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개방적 지역주의' 지향하는 APEC

한국, APEC 산파 역할 … 지역경제 통합에 앞장

2015-11-18 10:57:11 게재

중소기업 전자상거래 참여, 지식재산 사업 매뉴얼 사업 등 제안·추진

태평양을 두고 마주보고 있는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 국가들의 경제협의체인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은 2014년 기준 전세계 GDP의 57%, 전세계 교역량의 49%를 차지하는 등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매년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가 올해 '포용적 성장 및 더 나은 세계 만들기'를 주제로 18~1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진행된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APEC이 지향하는 무역투자 자유화나 지역경제 통합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APEC의 발전에 일정 정도 기여했다는 자신감과 책임감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대만·홍콩 동시가입에 한국 역할 = APEC은 1989년 호주 캔버라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12개국의 각료회의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1991년 서울에서 제3차 각료회의를 개최하면서 APEC의 확대에 중요한 기여를 했는데 중국·대만·홍콩의 동시가입시킨 것이다.

당시는 냉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중국만 단독으로 APEC에 가입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됐던 것이 대만과 홍콩을 함께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APEC은 회원의 기준이 국가 단위가 아니라 '경제 단위'(Economy)다. 그래서 정상회의도 영어로는 'Economic Leaders' Meeting'(경제 지도자 회의)라고 부른다. 경제 단위가 기준이기 때문에 중국과 대만, 홍콩을 동시에 가입시켜도 큰 무리가 없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대만·홍콩 3곳을 만족을 시키는 포맷을 만든 사람이 당시 APEC 고위관리회의(SOM) 의장이었던 한국의 이시형 대사였다"면서 "우리가 3곳을 모두 만족시키며 APEC에 가입시킨 것은 대표적인 성공외교의 사례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고 말했다.

1994~1995년에는 선준영 대사가 APEC의 무역투자위원회(CTI) 초대 의장을 역임하면서 APEC이 지향하는 '개방적 지역주의'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개방적 지역주의란 APEC 회원국 사이에서 합의된 경제 자유화의 내용과 그 혜택을 비회원국에도 개방하는 것을 말한다.


TPP·RCEP 모아 FTAAP로 = APEC의 산파 역할을 한 한국에 대해 회원국들의 기대는 높은 편이다. 이에 부응해 APEC 회의에서 한국은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제안·추진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APEC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다"면서 "우리 경제에서 무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무역투자 자유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타결되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이 진행되는 등 메가 FTA를 통한 지역 경제통합이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한 준비도 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TPP나 RCEP이 지류라고 한다면 APEC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는 아시아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본류라고 볼 수 있다"면서 "FTAAP를 향해서 여러 지역 협력체들이 발전해 나간다고 보고 이 협력체들을 본류인 FTAAP로 모아주는 측면에서 한국의 역할이 많다"고 설명했다.

포용적 성장 위한 '중소기업 국제화' 사업 = 16일 터키에서 막을 내린 G20정상회의에서도 그랬듯 최근 국제사회의 관심은 '다같이 잘 사자'는 개념의 포용적 성장이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중소기업의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중소기업의 국제화를 돕기 위한 전자상거래 참여 촉진 사업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나라가 전자상거래 부분이 강하니까 중소기업이 전자상거래에 참여하는 데 장애요인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또 각국에서 진행하는 전자상거래 촉진 사업들을 공유해서 우수 사례를 발굴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가 제안한 이 사업은 내년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다른 하나는 중소기업 지식재산 사업화 매뉴얼 개발 사업이다. 이는 APEC 회원국 공통으로 중소기업의 지적재산권을 관리하는 정책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 사업은 회원국들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2015년 하반기 APEC 기금 지원 사원으로 선정돼 내년부터 우수 IP 지원 정책 발굴 및 매뉴얼 초안 작성 등 본격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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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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