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 국제컨퍼런스

"디지털 등 격변시대, 내일을 위한 노동개혁 절실"

2023-05-12 11:12:37 게재

창립 25주년 경사노위 '2023 국제컨퍼런스' … "정부만으로는 어렵고 사회적 대화는 필수"

윤석열정부 1주년이다. 윤 대통령의 아젠다는 교육·노동·연금 개혁이다. 특히 노동 개혁에 방점이 찍혔다. 1년이 흐른 지금,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법치주의 확립은 긍정이지만 '노동정치'가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건설노조 간부 분신 사망과 근로시간 개편안을 둘러싼 여론 악화가 이를 잘 말해준다.
경색된 노정관계로 인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도 크다. 이런 가운데 12일 경사노위가 '더 나은 노동시장을 위한 사회적 대화' 2023 국제컨퍼런스를 열었다.
각국 노사정 대표와 국내외 전문가들은 "노사정이 함께하는 '사회적 대화'가 절실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플랫폼 노동' 등 새로운 고용형태 노무 종사자와 같은 노동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 노동관계법령도 미래에 걸맞게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석열정부 노동개혁이 변곡점을 맞은 지금, 경사노위가 이번 컨퍼런스를 계기로 얼어붙은 노정관계를 녹이고 사회적 대화의 정치로 노동개혁을 이끄는 견인차가 될지 주목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12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풀만 호텔에서 '2023 국제컨퍼런스-더 나은 노동시장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열었다. 개막식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왼쪽 일곱번째부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아포스톨로스 쥐라피스 국제노사정기구연합 사무총장. 사진 경사노위 제공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서울 중구 앰배서더 풀만 호텔에서 열린 '2023 국제 컨퍼런스' 개회사에서 "노사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법치의 토대 위에 낡은 제도를 현대화하고 불공정한 관행과 이중구조를 바로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개혁은 정부의 힘만으로는 가능하지 않고 노사의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이 절실하다"며 "노사가 함께 내일과 미래세대를 위한 대화에 동참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혁파할 과제 = 기조발제는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일자리연대 상임대표)가 맡았다. 김 교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우리사회의 불평등-저효율 구조를 대물림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혁파해야 할 과제로 짚었다.

김 교수는 "한국의 노동시장은 대기업(공공부문)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유노조와 무노조에 따라 교섭력과 노동조건이 달라지는 이중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며 "9.2% 중심부(대기업·정규직·유노조)와 31.1% 주변부(중소기업·비정규직·무노조)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가로막혀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중심부 임금은 주변부 임금의 월평균 6.7배에 달하고 근속연수는 6배, 국민연금 가입률 3배 등으로 그 격차가 크다.

김 교수는 "개혁의 기본방향은 유연성을 확보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해 입법과제와 비입법과제로 나눠 개혁의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하고 특히 사회적 대화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유연화로 실업률 줄어 = 이어 '선험국의 노동시장 정책과 시사점'을 주제로 세션1가 열렸다.

먼저 아포스톨로스 쥐라피스 국제노사정기구연합(AICESIS) 사무총장이 '유럽의 노동시장 정책과 시사점'을 주제로 발제를 했다. 그는 최근 유럽연합(EU)이 발간한 '고용상황 보고서'를 소개하고 "노동개혁을 통해 유럽은 전반적으로 실업률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쥐라피스 사무총장은 "EU 회원국들은 2010년대 초반 경제침체에 대응해 기업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고용보호 규정' '임금결정 방식' 등을 유연하게 수정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실직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고용가능성을 높여 노동시장을 빠르게 회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화 기술변화로 인한 노동시장의 비정형 노동자의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호창 호서대 법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정토론에서 "유럽의 경험을 보면 엄격한 고용보호 시스템이 있는 나라는 노동자의 고용안정성을 중시하지만 신규채용을 어렵게 해 청년 채용의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U, 폴랫폼 노동 '입법지침안' 발표 = 마아얀 메나쉬 캠브리지대 법학부 교수는 '새로운 형태의 취업자에 대한 유럽의 규율과 쟁점'에 초점을 맞췄다.

메나쉬 교수는 "영국 대법원은 플랫폼 운전기사를 자영업자가 아닌 노무제공자로 인정한 '우버'의 판례로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여전히 교섭에서 사용자가 우위에 있다"면서 "노동자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EU는 2021년 플랫폼사가 고용주인지 판단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오분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법지침안'을 발표했다"며 "입법지침안에는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뿐 아니라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성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남궁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EU 국가들은 다양한 취업형태 문제에 대해 나름의 해법을 탐색하고 있다"며 "고용계약과 노동자에 관한 고유의 규범과 개념을 재고해 입법적 대응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네가티브 방식' 파견법 개정 = 오가타 케이코 일본 난잔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의 노사관계 및 노동법 현황의 쟁점'에 대해 소개했다.

오가타 교수는 "일본에서 대체근로는 사용자에게 조업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허용하고 있지만, 공공직업소개소에 의한 소개 및 신규 파견근로자의 파견은 금지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 1985년 근로자판견법을 제정된 뒤 지속적인 개정을 통해 제조업 항만운송업 건설업 경비업 의료업을 제외한 모든 업무에서 원칙적으로 적용하는 네거티브방식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송강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1999년 파견법 개정 이후 특히 제조업에서 수요에 맞는 인재확보가 용이해지는 효과를 보였다"며 "우리도 이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션2에서는 '노동시장 진단과 사회적 대화'라는 주제로 노사정 대담을 진행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좌장으로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위원장, 이명로 중기중앙회 본부장 등 신생 독립노조와 중소기업, 정부와 외국 사회적 대화기구 관계자들이 참여해 사회적 대화 성공을 위한 개선 방향과 과제에 관해 토의했다.

송시영 위원장은 "노동시장은 다원화됐지만 관련 제도와 문화는 아직 과거에 머물러있다"며 "미래 노동시장은 현대화된 노동문화와 기업문화가 어우러져 진정한 노사상생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플랫폼 노동 '입법지침안'
①노동자가 받는 보수를 사실상 결정하거나 보수의 상한선을 설정 ②노동자가 일할 때 복장·두발·유니폼 등 외관, 고객에 대한 응대 방식, 업무수행에 관한 규칙을 따르기 ③전자적 방식 등을 통해 노동자의 업무 수행을 감독하거나 일의 결과를 평가 ④일하는 시간 혹은 일하지 않는 시간을 노동자가 선택할 자유를 제한, 일감(과업)을 수락하거나 수락하지 않을 자유를 제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대신해 노무제공을 하도록 할 자유를 제한하는 등 노동자가 노무제공을 스스로 조직할 자유를 사실상 제한하거나 이에 대해 제재를 가하기 ⑤노동자가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을 독자적으로 개척하거나 플랫폼이 아닌 다른 제3자를 위해 일할 가능성을 사실상 제한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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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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