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통일 포커스│위기 앞에 놓인 개성공단

북한 일방적 조치에 개성공단 국제화는 먼 얘기

2015-03-11 12:56:40 게재

북 '임금 인상' 일방통보 … 정치적 압박, 경제적 실리 의도

개성공단이 북한의 일방적 조치 때문에 다시 분란을 겪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3년 북한 근로자의 일방적 철수로 6개월 가까이 가동이 중단됐던 개성공단은 올해 북한의 일방적 임금 인상 통보로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개성공단 의류업체에서 근무중인 북측 근로자들. 연합뉴스


◆북한의 막무가내식 조치 = 지난해 11월 북한은 개성공단 관련 노동 규정을 개정했다고 우리측에 통보해왔다.

북한은 기존의 5% 상한과 남북간 합의 조항을 삭제해버리고 '월 최저노임은 총국이 해마다 결정한다'고 정했다. 노임의 15%로 규정돼 있던 사회보험료도 노임에 가급금이 포함된 임금의 15%로 변경했다.

또 △1년 이상 근무 후 퇴직시 퇴직보조금 지급 ('기업 사유로 퇴직하는 경우' 삭제) △근무연한, 기술수준 등에 따른 가급금 지급 (신설, 사실상 장려금 성격) △임금직불제 폐지 등 총 13개 조항을 개정했다.

북은 일방 개정한 노동 규정을 토대로 3월부터 월 최저임금을 74달러로, 사회보험료로도 가급금 포함 임금의 15%를 적용한다고 지난달 통보해왔다. 북이 일방 통보한 74달러는 70.35달러였던 기존 월 최저임금에서 5.18%를 올린 것이다.

최저임금과 사회보험료 산정 방식이 바뀌면 기업들이 북한 근로자 1인당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월 155.5달러에서 164.1달러로 5.53%(8.6달러) 정도 높아지게 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북한의 일방적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은 지난 2013년 7차례의 실무회담을 통해 합의한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 방안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

당시 남북은 통행·통신·통관(3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시적 통행 보장, 인터넷 통신과 이동전화 통신 공급, 통관 절차 간소화, 통관 시간 단축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한 바 있다.

합의에 따라 3통 문제에 대한 논의를 마치고 관련 설비 설치에 들어갈 즈음 북한은 갑자기 협의를 회피하고 대북 전단문제를 제기하며 합의 이행을 거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3통문제 분과위 개최를 하자고 했는데 나중에는 개최 통지문 자체도 접수하지 않고 군부로 직접 연락하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3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개성공단은 출입을 위해서 3일 전에 출입계획서를 내야하고 인터넷이나 휴대폰도 사용할 수 없다.

재가동 합의 당시 남북은 통지문 접수를 위해 공단에 사무처를 두기로 했으나 북한은 지난해 10월부터 사무처장을 공석으로 두면서 사실상 공단내 의사소통 채널을 무력화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리가 발생하지 않는 소모물자에도 영업세를 매겨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받아가기도 하고 북측이 만든 과자를 구입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기업인 억류, 자의적 벌금 부과 등의 내용을 담은 '기업창설운영규정 시행세칙'을 만들어 통보하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구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기가 막힌 조항을 만들었다"며 "사회주의 체제의 일방적 행동을 시정하지 않으면 북한에 대한 투자는 대단히 위험하다는 인식만 퍼지게 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일방적인 행동에 대한 입주기업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한 해결과제'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북측의 일방적인 행동'을 꼽은 기업이 2012년 11.8%에서 2014년에는 23.0%로 2배 이상 늘었다.
 

정부, 개성공단 업체와 북 임금인상 대책 논의 | 북한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데 대한 대책회의가 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일방적 조치, 왜? = 북한이 최근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임금을 인상한 데는 정치적 경제적 요인이 모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개성공단에서 일방적 조치로 나타난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박근혜정부가 미국과의 대북압박 공조에만 관심이 있고 남북관계 개선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그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간 주도권 싸움이 개성공단에서 두드러졌다는 지적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개성공단이 북한에 있기 때문에 북한이 주권국가로서의 주권행위를 확실히 하려는 것이고 반면 박근혜정부는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것이 접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화벌이라는 경제적인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외화벌이 목표치 달성이 어려우니까 임금 규정을 고쳐가면서까지 임금 인상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금 문제는 북한이 중국 등 해외로 인력송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개성공단의 임금 수준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다는 인식을 가지면서 갈등 조짐을 보여왔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을 해외근로자 임금 수준인 300달러 정도로 만들려는 의도를 가지고 최저임금을 인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북한의 일방적 노동규정 적용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기업들이 북한의 임금 인상 요구에 따르지 않도록 독려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다음달 10~20일 3월 임금 지급일 이후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남북 갈등이 재연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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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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