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지자체'를 만나다 │⑧ 강원도 강릉시

"학교마을도서관 개방, 농촌 활기"

2016-06-13 10:07:57 게재

시가 학교도서관 시설개선·인건비 지원 … '인문도시' 조례 제정

시민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된 지 오래다. 201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성인은 100명 중 6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70%가 넘는 시민들은 1년 동안 한 번도 공공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서관·독서 정책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가에 따라 시민들의 독서율은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기초 지자체장이 의지를 갖고 독서 정책을 펼칠 때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보다 가까이에서 쉽게 책을 접하고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게 된다. 내일신문은 도서관·독서 정책에 집중하는 기초 지자체를 취재, 모범 사례를 공유한다. <편집자주>

'강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관광문화도시'로서의 이미지다. 여름이면 피서를 즐기는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경포해수욕장이 제일 먼저 생각나고 해마다 음력 5월 5일에 개최되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된 '단오제'가 떠오른다.

 

최명희 강릉시장 사진 이의종

 


그런데 최근 10여년 새 강릉은 도서관·독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 중 하나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05년 민선 4기로 시장에 당선된 이후 민선 6기까지 재임하면서 도서관·독서 사업에 공을 들여 온 최명희 시장의 노력이 조금씩 빛을 발하는 것. 최 시장은 "도서관의 불모지에 100여개의 도서관을 건립하고 활성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일신문은 7일 오전 강릉대도호부 관아(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걸쳐 중앙의 관리들이 강릉에 내려오면 머물던 건물터) 내 강릉관아작은도서관에서 최 시장을 만나 도서관·독서 정책의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

빈 군청 건물을 도서관으로

도서관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은 어느 지방자치단체나 인정한다. 그러나 이를 인식한다하더라도 도서관이 중시되지 않는 현실에서 도서관을 건립하고 활성화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에 중시했던 정책과 예산의 쓰임을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강릉의 경우 도서관 정책이 활성화되지 않은 지자체 중 하나였다. 강릉시는 1969년 시립중앙도서관의 운영을 시작한 이후 40여년 가까이 도서관 1곳만 운영해 왔다.

그런 강릉에 2009년 시 직영 2009년 모루도서관이 개관했다. 2016년 기준 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 2곳까지 합해 공공도서관은 4곳이다. 2006년 솔올꿈나무작은도서관을 시작으로 시 직영 작은도서관은 12곳으로 늘었다. 학교도서관까지 100개에 가까운 도서관을 건립했다.

특히 모루도서관은 3~4년 전 중앙 정부에서 벤치마킹을 지시했을 정도로 활성화돼 있는 도서관 중 하나로 꼽힌다. 모루도서관은 1995년 강릉시와 명주군이 통합하면서 비어 있는 명주군청 건물을 도서관으로 활용하면서 군청 건물을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의미에 예산 절감 효과까지 더할 수 있었다.

최 시장은 "명주군청 자리가 비어 있었고 이를 어떤 용도로 쓸 것이냐는 의견이 분분했다"면서 "그 자리를 시민들에게 도서관으로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시장은 "다른 분야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미래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믿는다"면서 "자라는 어린이들이 책을 자주 접하고 감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도서관이 마을 중심 잡아줘"

최 시장은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도서관을 짓기 위해 노력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문화재인 강릉대도호부 관아에도 작은도서관을 건립했을 정도다.

이마저 어려운 읍·면 지역의 경우 학교도서관을 활용했다. 기존 학교도서관을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학교마을도서관'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지금까지 학교마을도서관 10곳이 조성됐다. 학교마을도서관을 위해 시는 2007년부터 꾸준히 시설 개선비,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최 시장은 "야간까지 개방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도서관 문을 학교와 따로 내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교사 부담을 줄이고 시 지원으로 전문 인력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시장은 "강릉시의 경우 농촌 인구가 줄어들면서 학교 통폐합이 거론되고 학교도서관도 활성화되지 않고 있었다"면서 "농촌 지역에서는 학교가 중심이라 학교가 무너지면 농촌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교마을도서관이 들어선 학교들은 다행히 서로 특성화 경쟁이 붙을 정도로 활성화됐다. 도서관이 마을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올해 대한민국 독서대전 개최

강릉은 도서관·독서 사업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2015년 직제 개편을 단행했다. 사업소인 평생학습센터를 평생학습과로 승격하고 '인문도시 담당'을 신설한 것. 아울러 인문도시 관련 조례를 제정, 인문학 진흥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최근 '제3회 대한민국 독서대전'의 개최지가 강릉으로 결정된 것은 이런 노력을 인정받은 덕이다.

대한민국 독서대전은 중앙 정부 예산 2억, 도비 1억에 시비 2억원을 들여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독서 축제다. 지금까지 군포, 인천에서 개최됐으며 강릉은 수도권 외 첫 개최지다.

최 시장은 "강릉은 예로부터 문향(文鄕)과 예향(藝鄕)의 고을이라고 불렸으며 이를 현대어로 바꾸니 인문도시가 됐다"면서 "이제 도서관 확충은 어느 정도 된 만큼 대한민국 독서대전 개최를 계기로 책 읽기의 내실을 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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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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