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진단의 후유증도 있다

갑상선·전립선암은 과잉진단?

2016-01-25 11:18:58 게재

열심히 암 찾았지만 사망률 낮추지 못해

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실시되는 조기진단이 과잉 혹은 과다진단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 됐다. 열심히 암을 찾아냈지만 실제 치료 후 사망률을 낮추지 못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자칫 조기진단이 국민건강을 되레 해치고 막대한 진료비 지출을 낳을 수 있다. 이에 불필요한 과잉·과다진단을 막을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암 진료 환자수와 진료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갑상선암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사망률이 낮은 전립선·유방암 등의 진료환자와 진료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2014년 새 갑상선암으로 진료받은 환자수는 4만1000명에서 30만2345명으로 7.3배 늘었다. 전립선암은 1만5000명에서 5만7973명으로 3.8배 늘었다. 유방암도 5만3000명에서 13만1549명으로 2.4배 증가했다. 그 결과 2014년 세 가지 암으로 지출된 진료비는 9684억원을 넘었다. 갑상선·전립선·유방암은 5년 생존율이 99.9%, 100%, 97.8%로 아주 높다. 환자는 대폭 늘어 났음에도 사망률에 거의 변화가 없어 불필요한 진단이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2014년 7월 안형식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당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최한 한 세미나에서 "통증이나 생활의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정상인이과다진단으로 환자가 되고, 불필요한 후유증을 겪거나 의료비 지출로 고통을 받을 수 있다"며 과다진단 문제를 제기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과다진단 문제는 갑상선암 외에도 유방암, 흑색종, 신장암, 간암 등에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길버트 웰치 의학박사는 '과잉진단'이라는 저서에서 "훨씬 공격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암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들이 매우 천천히 자라거나 사망할 위험이 적은 암을 지나치게 발견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전립선암, 유방암, 흑색종, 신장암 심지어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고도 사망률을 낮추는데 거의 기여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 암들을 치료하면서 부작용도 발생한다. 갑상선절제술을 받은 사람은 일생동안 갑상선 호르몬 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혹은 부갑상선이 망가져 칼슘대사에 장애가 초래될 수도 있다. 특히 폐암 진단 이후 이어질 수 있는 폐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은 그 자체가 위험해 암이 아닌 수술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한편 2014년 3월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가 "갑상선암의 과다진단으로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기자회견을 한 이후 과다진단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커졌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무증상인 경우 갑상선암 진단을 권유하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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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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