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이희호 여사 방북, 남북관계 개선 불씨로

드레스덴 구상 실현, 더 뜸들일 시간이 없다

2014-11-26 13:37:43 게재

2013~2014년 대북지원 규모, 이명박정부 4~5년때와 비슷 … 대북지원 활성화로 관계개선 해나가야

지난 9월 인천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잠시 해빙기를 맞았던 남북은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갈등을 겪으며 당국간 대화 기회를 날려버렸다. 지난 2월 1차 고위급접촉 후 8~9개월 만에 남북이 마주앉아 관계개선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였지만 결국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물론 기회는 다시 온다. 기회를 또 허무하게 보내버릴 것인지 모멘텀을 살려나갈 것인지는 정부의 선택에 달려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 계획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희호 여사, 인도적 지원 목적 방북 계획 =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이 여사는 "북한 아이들이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에 겨울 같은 추울 때 모자와 목도리를 겸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짰다"며 "북한을 한번 갔다 왔으면 좋겠는데 대통령께서 허락해줬으면 좋겠다"고 방북 허가를 요청했고 박 대통령은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에 따라 지난 21일 김대중평화센터 및 대북지원단체인 '사랑의 친구들' 관계자들이 방북해 북측과 실무접촉을 가졌고 이 여사가 육로로 평양을 방문하는 데 합의했다. 구체적인 방북시기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남북관계에 불신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과 경제적 협력은 남북간 신뢰를 쌓아가는 역할을 해왔다. 박근혜 정부 역시 '드레스덴 선언' 등을 통해 남북간 신뢰 제고를 위한 방편으로 인도적 지원 등을 거론해왔다.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에 변화를 줄 계기로 이희호 여사 방북 이슈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야권에서는 이희호 여사의 '대북특사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드레스덴 선언, 그 이후 = 지난 3월 박 대통령은 독일 드레스덴 공대에서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공동 구축'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 등을 북한 당국에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냉랭했다. 북한은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드레스덴 선언을 '흡수통일' 논리이자 '황당무계한' 궤변으로 매도하면서 '배고픔' '고통' 등 없는 사실까지 날조하여 북한을 비방·중상 했다고 비난했다.

연초 드레스덴 구상까지 밝히며 대규모 지원·협력을 공언했지만 북한의 거부에 지난 9월까지 정부의 대북 지원 규모는 109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는 이명박 정부 4~5년차 196억원(2011년), 141억원(2012년)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협력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 이를 위한 '준비'는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통일준비위원회에서는 드레스덴 구상 이행을 위한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 지난 24일 통일준비위 주최로 열린 '남북농업협력' 세미나도 그 일환이다.


통일부는 드레스덴 선언 이행을 전담할 부서 신설을 추진중이다. 지난 5일 통일부 는 교류협력국 산하에 '인도개발협력과'를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도개발협력과는 북한의 영유아와 임산부를 지원하는 '모자 패키지' 지원 사업 등 국제기구를 통한 대규모 대북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업무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지원을 위한 예산도 배정했다. 지난 9월 정부는 18일 제266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국제기구의 북한 모자 보건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 1330만달러(한화 약 138억원)를 지원하는 남북협력기금 지원안을 심의·의결한 바 있다.

결국 대북지원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정부의 의지'라는 게 대북관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과거 김대중정부 때에도 집권 첫 2년 동안에는 대북 지원을 활성화하지 못했다.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 북한이 '흡수통일'을 위한 술책으로 치부하고 불신하는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북한이 김 대통령을 실명 비난하며 적대적 입장을 보였지만 꾸준히 북한을 설득해 나간 결과 신뢰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

 

 

◆북한 아동 영양상태 여전히 '열악' = 올 상반기 발표된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영양상태는 세계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이 공개한 '2014년 세계발전지표'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생산량은 최근 3년 연속 5%씩 증가했지만, 식량부족 상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은 2012년 유엔의 조사를 인용해 5세 이하의 북한 아동 중 영양실조로 저체중 상태인 비율이 전체의 19%이며 북한 주민 3명 중 1명은 건강 유지를 위한 영양분 섭취를 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5세 이전에 사망하는 북한 아동의 수는 2012년을 기준으로 1000명당 29명으로 2011년의 33명보다는 줄었지만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임신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북한 산모의 수도 2010년 기준으로 10만명당 81명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았으며 결핵환자 수는 2012년 기준으로 10만명당 409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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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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