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유니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내부통제 전문가)

"규정따로 관행따로 … 준법문화 확산 절실"

2013-12-16 11:14:57 게재

"최고 경영진에게 준법문화조성 실패 책임 물어야"

금융권의 화두가 내부통제로 쏠려 있다. KB국민은행에선 도쿄지점 부당대출 의혹, 국민주택채권 횡령 사건이 벌어졌다.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에선 사상 최대규모로 고객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준법문화와 내부통제만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면 예방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부통제 분야 전문가이자 금융 전문 변호사인 김유니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금융사들의 내부통제와 관련한 진단을 부탁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권에 내부통제와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1996년부터 프랭클린템플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씨티은행 등 글로벌 금융기관과 하나금융지주 등에서 법무·내부통제·컴플라이언스 담당 부사장을 지낸 바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권의 내부통제에 대해 '하드웨어는 선진국 수준, 소프트웨어는 초보 수준'이라고 짚었다. 제도적인 면에서는 어느 나라에 견줘 봐도 부족하지 않지만 실제 그 규정을 지키려는 집행 의지, 내부통제의 중요성 인식, 문화적 확산 정도에서는 터무니 없이 취약한 수준이라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내부통제 관련한 법이나 제도는 선진국과 비교해봐도 뒤떨어질 게 없어요. 오히려 모든 금융업 관련 법과 상법에서 명시적으로 준법감시인의 임명, 역할과 책임을 요구하는 등 더 잘 만들어진 것도 있고요.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엄격하게 준수하는 준법문화가 구축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된 거예요."

내부통제와 준법감시제도는 도입된 지 13년이나 됐지만 우리나라 금융사에서 내부통제 관련규정은 감독당국의 검사나 내부감사에 대비해 존재하는 것일 뿐이고, 실제 행동은 상당 부분 오랫동안 익숙해진 그리고 제도와는 동떨어진 관행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사회나 경영진들부터도 내부통제나 준법감시제도를 형식적인 겉치레로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진정한 준법문화를 조성되지 않은 탓이다.

"문화라는 건 결국 위에서부터 아래로 전파되는 겁니다. 최고 경영진, 이사회부터 내부통제와 준법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기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가는 회사에서 쫓겨난다는 메시지를 주고 또 경영진이 솔선수범을 해야만 그게 실무진까지 전해지는 거죠. 그러면서 문화가 형성되고 감사 받는 것과 관계없이 준법적으로 행동하는 문화가 갖춰지는 거예요."

그래서 김 교수는 내부통제 문제 발생시 최고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뜻 생각하면 위법행위가 그 행위를 저지른 당사자들만의 문제로 생각될 수 있죠. 높은 자리에 있는 경영진들이 직원들이 비리 저지르는 것까지 어떻게 알겠느냐고도 하고요. 하지만 직원들이 그런 행동을 할 수 없게끔 조직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사람은 최고경영진들이고, 이들에게는 준법문화를 조성하지 못한 실패에 따른 감독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최고경영진의 책임이 중요한 이유는 실제 효율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선 경영진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위법행위가 발생하더라도 경영진이 평소에 준법문화 구축을 위하여 노력했다면 그 노력을 인정해 형법·민법·행정적인 책임이나 처벌을 부분적으로, 또는 경우에 따라 전부 면책하는 미국의 예를 들었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동기부여를 통해 이사회와 최고 경영진이 준법문화 조성에 앞장서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경영진의 준법문화조성을 위한 노력을 인정하기보다는 위법행위 발생에 따른 결과론적인 책임을 묻기 때문에 최고경영자들이 내부통제 제도를 비용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KB국민은행의 사례에 대해 김 교수는 "내부통제 문제는 KB국민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금융사에서 그런 일이 발각되지 않았다고 해서 정말로 적절하게 내부통제가 이뤄지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솔선수범도 금융권 전체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최고경영자들은 금융당국이 내부통제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상당히 민감하죠. 그런데 금융당국이 겉으로만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실제로는 내부통제를 중시하지 않는다고 느끼면 경영자들도 덩달아 내부통제에 신경쓰지 않게 됩니다. 전체 금융권에서 준법문화를 강화시킬 수 있는 주체는 금융위나 금감원같은 정책당국이라는 점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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