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반환점, 경제공약 점검 | ② 생애주기별 복지

맞춤형 복지정책 일부 전진 … '편안한 삶' 아직 멀어

2015-08-26 10:37:45 게재

기초연금 4대중증질환 공약 후퇴 … 임기 후반기 의료산업화에 집중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은 박근혜 대통령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 그 이미지는 많이 퇴색했다. 대선에서 한 약속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까닭이다. 경제민주화 공약은 흐지부지됐고, 복지공약은 후퇴했다. 노동개혁은 공약과 거꾸로 추진되고 있다. 25일로 임기 반환점을 지난 박 대통령의 주요 경제공약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중간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노후연금 보장 촉구 기자회견 | 노후희망유니온 회원들이 24일 국회 정문 앞에서 노후연금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국민의 편안한 삶을 위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대표적인 공약이었다. 선거기간 당시 보편적 복지논쟁을 일으켰던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겠다" "노인일자리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약속 등은 노인층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당시 박 후보의 공약은 '보편적 복지'에 가까웠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출범이후 재정부족을 이유로 '선택적 복지'로 급변했다.

다른 분야의 공약들이 흐지부지 사라진 것과 달리 그나마 복지 분야의 일부 공약들은 초기부터 추진됐다. 대표적으로 기초연금 도입이나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으로 변경하는 등 전진이 있었다. 하지만 애초 공약 목표였던 '국민들의 편안한 삶'과는 거리가 있다. 이밖에도 아직 추진되지 않거나 애초 약속과 달리 축소된 공약들도 있다.

'의료비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도 냈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2013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2.0%로 전년보다 0.5%p 감소했다. 2013년도 노인가구 빈곤율은 32.2%로 2012년 31.7%보다 0.5%p 상승했다. 이는 OECD 국가의 평균 노인빈곤율(12.6%)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부가 임기 후반기 미진한 복지 공약을 개선하거나 추진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최근 정부는 공약에도 없었던 의료산업화 등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기초연금 대상 축소 논란 속 노인생활에 기여 = 박근혜정부는 출범 이후 기초연금 도입과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정책을 추진했다. 결과는 공약 후퇴였다. 이 두 사안은 공약 시행 초기에 큰 논란을 일으켰다. 대선 당시 '모든 노인에게 현재 기초노령연금의 2배를 지급하겠다'고 한 박 후보의 발언과 '4대 중증질환 진료비(비급여를 포함한)를 전액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공약은 출범 직후 축소됐다.

결국 박근혜정부는 만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를 대상으로, 그것도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금액을 깎는 방식으로 매달 10만원~20만원까지 차등지급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최근 기초연금 도입 이후 노인에게 주어지는 공·사적 소득이 15.4% 늘었다고 소개했다. 대상 축소에 따른 논란이 있었지만 기초연금 확대 지급은 노인들에 적게나마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가 만드는복지국가 등 노인복지빈곤단체들은 "정부가 기초연금을 소득으로 간주해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생계급여를 삭감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보장률 높은 중증질환자 추가 지원 형평성 문제 = '암, 심장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점질환 진료비 국가 부담' 공약도 축소 추진되고 있다. 선택진료, 상급병실, 간병 등 3대비급여 부분을 따로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복지부는 기존의 비급여에 해당되는 부분 중 의료행위상 반드시 필요한 경우 5.9%, 비용 효과가 미흡한 경우 선별해 급여화 3.6%를 급여에 포함하기로 했다. 그 결과 비급여 부분을 제외한 4대 중증질환은 보험보장률이 99.3%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비급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3대 비급여는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해 그 가격의 50~80% 정도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애초 '비급여포함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이라는 공약 실현은 요원하게 됐다.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긍정평가 = 박근혜정부의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 급여체계 개편 작업은 '수급자에게 복지혜택이 집중되어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사이에 소득 역전 등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근로의욕 저하와 탈수급 기피현상을 막기 위한다'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7월20일 첫 적용된 맞춤형 기초생활보장급여제도는 최저생계비 이하라는 단일 기준에서 중위소득과 연동해 주거 교육 의료 생계급여별 기준을 다양화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4인가구 297만원에서 485만원으로 완화했다. 소득이 어느 정도 증가하더라도 각각의 급여를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노대명 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맞춤형 개편을 통해 수급자가 일을 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제도 구축의 첫 단추는 끼워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이 현실에서 얼마나 빈곤층을 구제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8일 발생한 안산 두 모자사건같이 제도가 도입된 후에도 생활고에 시달리는 국민들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빈곤사회연대, 참여연대 등은 "주거급여 기준을 중위소득 43%까지 올려도 임차인에게는 지역별로 1~4급으로 나눈 기준임대료가 신설돼 4급은 오히려 기존에 받던 최대보장액보다 덜 받게 된다"며 "송파 세 모녀의 경우 월세 50만원을 내던 전형적인 주거 빈곤층이었지만 기준이 바뀌어도 수급자에 포함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미진한 세부공약 강력추진 의사 적은 듯 = 이 외에도 애초 공약을 후퇴한 경우는 여럿 있다. 그 중 '저소득층 및 중산층의 환자 본인부담 의료비 경감' 공약은 애초 소득수준에 따라 기존 3등급에서 10등급으로 구분키로 했으나 7단계로 후퇴 시행했다. 이 제도를 도입시 67만명이 추가로 진료비 경감혜택을 보기로 했으나 결국 수혜자는 15만명 축소됐다.

또 65세이상 노인 중 임플란트 대상자에게 어금니부터 건강보험을 적용. 단계적으로 확대키로 했으나 70세이상으로 대상을 진행했다.

'어르신 일자리 대폭 확대' 공약에서 사회공헌형 일자리를 80%대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실제 80% 확대 목표를 삭제 시행됐다.

한편 전혀 추진되지 않은 공약도 있다. "신체장애 차상위 계층 및 독거노인이 노인장기요양보험 판정을 받을 때 4~5등급을 신설해 요양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원격의료 의료수출 사안에 박차 = 아직 박 대통령의 임기는 2년 넘게 남아 있지만 미진한 공약을 재추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근 정부는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에 힘을 쓰기보다는 의료산업화에 더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더욱이 새로 임명된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은 스스로 "복지를 모른다"고 한 의료산업화 대표주자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정련 간사 김성주 의원은 "청와대는 새 장관을 중동지역으로 의료수출을 추진할 적임자로 보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메르스 이후 외국인환자 유치시장정상화 방안 수립, 보건의료분야 인력진출 종합계획 수립, 원격협진 시범수가 적용, 의료수출 5개년 종합계획 수립, 유치 외국인환자 부가세 환급제도 도입, 유치 의료기관 평가 기준 마련, 글로벌 헬스케어 통합펀드 조성, 중동 국비환자 비의료서비스개선, 원격의료 시범사업 결과 발표' 등 일정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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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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