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 │ 일본 교과서 '독도 일본 영토' 주장

아베 내각, 미래세대에 수정주의 역사관 주입 '혈안'

2015-04-08 11:00:12 게재

매년 검정 일정 … '일본교과서 도발' 내년·내후년 되풀이 우려

전후 체제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20년'을 복원하려는 일본 아베 정권이 미래세대에게 수정주의적 역사관을 심어주는 조치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고노 담화 검증 보고서를 발표해 일본군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정하는 행보를 보이는 등 한일 과거사 갈등을 격화시킨 일본은 미래세대에게까지 양국간 갈등 상태를 계승시킬 모양새다.

독도체험관 찾은 초등학생들 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독도체험관을 찾은 서울 은빛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독도 모형을 살펴보며 독도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전날 일본 정부는 한국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담은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한 것에 이어 2015년판 '외교청서'에도 부당한 주장을 담은 것으로 7일 알려져 한국 정부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일본의 우경화 행보는 지난 2013년 말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됐다. 그런 점에 비춰 이번 중학교 교과서의 '독도 도발'은 예견된 사건이었다.

◆지난해 1월, 예정에 없던 해설서 개정 = 보통 일본은 10년에 한 번꼴로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하고 그에 따라 해설서를 개정한다. 이 추세에 따르면 2016년(2016년 4월∼2017년 3월) 해설서가 전면 개정될 예정이었지만 일본 정부는 지난해 이례적으로 조기 개정을 단행했다.

지난해 1월 28일 일본 정부는 중·고등학교 교과서 제작지침이 되는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가 자국 고유 영토'라는 내용을 명시하는 방안을 공식 결정했다.

당시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은 해설서 개정에 대해 "고유의 영토를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은 국가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2008년 있었던 해설서 개정에서 일본 정부는 중학교 해설서에만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취지의 주장을 담고 고교 해설서에서는 독도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개정 해설서와 기존 해설서를 비교해보면 중고교 지리 과목에만 한정됐던 독도 관련 내용이 중학교 역사와 공민 과목까지 확대됐고 고등학교 일본사, 현대사회, 정치경제 과목까지 포함됐다. 기존 해설서에는 일본과 한국 사이에 독도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정도로 설명했지만 개정 해설서에는 독도가 일본 고유영토이나 한국에 의해 불법점거돼 있고 이에 대해 누차 항의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개정 해설서의 특징에 대해 김영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일본이 과거 고등학교 지리와 공민 교과서를 통해 독도를 영토문제로 제기하는 수준을 넘어 현재는 역사 교과서에서 내셔널리즘을 강조하면서 독도를 역사문제로 확대시켰다"고 분석했다.

◆'한국 독도 불법점거' 기술, 4종→18종 =새로운 해설서가 적용된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6일 일본 문부과학성 검정 발표에 따르면 일본 사회과의 역사(8종)·공민(6종)·지리(4종) 등 3개 과목 총 18종의 교과서에 모두 독도 관련 기술이 들어갔다.

이 18종 중 '한국의 독도 불법 점거' 주장을 실은 교과서는 13종으로, 개정 전 4종보다 3배 이상 높아졌다.

'독도는 일본 땅' 주장하는 일본 중학교 교과서 6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거친 중학교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 이들 교과서는 독도를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로 표기하고 "일본 고유영토임에도 이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설명을 실었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한가지 다행인 것은 현행 중학교 교과서에서 완전히 사라진 일본군위안부 관련 내용이 들어간 '마나비샤' 교과서가 이번 검정을 통과했다는 점이다. 이 교과서에는 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한 고노 담화의 요지와 처음으로 자신이 군위안부였다고 밝힌 고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이 포함됐다.

위안부 관련 기술은 1996년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모든 역사교과서에 기술됐다가 점차 축소돼 2011년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서는 모두 없어진 상태였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일본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다시 중학교 역사교과서에 위안부 기술이 등장한 것은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2016, 2017년에도 교과서 '도발' 가능성= 일본교과서는 기본적으로 4년을 주기로 '편집-검정-채택-사용'이 진행되는데 이 주기에 따르면 향후 몇년간 '독도 도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된 해설서를 적용한 중학교 교과서 검정발표가 올해 있었고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고등학교 중학년용과 고학년용 교과서 검정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 문제는 미래세대에 갈등의 씨앗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이다. 아베 정부의 우경화 시각이 현재 중고교 학생들에게도 확산된다면 앞으로 새로운 한일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도 양국의 미래세대가 잘못된 역사인식을 갖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남상구 연구위원은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등 역사인식과 관련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은 "우리들은 역사연구, 역사교육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오랫동안 기억하면서 동일한 과오를 결코 반복하지 않는다는 굳은 결의"를 밝히며 과거사에 대해 성찰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현 아베 정권이 과거사 청산에 대해 전향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이 때문에 한일관계 개선 전망은 부정적이다. 오는 29일 미국을 방문하는 아베 총리가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역사문제에 대해 진일보한 언급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로 인해 한국과 일본이 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모멘텀을 살려나가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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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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