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통일 포커스 │ 북한이탈주민의 행복

탈북주민들 "돈보다 건강이 더 중요해요"

2015-08-20 11:12:51 게재

북한대학원대 SSK연구단 '행복지수' 조사

지난해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월평균 소득은 147만원으로, 한국 전체 평균임금 223만원의 65% 수준에 불과했다. 비교적 낮은 수준의 경제소득을 얻고 있는 탈북민들의 행복감도 경제상황과 비례할까.

19일 북한대학원대 SSK연구단이 발표한 조사내용에 따르면 남한주민과 탈북민의 행복도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한주민의 행복지수는 59.25였고 탈북민의 행복지수는 60.04로 거의 비슷하게 조사됐다.

북한 주민들이 마전해수욕장에서 피서를 즐기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에 대해 김신희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한주민과 북한이탈주민은 서로 비슷한 정도의 행복감을 느끼면서 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평균치는 양쪽이 비슷하게 나타났지만 편차는 크게 벌어진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끈다. 행복지수 조사에서 남한 주민의 최소값은 23.26이었고 최대값은 91.67로 격차가 68.41에 불과한 반면, 탈북민은 최소값 18.75에서 최대값 100.00까지 분포해 차이가 81.27까지 벌어졌다.

토론자로 참석한 임낭연 경일대 교수는 "행복지수(평균값)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은 탈북민들이 남한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서도 "행복과 적응의 개념이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탈북민의 지수 편차가 큰 것은 남한에서 잘 적응한 사람들과 적응을 제대로 못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개인차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100이라는 지수는 완벽히 만족하고 언제나 긍정적일 때 가능한 수치인데 이는 탈북민들이 북한에 있을 때의 상황과 현재 상황을 비교하기 때문에 나오는 수치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탈북민들은 행복지수를 구성하는 요소인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정서 등의 경험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한주민이 긍정적 정서 66.30, 부정적 정서 50.92를 경험한 반면 탈북민은 긍정적 정서 60.72, 부정적 정서 44.52로 나타나 모든 수치에서 남한주민보다 낮게 조사됐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탈북민들이 남한주민들보다 정서 경험 측면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면서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기는 하지만 '북한 이탈'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삶의 경험을 하면서 정서 경험에 대한 역치의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정서 경험을 하는 부분에서도 차이가 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남북주민들은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화목한 가정 △경제적 안정 △건강을 우선순위로 꼽았으나 순서에는 차이를 보였다.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화목한 가정을 선택한 남한주민은 24.5%를 차지했고, 23.6%가 경제적 안정(돈, 소득, 저축)을, 19.2%는 건강을 선택했다. 원만한 인간관계(9.0%), 긍정적·낙관적 사고(6.4%), 직장(4.5%), 삶의 목표 달성 후 성취감(4.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북한주민의 경우 화목한 가정이 28.3%로 가장 높게 나와 남한주민과 비슷했으나 경제적 안정(16.5%)보다는 건강(21.8%)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나 남한주민과 차이를 보였다. 나머지 요인에 대해서는 직장(8.7%) 원만한 인간관계(7.9%) 긍정적·낙관적 사고(5.3%) 삶의 목표 달성 후 성취감(4.3%) 순으로 나타났다.

김신희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한주민과 북한이탈주민이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가장 많이 응답한 항목 3개는 동일했지만 그 순위는 조금 달랐다"면서도 "남한주민과 북한이탈주민이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2015년 3~5월 수도권 거주 남한주민 440명과 북한이탈주민 27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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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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