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 │ 사드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고차방정식

미, 한중 밀월 견제 … 중, 대중국 포위전략 반대

2015-04-22 11:18:36 게재

사드 배치시 북중 관계개선, '북핵 능력 강화' 가능성도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한국 배치 문제가 동북아 지역에서 예민한 안보 이슈로 부상했다. 정부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미국의 요청도, 협의도, 결정된 것도 없다'는 '3NO' 입장을 확인했으나 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드 한국 배치를 염두에 둔 미국과 이를 반대하는 중국 등은 자국의 외교·안보 이익 극대화를 위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국 "사드는 중국 겨냥한 것" = 중국은 사드 한국 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가장 직접적인 언급은 지난해 11월 추궈홍 주한중국대사에게서 나왔다. 추 대사는 국회의 한 간담회에 참석해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 시스템의 적용범위가 2000km가 넘는다"면서 "이것은 북한 미사일 방어 목적을 넘어서는 거리로, 사드 배치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을 목표로 한 것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으로 북한이 남한을 겨냥한다면 원거리 미사일이 아니라 단거리 미사일일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북핵 방어, 북한 미사일 방어에 효과가 없는 것"이라면서 "사드 배치는 중국 안전에 해롭고, 북한을 자극하고, 한중관계에도 크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의 표면적인 이유는 '북한 자극'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은 "한 국가가 안전을 도모하려면 지역의 평화안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내기도 했다.

북한 자극 외에 중국이 사드 배치를 용인할 수 없는 이유는 미국의 대중국포위 전략에 한국이 동참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가 '한중관계의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중국은 사드 배치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 체계에 한국이 기능적으로 가입하는 것으로 본다"면서 "이 미사일 방어체계가 미국의 대중국견제 및 포위전략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북, "동북아에 신냉전구도 형성될 것" = 북한도 사드 배치를 북에 대한 '선제타격 준비'로 인식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은 "미국은 남조선에 사드를 끌어들임으로써 우리에 대한 선제타격 준비를 갖추는 것과 함께 저들의 세계지배 전략에 따라 전략적 경쟁자들인 중국과 러시아를 제압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마련해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남조선에 사드가 배비(배치)되는 경우 동북아시아 지역에는 새로운 냉전 구도가 형성될 것이며 조선반도가 또다시 대국들의 전쟁터로 화할 위험성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사드 배치 이유로 드는 '북핵 미사일 방어'에 대해 북은 "북한 미사일 위협설은 주변국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는 명백한 기만행위"라고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북은 "미국이 남조선에 고고도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것은 전 세계적 범위에서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며 북 미사일 위협설을 일축했다.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사드 배치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사드 배치가 북한에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그것은 북핵문제를 미국의 대중국 압박용이라고 보는 중국의 시각 때문이다. 중국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 위협을 핑계 삼아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인식대로라면 한국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중국은 현재 취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압박 형세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막기 위한 사드가 오히려 북한의 대남 위협능력을 강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박홍서 한국외대 강사는 "북한의 입장에서 사드 남한 배치는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다"라면서 "생명줄인 중국의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주한미군 보호 목적" = 미국은 북한 핵위협으로부터 주한미군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북핵 위협을 내걸고 있지만 사드 배치는 외교 안보적 이익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최근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는 중국의 시각에서 미국의 의도를 두가지로 풀이한 바 있다. 첫번째 의도는 미국이 사드 배치를 통해 한국과 중국의 밀월을 견제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관계를 강화하려 할 때마다 한미 간 전통적인 안보협력을 강조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중국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으며 한중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효과도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사드 배치 논의를 한 적 없다고 수차례 확인한 데 반해 미국은 부지 조사를 했다는 등의 내용을 계속 공개하고 있어 이러한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두번째는 미국이 사드 배치 추진을 통해 북중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저지하지 못할 경우 북한은 중국에 불만을 표출하게 되고 새로운 도발을 할 때 사드 배치를 핑계로 댈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중국에 외교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러시아 "북핵문제 해결 더 어렵게 해" =크림반도 사태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도 사드 배치가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외무부 공보실 명의로 낸 논평에서 "국제 안보와 전략적 안정성에 대한 미국 글로벌 MD의 파괴적 영향을 고려할 때 이같은 사태 전개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며 "그러잖아도 안보 분야 상황이 복잡한 동북아 지역의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는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겨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한국이 미국 글로벌 MD 시스템의 자국 배치 결과에 대한 다면적 분석을 통해 그 득실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에 경고메시지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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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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