시에 미래를 지향하는 관계로 나아가도록 마중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치적·입법적 해법으로 이 법률안을 제안하려는 것"이라며 "양국 기업 및 국민의 기부금으로 조성된 재원으로 국외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 지급 문제의 해법을 담은 선제적인 입법을 통해서 한·일 양국이 갈등 현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협상하고 상호 양보·화해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문 전 의장은 국회의장단 구술총서 '대한민국 국회를 말하다 문희상'(국회도서관 편)에서 "일본은 죽어도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못 하겠다고 하고 우리는 대법원에서 판결을 했으니까 민간에서 책임지고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안 하면 파투나는 것"이라며 "그래서 기금을 만들자는 것이다. 만델라가 만들었던 화해기금이 있고 나치스가 끝나고 독일정부가 만든 화해재단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일본의 전범기업이라고 불리는 미쓰비시도 자유롭게 미래를 위해 기금을 내고 청구권 자금으로 생긴 데가 많으니 우리 쪽에서도 내고 우리나라에 와서 돈 많이 버는 일본 기업도 좀 내고 일본기업에 많이 의존하는 우리 쪽에서도 좀 내서 합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서는 이 법안들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문 전 의장은 당시 "문제는 청와대"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변호사들하고 같이 그 일에 대한 변호를 맡았던 사람"이라고 했다. "너무 잘 알고 있으니 이건 꼭 일본 기업이 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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