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지자체'를 만나다│③ 대전시 유성구

"도서관 정책에 주민 만족도 높아"

2016-03-28 11:34:28 게재

직원 생일에 책 선물·집무실엔 서재 … 대전 최초 작은도서관 조례 제정

시민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된 지 오래다. 201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성인은 100명 중 6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70%가 넘는 시민들은 1년 동안 한 번도 공공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서관·독서 정책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가에 따라 시민들의 독서율은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기초 지자체장이 의지를 갖고 독서 정책을 펼칠 때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보다 가까이에서 쉽게 책을 접하고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게 된다. 내일신문은 도서관·독서 정책에 집중하는 기초 지자체를 취재, 모범 사례를 공유한다. <편집자주>


21일 오후에 만난 허태정 대전시 유성구청장은 집무실 탁자에 수십권의 책을 쌓아두고 있었다. 생일인 직원들에게 줄 선물이다. 허 구청장은 해당 달에 생일인 직원들에게 친필로 좋은 구절을 적은 책을 선물하고 있다. 허 구청장은 한 책을 들고 "이번엔 고인이 되신 신영복 선생의 구절을 적어 넣었다"면서 "구절을 적다 보면 시간이 꽤 걸리지만 매달 꼭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무실 서재 앞에서 웃고 있는 허태정 대전시 유성구청장. 젊은이들에게 추천하는 책 '분노하라'를 들고 있다. 사진 이의종

 


허 구청장의 집무실이 다른 기관장의 그것과 다른 점은 또 있었다. 집무실 한 편에 작지만 알찬 서재를 두고 있는 것. 그가 얼마나 책을 가까이 하는지 알 수 있는 집무실 인테리어다.

그의 책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도서관·독서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인구 34만명 규모의 유성구에는 공공도서관 6곳, 작은도서관 7곳이 자리하고 있으며 공공도서관·작은도서관 13곳의 총 장서수는 47만9825권에 이른다. 이어 오는 7월에는 과학특화 작은도서관인 별똥별도서관을, 2017년에는 유림공원내 문학마을도서관(가칭)을, 2018년에는 도안 신도시내 공공도서관을 건립한다. 허 구청장은 2010년 민선 5기로 당선된 이후 6기에 재임 중인 현재까지 질 높은 독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성구민들의 도서관·독서에 대한 욕구는 높은 편인가?

유성구는 대덕연구단지가 있는 과학의 도시다. 이런 이유로 상대적으로 다른 시·군·구에 비해 석박사의 비율이 높으며 주민들의 지적 열기, 교육 욕구가 상당하다.

유성구는 젊음의 도시이기도 하다. 서울시민의 평균 연령이 40세인데 유성구는 35.1세다. 유성구 내에 카이스트 충남대 한밭대 등 국공립 대학만 3곳에 이르며 다른 대학들도 있다. 이로 인해 주민들 중 학생 수가 30%가 넘는다. 때문에 아무래도 주민들이 도서관·독서에 관심이 많고 관련 욕구가 높다.

도서관을 강화하려면 예산과 조직, 법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관련 조직은 다른 기초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강화돼 있다. 도서관 정책을 담당하는 조직이 '평생학습원'인데 원장이 4급 서기관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기초 지자체에선 5급 사무관급이 맡는 역할이다.

도서관 예산은 건립 예산을 포함, 2015년에 80억, 2016년에 89억을 확보했다. 도서관 사업을 실효성있게 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 2010년 교육 예산이 120위쯤 됐는데 민선 5기 말에는 30위까지 투자율을 높였다.

이와 함께 대전시에서 가장 먼저 작은도서관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도서관 정책 중 역점을 두는 사업이 있다면.

민선 5기 핵심 공약이 '10분 거리 생활밀착형 작은도서관 10개 만들기'였고 민선 6기 공약은 '도안도서관 건립, 관평도서관 건립, 작은도서관 지원 내실화'였다.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을 확충, 유성구민의 모든 생활권에 도서관을 건립·운영하도록 하겠다. 2018년 건립 예정인 도안공공도서관이 세워지면 생활권역별로 모든 도서관이 완성된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관평도서관은 이용자들이 많아 벌써부터 공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유성구의 도서관·독서 진흥 정책에 주민들이 호응하나.

구에서 인문학 강의로 철학시리즈 12강을 한 적이 있다. 플라톤 칸트 등에 대한 강의가 어떻게 보면 고리타분할 수 있는데 끝날 때까지 80명 정원 모두 수업을 마쳤다. 구민들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이 정도로 높고 이런 사업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주민들의 높은 만족도에 주변 지자체에서 관련 사업을 벤치마킹할 정도다. 주민들이 "유성구는 도서관이 잘 돼 있어"라고 한다.

주민들은 도서관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나.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다. 이를 작은도서관 운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민 자원봉사자들이 운영위원회를 구성, 적극적으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프로그램 강사로까지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작은도서관 중 한곳이 영어도서관인데 연구원 배우자 등 영어 실력이 탁월한 자원봉사자들이 원서를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식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미래의 도서관은 어떠한 형태로 운영돼야 할까.

도서관은 책만 빌려보는 공간이 아니다. 도서관은 주민들의 독서 환경을 조성하고 각종 동아리 활동, 문화 활동을 하는 복합커뮤니티 공간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운영해야 한다.

유성구도 도서관들이 이런 방향으로 운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관련기사]
- [도서관 탐방 │노은도서관] 갤러리가 있는 도서관 방문하세요
- [이용자 인터뷰 │김은정씨] "좋은 도서관 옆에 사는 건 행운"

['책 읽는 지자체'를 만나다 연재 보기]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