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남중국해 분쟁과 미·중 대립

'아태지역 안보질서 재편' 중국 의도 드러나다

2015-06-03 11:17:50 게재

미국, 중국 남중국해 도발 저지 못하면 아태지역 주도권에 상처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하는 데 대해 미국은 정찰·초계 활동을 하며 반대 입장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3년 동중국해에서 방공식별구역(CADIZ)을 확대하면서 주변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시켜나갈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올해는 국방백서에서 '해양권익 수호'를 강조하면서 해상에서의 안보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다.

중 2015 국방백서 '해양권익 수호 강화' = 지난달 발표된 중국의 국방백서는 인민해방군 산하 육·해·공 전력을 대폭 강화하고 특히 해군의 작전 공간을 대외적으로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와 관련해 중국군은 백서에서 "해군은 근해방어와 원양호위라는 전략적 요구에 맞게 근해방어형에서 근해방어와 원양호위형이 결합한 형태로의 전환을 점차 실현한다"고 밝혔다.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전략기획부의 왕진 대교(우리 준장격)는 국방백서 내용과 관련해 "바다 위에서의 전투범위가 부단히 확대되고 있다"며 "근해 방어에만 머물러서는 국가의 해상안전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동중국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대하는 중국의 강경한 태도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이며, 특히 이번 중국의 국방백서는 미국에 대한 '선전포고'의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 인공섬 건설, 미국 초계활동 = 미중의 안보 대립지점 중 하나인 남중국해 사안은 중국의 인공섬 건설로 인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지난해 6월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베트남명 쯔엉사·중국명 난사군도)의 피어리 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永暑礁>)를 활주로와 항만을 갖춘 인공섬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홍콩 언론 보도가 나온 뒤 그해 11월 한 군사전문지가 중국이 이 곳에 대형 인공섬을 건설 중인 장면을 담은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피어리 크로스 암초 인공섬 건설이 확인된 데 이어 최근에는 이 곳에서 서쪽으로 320㎞ 떨어진 미스치프 환초에서도 중국이 대규모 준설 작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의 영유권 강화 움직임에 따라 미국의 정찰·초계활동도 강화되고 있다. 미 해군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이 공중에서 주기적으로 초계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해상초계를 위해 연안전투함까지 투입됐다.

지난달 11일 미 연안전투함(LCS) USS 포트워스 함은 남중국해의 스트래틀리 군도에서 해상 초계 활동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 해군 호위함과 마주치는 등 '긴장된 순간'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적 행보 강화에 따라 미중간 설전도 거세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한 대학 강연에서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중국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국가의 규모와 힘만 가지고 다른 나라들을 종속적 위치로 몰아넣는 것"이라면서 "필리핀이나 베트남이 중국만큼 크지 않다고 해서 중국이 그 나라를 밀어제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지도자가 중국이 규모와 힘을 과시한다고 하지만 세계에서 누가 가장 큰 규모와 힘을 갖고 있는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반발하며 미국에 남중국해 평화를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하라고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하와이 진주만에서 열린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 취임식에서도 중국에 대한 경고를 계속했다. 그는 "그러한(법에 의한) 접근법을 잃기 시작하면 이는 분쟁으로 번져 힘에 의한 주장이 나오기 마련"이라며 "그러면 아시아와 태평양의 번영도 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베트남·필리핀 대리해 직접 나서 =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지역 군사안보 영향력 유지를 위해 지난달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했다. 일본이라는 동맹을 활용해 아시아에서의 주도적 위치를 유지해나가겠다는 포석이었다.

남중국해 문제의 경우 당사자인 베트남과 필리핀을 대신해 직접 나서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남중국해 분쟁의 결과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안보질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상국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우방들이 미국이 반대하는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면서 미국은 자국 주도의 세계경제질서에 상처를 입었다"면서 "이번에 남중국해 사안에서 미국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아태지역 내에서의 안보질서가 미국 주도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일본 등 다른 나라를 내세우지 않고 직접 대응한 만큼 중국의 '도발'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세력전이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까지는 미중 어느 쪽에 유리하게 결론날지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남중국해 분쟁이 아태 지역에서 미중간 패권 교체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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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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