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이을 사람없는 축산농가

"후계자 없어 5년 뒤 농장 그만둘 계획"

2015-09-30 11:12:40 게재

충남 서천군 기산면에서 '창원농장'을 운영하며 돼지와 소 등을 기르는 이면복(60)씨 부부는 5년 뒤 농장을 폐업할 계획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같이 농장일을 하던 아들은 현재 은행에 다니고 있다.

이면복 창원농장(양돈) 대표

이씨가 공무원 생활을 접고 아들 이름을 딴 농장을 시작할 때는 대를 이어 축산업을 할 계획이었다. 농장도 정성껏 가꿨다. 창원농장은 현재 어미돼지 100마리와 소 70마리를 기르고 있다. 지난해 어미돼지 100마리가 낳은 5000여마리의 돼지를 시장에 팔았다.

이씨 부부는 가축을 먹이기 위해 약 10만㎡ 밭에서 조사료도 직접 재배한다. 이 중 3분의 2는 이씨 소유 농지다. 가축분뇨는 모두 퇴비로 만들어 밭에 뿌린다. 이 일은 전문업체에 위탁했다.

하지만 이씨 부부는 지난 21일 기자에게 "냄새도 나고, 늘 가축질병 걱정도 해야 하지만 토·일요일 없이 고생한 댓가가 없다"며 "70~80세까지 할 수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기력이 있을 때 그만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씨 부인은 "무엇보다 며느리가 농장일을 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위용 비암농장(낙농) 대표

후계자가 없으면 그동안 일궈놓은 농장이 사라지게 된다. 자연히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게 된다.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서 젖소 53마리를 키우는 성위용(58)씨는 "후계자가 없으면 본전 생각도 나고, 환경 문제도 있어 투자를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성씨의 두 아들은 대기업 연구소와 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다.

성씨는 낙농을 하며 두 아들을 번듯하게 키웠지만 축사에는 더 이상 투자할 의욕을 잃고 있다. 성씨 농장에서 오래된 축사는 1988년 시설이다.

김영중 자매농장(한우) 대표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에서 한우 120마리를 기르는 김영중(71)씨는 그동안 투자한 게 아쉬워 후계자를 구하려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김씨는 35년 전 젖소 2마리를 팔아 현재 부지에 땅을 마련하고 농장을 일궜다. 돈이 생기면 계속 농지를 늘려 1만6500㎥로 확대했다. 여기서 옥수수 등 조사료를 재배해 소를 먹인다. 조사료 재배를 위해 트랙터도 샀다.

축분은 퇴비사에서 발효시켜 밭에 뿌리고, 남는 것은 판다. 퇴비를 판 돈은 축사에 까는 톱밥을 사는 데 사용한다. 자연순환농업이다.

김씨는 "딸이 다섯인데, 운수업을 하는 큰 사위가 농장일에 조금 관심을 갖고 있다"며 "후계농이 있는 농장을 보면 부럽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소값이 좋은데 몇 해전까지는 힘들었다"며 "가격이 안정적이면 오지 말라고 해도 후계자들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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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양주 평창=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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