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미 역사학자 눈으로 본 서해

"서해에도 DMZ 같은 대응 메커니즘 만들어야"

2015-10-15 11:05:36 게재

존 델러리 교수 … 서해 갈등, 미중으로 확대 가능성

지난 5월 북한은 우리 해군 쾌속정이 최근 북한 영해를 자주 침범했다면서 백령도 주변 서해 열점수역에서 해상분계선을 침범할 경우 예고 없이 직접 조준타격하겠다는 '비상특별경고'를 발표했다.

남북 군사력이 집중돼 있는 서해 지역은 언제나 '열점'이 될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은 서해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를 알려주는 지표들이다.

우발적 사고로 인해 언제든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서해 지역에 대해 관련국들간 대응 메커니즘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역사학자로부터 제기됐다.

13~14일 숭실대에서 개최된 2015 세계북한학학술대회에서 존 델러리 연세대 교수(사진)는 "서해에는 중국 및 남북한의 어부 등이 진입해 의도치 않게 충돌의 위험을 고조시키곤 한다"면서 "해양 경제선에 대한 분쟁에 양측의 대화 매커니즘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해, 임진왜란·청일전쟁 때도 요충지 = 역사적 관점에서 서해를 연구하고 있는 델러리 교수는 서해상 갈등은 임진왜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해는 임진왜란 때도 중요한 교전 지역었고 청일전쟁 때도 요충지였다"면서 "중국과 미국의 6·25 관련 문헌을 보게 되면 6·25 때도 서해는 매우 중요했던 지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영토전에 대한 관심이 많아 6·25 때도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 외에 서해에서 이뤄진 교전에는 관심이 낮지만 서해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서해 5도에서 미군이 지원하는 정보활동을 비롯해, 침투, 잠입활동 등 게릴라전도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미중, 서해 갈등을 북한의 비핵화 회피수단으로 생각 = 6·25는 정전협정을 통해 휴전하게 됐고 이 협정에서 해상경계선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유엔이 임의로 설정한 북방한계선(NLL)을 한국은 사실상 해상경계선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델러리 교수는 "진보정권이 집권한 10년동안 북한과 대화를 하려는 시도가 많았다"면서 "그 사이 북방한계선에서 갈등 분쟁이 유발됐고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서해 갈등 해결이 주요한 과제였다"고 지적했다.

햇볕정책 등을 통해 해상 경계선 관리를 잘 해나가자는 공감대를 만들었지만 2010년 천안함, 연평도 등 비극적 사태가 발생했다. 그는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미국도 님북한 해상경계선에 관심을 갖게 됐고 중국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해에 대한 미중의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델러리 교수는 "미국은 북한 비핵화가 북한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 하에 비핵화에 초점을 맞췄고 그러면서 비핵화를 다루지 않는 한반도 이슈는 비핵화 목표를 달성을 저해하는 이슈로 받아였다"면서 "특히 서해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북한이 비핵화하기 싫은 의도로 도발하는 것으로 미중은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남북간 갈등이 있으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 서해상의 갈등과 분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미중 4자간 대화체 만들어야 = 서해상에서 우발적으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서해상에는 합의된 경계선도 없고 갈등 해결 메커니즘이 없다.

이에 대해 델러리 교수는 "미국과 중국조차 이런 갈등을 해결할지 막막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면서 "서해상에서 미 해군이 어떤 행동을 하고 중국이 이에 대응해 어떤 행동을 취하고 또 남북이 각각 행동을 한다면 어떤 상황이 올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상경계선의 역사와 비무장지대(DMZ)의 역사를 비교해보면 해상경계선은 비무장지대에 비해 경시된 측면이 있다. 델러리 교수는 "육상인 비무장지대는 해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가 잘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무장지대는 대응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고 발했다.

그는 "남북한이 서해상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는 많다"면서 "군 신뢰 구축 메커니즘이 있어야 하고 해안경비대 도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간 경비대가 구조나 우호관계 증진 등의 여러가지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제적인 프로젝트도 생각할 수 있다"면서 "해양상 개성공단 같은 프로젝트도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 양자만이 아닌 남북미중이 모두 참여하는 회담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그는 "4자간 회담은 비무장지대나 해상경계선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회담이면서 통일과 평화 번영 등의 어젠다를 모두 포함하는 회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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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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