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명 데이터교실│경상북도·내일신문 공동 기획

고등학교 수업 속으로 들어간 '건강수명'

2023-11-21 11:04:31 게재

경상북도, 지역 특성 고려한 '경북형 건강수명 연장 프로젝트'의 하나로 시도

경상북도내 10개 고교에서 수업 후 우수 건강수명 탐구보고서 경진대회 예정

경상북도가 주최하는 '건강수명 데이터 기반 통계 활용 및 기초실습 교실'이 진행 중이다. 경북도 내 일반계고등학교 10개 학교가 대상이다. 수업은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첫 수업에서는 통계 전문 교수와 석·박사급 연구원이 건강수명 데이터를 활용한 통계 분석 방법을 가르친다. 두번째 수업에서는 1차 수업을 바탕으로 팀별로 정한 탐구 주제를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대구경북 지역 의대, 간호대 교수들이 직접 지도한다.
지난 9일 대구가톨릭대학교사범대학부속무학고등학교(경산시)의 건강수명 탐구 주제 발표 수업 현장에 다녀왔다. 단순한 생존수명이 아닌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에 관심을 갖고 대안을 모색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진지하다.

지난 11월 9일 진행된 2차 수업에서 탐구 주제를 발표하는 경북 경산시 무학고 건강수명 데이터 교실 참가 학생들. 사진 조진경 리포터


"지금까지 주관적 비만 인지율과 비만율, 체중조절 시도율의 관계를 서울시 서초구, 강남구, 종로구를 중심으로 통계 분석해봤습니다. 코로나19 기간에 집에 주로 있으니 주관적 비만 인지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있으면 해주세요."

"그런데 왜 서울지역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건가요?"

"아, 그건 자료가 많았기도 하지만, 제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어서입니다."

"하하하하하"

학생들의 웃음이 터진다. 이어지는 김건엽 경북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의 조언.

"코로나 시기에 비만이라는 변수를 잘 선정한 것 같아요. 서울에 25개 자치구가 있는데 지역 간의 격차도 있으니 강남에 하나를 정하고 강북의 취약지역을 비교해서 보면 좀 더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 같네요."

◆건강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인은? = 발표는 시종일관 진지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정규 수업이 끝나고 저녁에 참여하는 수업이었지만 흐트러지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모두 9개 조, 30여 명의 학생이 '인구밀도, 우울증과 사망률 사이의 관계 분석' '비만율, 주관적 비만 인지율, 체중조절 시도율과의 관계' '건강수명과 당뇨, 고혈압, 비만율과의 관계' '요양기관 수가 지역 건강수명에 미치는 영향' '스트레스, 우울감과 고의적 자해의 관계 분석' 등의 주제로 탐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탐구보고서 심사를 담당한 김 교수는 "보통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두 학기에 걸쳐 통계와 연구방법론을 배우는데 하루의 통계 수업으로 이렇게 다양한 주제가 나왔다는 점이 놀랍다"며 "대학생들은 보통 같은 데이터를 주면 비슷한 주제가 나오는데 고등학생이라 그런지 창의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하고 지역도 굉장히 다양하게 선정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발표에 참가한 학생들은 정확히 알지 못했던 통계 개념을 배우고 실제 사회현상에 적용해 변수들과의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어 매우 유익한 수업이었다고 말한다. 의학 계열로 진학을 원하는 손동학 학생은 "쌍체 T-검정이나 선형회귀분석 같은 통계 용어를 처음 들어서 어려웠지만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직접 해보니 이해할 수 있었다"며 "2학년 때 배우는 통계 부분을 미리 공부할 기회가 되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동학 학생은 교통사고가 줄어드는 지역의 요양기관 수가 지역 건강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봤는데 인구수가 비슷하면서 대전제에 부합한 실험군과 대조군 지역을 찾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정수환 학생은 수업을 들은 후 전반적인 내용을 인터넷으로 공부하고 식 풀이는 유튜브나 다른 매체를 활용해 공부했다. 이제는 원리를 설명할 정도로 이해 하게 된 것 같다고. 수환 학생은 "이제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어떤 자료든 분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선형회귀분석을 해보니 변수 간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보다 좋은 경험은 없었다" = 학생들의 발표가 끝나고 1등과 2등 팀이 가려졌다. 1등은 스트레스·우울감과 고의적 자해의 관계, 구강 교육의 실질적 효과와 그에 관한 분석 등 두 가지 주제를 탐구한 7조가 차지했다. 두 가지 관계가 없는 주제를 나열한 것은 어색하지만 논리성이 뛰어나고 일목요연하게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전달력이 뛰어난 점이 점수를 얻었다. 2등은 교통사고가 줄어든 지역의 요양기관 수가 지역 건강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5조에게 돌아갔다. 인구수와 교통사고 수가 비슷한 경주와 경산, 김천과 안동시를 비교해 병원 등 요양기관 수와 건강수명과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했다. 일관된 결과를 도출하진 못했지만, 주제가 가장 참신했고 결과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학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런 활동을 제공해주어서 많이 도움이 되었다", "고등학교 생활하면서 지금까지 이런 좋은 경험은 없었다", "적절한 자료를 어디서 어떻게 찾는지 자료 검색 방법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등의 소감을 전했다. 수업을 진행한 김원영 교사는 "'확률과 통계'를 안 배운 1학년들이 많았는데 5시간 정도 통계 수업을 듣고 수학적으로는 좀 부족하더라도 저 정도 결과물을 도출한 것을 칭찬해주고 싶다. 대입을 준비하며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아주 뜻깊은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한 10개 학교의 1등 팀은 12월 말에 개최되는 우수탐구보고서 발표대회에서 우열을 겨룰 예정이다.

김규철 최세호 기자 · 조진경 리포터 jinjing87@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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