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부세 줄었는데 지방채 추가 4곳뿐

2023-11-16 11:04:02 게재

전체 발행 규모도 3년 내 최저

정리추경서 재정운용능력 확인

"긴축시기가 재정분권 논의 적기"

올해 지방교부세 교부액이 11조6000억원 감소하고 지방세 수입도 줄면서 지자체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올해 정리추경에서 세입감소에 따른 지방채 추가발행을 계획하는 지자체는 243개 지자체 가운데 단 4곳 뿐이다. 재정감축에 대한 지자체들의 대응 준비가 그만큼 탄탄하다는 얘기다.

16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지방교부세 교부액이 11조6000억원 줄어든 반면 지자체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비축해둔 가용재원은 약 2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 18조원, 순세계잉여금 2조원, 지역개발기금 3조원, 세외수입 1조4000억원, 그리고 예비비 1조6000억원이 지자체들이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이다.

물론 이 역시 지자체별 편차가 있다. 예산대비 가용재원 부족규모 비중이 5% 이상인 곳은 6곳 정도다. 전남 광양이 8.6%로 가장 높고, 전남 영암 7.7%, 경남 하동 5.5%, 강원 홍천 5.2%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지자체 중에서도 부족한 재정을 매우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곳은 없다.

지자체들의 가용재원 확보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강원도는 공유재산을 매각하고 도비보조금 반환수입, 지역개발기금 활용 등의 방법으로 추가 세입을 확보했다. 부산 기장군은 산업단지 분양대금, 폐기물처리수수료 등으로 부족한 예산을 충당할 계획이다. 전북 순창군은 공공건축물기금 등 성과가 없는 기금을 과감하게 폐지하기로 했다.

통합안정화기금 활용 확대 노력도 눈에 띈다. 인천 연수구는 그동안 운용하지 않던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신설했고, 서울 중랑구·인천 강화군, 경기 광주시, 충남 부여군, 전북 진안군, 전북 부안군, 경북 문경시 등 7곳은 조례상 사용비율을 높여 재정안정화에 활용하고 있다.

세입 마련이 어려운 곳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 경남도는 발주가 지연된 지방도로 건설을 미뤘고, 강원도는 신청사건립기금 전출금을 삭감했다. 전남 해남군은 복합체육문화센터 등 지연사업 예산을 줄였다.

물론 지방채를 추가 발행해 재정위기 상황을 극복하려는 지자체들도 있다. 행안부 지방재정협력점검단에 따르면 올해 세입감소로 인한 지방채 추가 발행을 계획하는 지자체는 광주시, 대전시, 충남 보령시, 전북 전주시 4곳으로, 규모는 2290억원 정도다. 정리추경 때 경기 부천시가 20억원, 전남 장흥군이 1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할 계획이지만, 이는 당초 계획대로 지방채를 발행하는 곳이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재정위기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재정상황은 우려할 만하다. 지방교부세가 올해와 비교해 23조원 정도 줄어드는데다 지방세 수입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내년 예산안을 수립하면서 17개 시·도 가운데 절반 정도가 지방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광주시가 3000억원 규모의 지방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고, 충북도도 15년 만에 지방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광역지자체에서만 10여 곳이 지방채 발행 계획이 있다.

전문가들은 자주재원 확충, 자율성 확대 등 지자체 중심의 재정운용 강화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재정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재원 부경대 교수는 "긴축 시기에는 중앙정부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정분권에 적극 나서는 경향이 있다"며 "오히려 지금이 지방의 재정 자율성 확대를 적극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재정상황이 천차만별인 지자체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일부 소멸 우려가 있는 지자체는 오히려 재정분권이 독이 될 수 있고, 특례시처럼 인구 100만명이 넘는 지자체는 광역 수준의 재정분권이 필요하다"며 "지자체 각각의 특성에 맞도록 재정분권 형태를 세분화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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