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신기후체제 가름할 유엔 기후정상회의

기후변화 리더십 제고냐, 후퇴냐 기로에 선 한국

2014-09-17 12:42:43 게재

MB정부 '온실가스 BAU 대비 30% 감축' 선언 … 최근 온실가스 감축 완화 발표로 국제사회 이목 부담

16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 유엔 총회 계기에 각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유엔 기후정상회의도 열릴 예정이다. 23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리는 기후정상회의는 'POST-2020' 신기후체제 도출을 위한 각국의 정치적 의지를 결집하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 전환점이 될 이 회의에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해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노력과 역할을 밝힐 예정이다.

◆기후변화에 선도적 대응했던 한국 = 박 대통령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로서 우리 정부의 역할을 밝히고 기후변화 대응을 창조경제의 핵심과제로 삼아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창출해나가겠다는 우리 정부의 방침에 대해서도 설명할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시 우리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에 선도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2009년 코펜하겐 당사국 총회에서 우리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개발도상국에 감축목표로 권고한 최고 수준으로, 다른 개도국들처럼 재원과 기술지원도 조건으로 내세우지 않은 감축 공약으로 주목을 받았다.

선진국과 개도국이 기후문제에 대한 '역사적 책임'과 '현재와 미래에 대한 책임'을 구분해 대립해오는 상황에서 중견국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전문가들도 우리 정부가 포스트 2020 체제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중견국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오면서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다고 봤다.

2009년에는 아세안 10개국과 중국, 몽골을 초청해 '동아시아 기후포럼'을 개최하는 등 기후변화의 한국 리더십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 또 개도국의 기후변화대응 및 녹색성장 정책수립 지원을 위해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를 우리나라 주도로 출범시키고 2012년 10월에는 국제기구로 전환하는 데도 성공했다.

또 주요 갈등 요소인 기후재정 문제도 외면하지 않았다. 201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재정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인천에 유치하면서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보였고, 동아시아기후파트너십(EACP)를 통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2억 달러를 개도국의 녹색정상을 지원했다.

 

 


◆흔들리는 '기후변화 리더십' = 국제사회의 기대를 받으며 기후변화 리더십을 키워왔던 정부는 국내 온실가스 감축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해오면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2013년 도입 예정이었던 배출권 총량거래제는 2015년 이후로 미뤄졌고, 지난 2일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2015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대상 기업의 감축 의무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업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 업종에 걸쳐 감축률을 10% 줄이기로 한 것이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도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돼 있었으나 시행시기를 2020년 말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

배출량 감축 의무 완화와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시행 유예로 전 세계를 향해 공언했던 감축 목표가 수정돼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정부는 2020년 배출전망치(BAU) 재조정을 검토 중이다.

인천에 사무국을 유치한 녹색기후기금(GCF)의 기금 조성 문제도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1000억달러(한화 약 100조원)를 조성하기로 한 녹색기후기금에 현재까지 일부 국가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은 금액은 60억달러 정도다. 지난 7월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 경쟁국이었던 독일이 10억달러 지원을 약속하면서 GCF 사무국 유치국으로서 재정지원 압박은 더 세지고 있다.

기후변화 이슈에 적극적이었던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 등에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교량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배출량 높아 개도국 지위 유지 부담 = 포스트 2020 감축 목표 설정에 따라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2015년 3월까지 2020년 이후의 감축 계획에 대한 정보를 유엔 기후변화 사무국에 제출해야 한다. 우리나라 역시 이 일정에 맞춰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및 관련 정보를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최근 증가량이 주요국 중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준 배출량 순위는 2010년 기준 세계 11위로 1.3%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주요 배출국으로서 우리나라에 대한 의무 감축 및 감축 목표의 상향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감축 의무가 적은 개도국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신기후체제에서의 새로운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신기후체제에서 우리나라가 의무 감축 부담을 회피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의무 부담을 수용한다 하더라고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경제적 경쟁관계에 있는 나라들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수준에서 의무 부담을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우리의 여건을 최대한 반영하고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효과적 신기후체제 창출에 건설적 기여, 특히 선·개도국간 가교역할로 협상 진전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다소비 업종 포함 높은 제조업 비중은 높은 산업구조 등의 고려해 기존 선진국과 같은 높은 수준의 감축은 어렵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국가 내부적 대응이 늦어지면서 신기후체제에서 기존에 축적했던 리더십을 유지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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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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