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개정 도서정가제 원년, 지역서점엔 '골든타임' ①

"지자체가 수의계약으로 지역서점 숨통트게 해야"

2015-02-06 12:00:01 게재

의정부시 서점 14곳 불과 … 경영난에 1년 사이 2곳 줄어

34년째 운영 김씨 "도서관에 800만원어치 납품, 큰 도움"

지역서점이 사라진지 오래다. 개인이 골목에 작은 평수로 꾸리던, 동네 사랑방 같던 지역서점은 '전멸'했다고 봐도 좋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개정 도서정가제'의 시행이다. 정가제를 둘러싼 여론은 엇갈리지만 최소한 '지역서점을 살릴 수 있다'는 데만은 출판생태계 주체들과 시민들이 모두 동의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가제 시행만으로 지역서점들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내일신문은 지역서점을 살리는 '골든타임'인 2015년 개정 도서정가제 원년, 서점생태계를 둘러싼 각 주체들이 어떻게 해야 지역서점이 살아나고 독서생태계가 강화될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2015년 2월 현재 의정부시에는 모두 14곳의 지역서점이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6곳이었다. 경영난에 1년 동안 2곳이 문을 닫았다. 의정부시는 지난해 도서관 예산의 20%인 7700여만원 어치의 책을 지역서점에서 구매하는 등 그나마 여건이 좋은 편이었다.

개정 도서정가제를 적용받는 올해부터는 시 자료구입비 예산 전체인 3억7500만원 어치의 책을 지역서점과 지역총판업체를 통해 구매할 계획이다.

민락서점 주인 김성진(62)씨는 "의정부에서 서점을 34년째 운영하고 있다"면서 "워낙 서점이 잘 안 되니까 '그만 둘까' 늘 생각하던 차에 과학도서관에 800만원 어치의 책을 납품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의정부, 도서관과 지역서점 '멤버십 포인트'

의정부시는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서점과의 상생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공공도서관과 지역서점을 연계한 '멤버십 포인트' 제도를 시행했다. 시민들은 공공도서관 대출 실적을 지역서점에서 포인트로 활용, 책을 살 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0~12월 시범운영 기간 동안 가입 회원 1134명, 적립 포인트 442만포인트, 사용 포인트 217만포인트에 달했다. 박영애 의정부시 지식정보센터 팀장은 "시민들의 도서관 이용을 활성화하고 지역서점도 자신의 서점을 이용한 데 대한 혜택을 시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면서 "이는 결국 독서생태계 강화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개정 도서정가제가 주는 희망이다.

그러나 의정부시의 사례는 이례적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한국서련)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경기 성남시·파주시, 서울시교육청 등이 지역서점과의 거래를 추진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혹은 교육청이다.

"공공도서관 납품, 이뤄져야"

아직도 대부분의 지자체는 '지역서점과의 상생'에 소극적이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몇 차례 공문을 보내는 등 지자체와 지역서점의 거래를 독려하고 있으나 일선 현장에서의 움직임은 적극적이지 않다. 대규모 물량인 '공공도서관 납품'이 현실화돼야 지역서점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다.

한국서련은 지자체가 2000만원 미만의 수의계약을 통해 지역서점과 거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행정자치부 예규 '지방자치단체 수의계약 운영 요령' 등에 근거, 2000만원 미만의 거래일 경우에만 수의계약이 가능하며 2000만원 이상의 거래일 경우 지역서점이 아닌, 입찰에 참여하는 어느 업체라도 선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수열 한국서련 정무위원장은 "가격 경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서점이 아닌 업체들이 공공도서관 구매업체 입찰에 참가,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지자체들이 지역서점과 상생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공공도서관을 포함, 지자체들은 통상 자료구입비 1년 예산 전체에 대해 입찰을 통해 '연간 계약'을 해 왔기 때문에 수의계약을 통해 지역서점과 거래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번거로울 수 있다.

이에 대해 박 팀장은 "정가제 시행 이전부터 수의계약으로 지역서점과 거래해 왔다"면서 "번거로울 수 있지만 지역서점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지역서점 1994년 5683개, 2013년엔 1625개

["2015 개정 도서정가제 원년, 지역서점엔 '골든타임'" 연재]
- ①"지자체가 수의계약으로 지역서점 숨통트게 해야" 201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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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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