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KT 선박무선통신 화성송신소 가보니

대서양에서 연근해까지 대한민국 선박 곁을 지킨다

2023-09-25 11:39:57 게재

84년간 뱃사람들에 육지 소식 전해 … 생존성 가장 높은 비상·긴급 통신 수단

지난 20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KT 서울무선센터 화성송신소. 서해 갯벌이 코앞인 넓은 부지에 느티나무 가로수길 양옆으로 수십미터 높이 거대한 안테나들이 줄지어 서 있다.

KT 서울무선센터 최충식 차장이 선박무선통신 송신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KT 제공


이곳은 대서양부터 연근해까지 뱃사람들에게 밤낮으로 육지 소식을 전해온 선박무선통신 시설이다. 선박무선통신은 단파(HF) 중단파(MF) 초단파(VHF) 대역의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육지-선박, 선박-선박을 연결해 재난구조 긴급통신 일반공중통신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KT에 따르면 화성송신소에는 단파용 안테나 33기와 중단파용 안테나 6기가 구축돼 있다. 단파용 안테나는 피쉬본(Fish-bone) 안테나로도 불리는데 생선가시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KT는 1939년 개소한 서울무선센터를 중심으로 84년간 선박무선통신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무선센터는 오대양을 항행하는 선박과 육지를 이어주는 국내 유일한 선박무선통신을 제공하는 곳이다. KT는 서울무선센터와 함께 화성송신소 천안수신소 등 전국 37곳의 원격 해안국을 운영중이다. 화성송신소는 단파와 중단파를 통해 먼 바다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과 함께 야간에 전국 원격 해안국을 관제하는 역할을 한다.

단파는 100km에서 200km 고도에서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전리층을 통과하지 못하고 지표와 전리층을 왕복하며 반사되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도 장거리 통신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지구 반대편 대서양에 있는 선박과도 통신이 가능하다.

경기도 화성시 KT 화성송신소에는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 등에 있는 선박과 통신을 연결하는 30여기 안테나가 줄지어 서 있다. 생긴 모습이 생선가시를 닮아 피시본(Fish-bone) 안테나로 불린다. 사진 KT 제공


중파는 2MHz대를 이용하는 지표파로 연근해(육지로부터 약 200km)를 지원하며 초단파는 150~162MHz대를 이용하는 직접파로 근해(육지로부터 약 40km이내)의 선박을 지원한다.

KT 선박무선통신 주요 서비스로는 선박무선전화, 선박 자동조난수신서비스, 선박무선전보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선박무선전보는 모스부호를 이용한 서비스로 지난 2월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선박무선전보는 80여년 동안 대서양과 태평양에 있는 선원에게 아내가 순산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기도 하고, 부친이 작고했다는 슬픈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2002년 월드컵 시즌에 한국경기가 있는 날에는 모스 부호로 경기 내용을 생중계 했으며 여기 저기 바다 한 가운데서 '감사하다'는 회신이 왔다고 한다.

선박무선전화는 육상 가입자가 선박과 통화를 원할 경우 선박전화 신청번호 105(전국동일, 무료전화)번으로 접수하면 무선국 교환원이 선박명 호출부호 선박위치 선원명 등 내용을 접수해 전화 연결을 해주는 방식이다

선박 자동조난수신서비스는 선박의 조난 등 긴급 상황 발생시 선박이 보유하고 있는 조난 단말장치를 통해 데이터 신호를 자동으로 송출하면 KT가 이 신호를 받아 해양경찰정으로 연결해준다.

KT가 제공하는 선박무선서비스는 2000년부터 보편적 역무로 지정됐다. 보편적 통신 역무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거나 시민 안전에 필요한 서비스로 모든 시민에게 언제 어디서나 적정 요금으로 제공되어야 할 기본적인 통신서비스다. KT가 운영하는 공중전화와 시내전화도 이에 속한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위성을 통해 산과 바다 어디든 통화를 할 수 있게 됐고, 많은 선박에서 위성전화를 이용하고 있지만 생존성이 가장 높은 비상·긴급 통신 수단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공익성 측면을 고려하면 포기할 수 없는 서비스다.

김기평 KT 서울무선센터장은 "예전만큼 통신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80년 넘게 바다 곁을 지킨 것은 KT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지금도 약 2500대의 선박이 KT 선박무선서비스를 통해 육지와 통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 =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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