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자유학기제'를 찾아서 │대구광역시 성곡중학교

"모든 학년에서 자유학기제 연계한 수업 진행"

2016-05-31 11:32:40 게재

교실수업은 창의적 체험에 테마 접목

평가용 워크북, 학생 학부모 만족도 높아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자유학기제를 통한 교육변화를 꾀하고 있다. 관련법을 제정하고 진로교육, 체험처 확보, 학부모 대상 설명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 성공 여부는 교육주체인 교사와 학생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선학교 교장, 교사들이 어떻게 준비해서 운영하는가에 승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유학기제 성공신화를 창조한 교사들이 전하는 "선생님, 자유학기제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를 기획 연재한다.<편집자 주>

역사수업

 

퀴즈로 푸는 역사수업, 아 아쉽다. 우리팀이 맞힐출 수 있었는데…사진 전호성 기자


"아~ 아깝다. 우리조가 맞힐 수 있었는데" "야 대충보지 말고 자세히 검토해보라니깐. 또 2조한테 빼앗겼잖아" 18일 대구광역시 성곡중학교 2학년 6반 5교시 역사수업시간. 이효근 교사가 교과과정인 '삼국 문화의 교류와 전파' 단락 범위에서 문제를 내자, 아이들이 손을 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눈치 빠른 아이들은 교과서를 빛의 속도로 뒤져서 손을 든 친구에게 답을 알려준다. 이게 수업시간인지 5일장 좌판인지 구분이 안 된다. 교사는 역사수업시간에 퀴즈를 통해 수업 내용을 모둠별로 해결하도록 유도했다. 철저히 협력학습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엎드려 잠을 자거나 한눈파는 학생은 단 한명도 없다. 아니 수업 분위기상 불가능하다.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자 아이들은 "우쒸~ 벌써 끝났네"라며 책상을 두드리며 아쉬워했다. 진호는 "솔직히 수업시간에 졸지 않은 시간은 퀴즈시간이 처음입니다. 역사수업이 '꿀잼'"이라며 웃었다.

같은 시간 1학년 7반 국어수업시간에는 '언어의 세계' 단원을 배우는 중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모둠별로 앞에 나가 노래를 불렀다. 자세히 들어보니 자음과 모음을 자신들이 좋아하는 곡에 붙여서 불렀다. 수업을 지도하는 박선영 교사는 "국어의 음운 체계 공부는 우리말의 문법적 체계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관문"이라며 "음운체계는 복잡해서 이론적으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고 암기 대상으로만 여겨온 게 사실이다. 이것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나 랩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함으로써 문법을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성10계명

성곡중학교 일상 수업을 들여다보면 기존 주입식 교과 수업은 찾아볼 수 없다. 미지수가 2개인 연립일차방정식 시간에는 방정식을 활용해 실생활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수업을 진행한다. 안동 인문학여행 보고서 쓰기, 음악시간에는 뮤직 비디오 계획서 및 콘티 짜기, 도덕시간은 과학기술이 현대인의 삶에 끼친 영향 등 모든 교과를 '융합수업'으로 묶어냈다.

모든 학년에서 교과간 통합 프로그램 학습 = 이 학교의 교과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 학년이 자유학기제 수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교실수업은 철저히 학년별 창의적 체험활동(창체)에 테마를 접목했다. 이를 바탕으로 교과 간 통합 교육과정을 탄생시켰다. 수업은 창체를 바탕으로 구성한 '워크북'을 통해 진행하고, 평가로 이어지도록 학습 모형을 갖췄다. 특히, 아이들의 활동을 정확하게 점검할 수 있는 '워크북'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학생 활동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교사들 역시 소홀히 다룰 수가 없다. 최남숙 연구부장은 "워크북이 얼마나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자유학기제 성패가 달렸다고도 할 수 있다"며 "학생들이 워크북 제작에 직접 참여하고 학부모들의 신뢰를 담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신뢰와 학생들의 만족도가 담긴 워크북 수업내용은 완벽에 가깝다.

올해 1학기 창체활동과 연계한 교과 통합 프로젝트 학습 운영을 살펴보면 성곡중학교 수업내용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2월에 통합교육과정 재구성을 마치고, 4월에는 학생 이해를 돕는 워크북 제작과 배포를 마쳤다. 5월에는 창체관련 수업을, 6월에는 이를 바탕으로 한 교과간 통합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한다. 7월에는 수업과 연계한 과정중심 수행평가를 실시하는 순서로 모형을 구축했다.

대구지역은 자유학기제를 예견이라도 했듯이 앞서 교실수업개선사업을 벌였고, 이는 자유학기제 밑거름이 됐다는 게 이 학교 교사들의 증언이다. 교실수업 개선 사업이 학교와 교실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 행복 역량과 인성함양을 아우르는 교과 통합 교육과정을 수립했다.

윤보석(3학년4반)군은 "지금까지 나에게 누구도 꿈에 대해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 아직 꿈을 찾지는 못했지만, 자유학기제를 겪으면서 내 꿈이 뭔지, 어떻게 해야 그 꿈을 이룰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과학실험

현재 이 학교 2학년과 3학년 학생은 자유학기제를 겪었다. 이나영(2학년5반)양은 "1학년 때 자유학기제를 했고, 2학년 올라와서도 배우는 수업방식이 1학년 때처럼 과목융합수업을 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기 때문에 어렵거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 양은 적성검사와 진로체험 등을 통해 미래 꿈을 항공서비스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성곡중 교직원들은 학생중심의 기본 교과를 운영하며 학생 만족도를 높이고 일반학기에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대원칙을 세웠다. 결과 모든 학년에서 교과간 통합 프로젝트 학습이 가능해졌다. 올해 전면 시행하는 자유학기제를 이미 선행학습(?)으로 마친 셈이다. 이러한 융합교육과정은 자유학기제 이후 나타나는 '절벽효과'를 극복하기 위해 교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린 결과물이다.

'방과 후 학원에 다니느냐'는 질문에 학생들이 시큰둥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단 학원수업은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게 아이들 반응이다.

워크북


워크북 표지 공모에 당선된 김민수(1학년7반)군은 "솔직히 내 그림이 뽑힐 거라고 생각 안했다. 친구들 칭찬을 듣고 나니 학교생활도 재미있고 친구사귀는 것도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민수가 그린 워크북 표지는 사다리를 타고 밤하늘의 별을 따는 장면으로 '예절은 사다리를 타고'라는 주제를 달았다. 민수는 "별을 따서 학교에 있는 친구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2학년용 워크북 표지 그림에 당선된 이나영 양은 커다란 과학실험용 플라스크 위에 도덕 영어 과학 음악 교과목이 어우러지는 그림을 그리고 '인문학의 봄'이라는 주제를 달았다. 워크북 국어활동 중 쓰기 윤리 항목에는 '쓰기 윤리 서약서' 란도 만들었다. 이 양은 "다른 사람의 것을 표절하지 않겠다. 두 개 이상의 글을 짜깁기 하지 않겠다.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거짓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쓰지 않겠다"고 적었다.

동아리활동 안내문


동아리 활동, 아이들의 꿈을 읽다 = 성곡중학교 역점 사업 중 하나가 문제해결학습(PBL:Project-based Learning)에 기반한 학생중심의 동아리 활동이다. PBL은 학습자에게 실질적 문제를 제시하고, 이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배우게끔 하는 학습자 중심의 환경을 뜻한다.

동아리 공모에 출품작만 900여개. 아이들은 학교 게시판에 자신들이 만든 각종 동아리 주제와 내용을 붙였다. 이중 분야별로 29개를 선정해 활동 중이다.

손글씨쓰기 동아리활동

내일은 연극왕, 예쁜 손글씨, 우리는 만능 스포츠, 수학반 공기반, 광고 공작소 등이다. 인문인성과 문화예술, 스포츠, 진로, 안전 등 각 영역에 걸쳐 뽑힌 동아리는 회장이 직접 학생들을 모으고 주체적 활동을 펼쳤다.

학교장 경영관은 희망을 가르치는 교사, 희망을 배우는 학생, 희망을 만들어가는 학부모다.

학교변화, 부모변화, 사회변화를 이루겠다는 야심찬 목표다. 교사들은 교육과정 재구성, 프로젝트 수업, 맞춤형직무연수, 다양한 평가방안 연구과제를 수행한다. 자유학기제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바쁜 생활이지만, 교사로서 만족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자유학기제를 겪으면서 교사들이 고민하는 공통분모는 '서열경쟁이 아닌 삶을 설계하는 과정'이다. 아이들을 교육 주체로 삼고, 학생참여방식에 따른 창의적 수업은 기본이다.

장민호 성곡중 교장은 "스스로 만든 동아리 활동을 통해 꿈과 끼를 키워가며 학교생활 만족도를 높여가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며 "초기에(2013년)는 자유학기제로 학력저하나 사교육으로 내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불식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꿈을 찾아가기 위한 좌표를 찍고, 행복한 삶을 설계하는 밑거름이 자유학기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성곡중학교는 2003년 3월 대구광역시 달서구 새방로 외곽 공단지역 인근에 문을 열었다. 2013년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로 지정됐고, 다음해 전국 100대 교육과정 최우수학교로 뽑혔다. 지난해는 자유학기제와 일반학기 연계 연구학교로 지정돼 교사들이 연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문의해도 자세히 설명해준다. 053-234-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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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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