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자유학기제'를 찾아서│② 인천광역시 부평서여자중학교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 … 학업중단 없어

2016-06-21 11:31:28 게재

교육과정, 학부모는 '인성'

학생은 '체육예술' 선호해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자유학기제를 통한 교육변화를 꾀하고 있다. 관련법을 제정하고 진로교육, 체험처 확보, 학부모 대상 설명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 성공 여부는 교육주체인 교사와 학생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선학교 교장, 교사들이 어떻게 준비해서 운영하는가에 승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유학기제 성공신화를 창조한 교사들이 전하는 "선생님, 자유학기제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를 기획 연재한다. <편집자 주>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인천광역시 부평서여자중학교(부평서여중) 자유학기제 정책은 적중했다. 지난해 이 학교에서는 학업중단학생이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표혜영 교감은 "누가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아이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며 "선생님들의 끈질긴 노력이 교실수업 개선에 성공신화를 일궈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수직적 관점에서 수평적 관점으로 바꿨다는 게 표 교감의 설명이다.

 

 

 

6월 13일. 인천광역시 부평서여중 독서수업시간. 대부분 학생들이 우주과학 관련 책을 읽고 있다. 우주관련 내용이 수행평가 항목이기 때문이다. 서너명은 의자가 따분한지 긴 벤치에 눕거나 엎드려서 책을 읽었다. 그런데 민지 손에는 시집이 들려 있다. "우주세계를 꼭 과학으로만 표현해야 하나요? 저는 별을 시로 표현하고 싶은데요?"

 

인천 부평서여자중학교 학생들이 독서수업 시간에 우주관련 책을 읽고 있다. 전호성 기자


자유학기제, 기존 교육의 틀을 깨다 = 인천 부평서여자중학교는 지난해 자유학기제 희망학교를 운영했다.

덥석 시작은 했지만, 교사들의 고민과 갈등은 컸다. 1학년 217명을 대상으로 2학기에 시행하기로 결정하고 목표설정에 들어갔다. 미래 사회에서 적응력을 키우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나는 참 소중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자존감과 회복탄력성 강화'라는 성찰교육을 설계했다. 아이들 스스로 '나는 왜 공부를 하는가'를 깨닫고 '배우는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은 기존 교육과정 틀 안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수십년간 유지해 온 학력 경쟁 구도에서는 더욱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실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과감한 수술이 필요했다.

박정현 교장을 위원장으로 자유학기제를 운영할 새로운 조직을 구축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 교원들이 '아이가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참여했다.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교과 교사들도 1개 강좌씩 맡아 아이들 곁으로 다가갔다.

교육부와 인천시교육청을 자문기관으로 삼았다. 학부모지원단과 한국교육개발원 등 관계기관을 협력기관으로 적극 활용했다. 교원, 학생, 학부모의 현실을 기본바탕으로 심도 깊은 분석과 전략을 짰다.

강점은 2014년에 진로교육 중심학교 운영 노하우와 활달하고 의욕이 넘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 약점으로는 누적된 학습무기력 학생과 저소득층 아이들의 진로 인성체험 기회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참여 중심의 교수학습방법을 개선하고, 가정과 연계하는 진로교육 공동체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회와 위기를 분석해 학생 흥미와 활동 중심의 수업을 진행했다. 교수학습 분과를 맡은 김은정 연구부장은 "자유학기제 운영 교사들이 다양한 연수와 연구를 통해 융합수업 모델을 개발했다"며 "가장 큰 고민은 교실수업 개선 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할 만한 수행평가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예체험을 통한 마음살핌


월요일에는 인성교육을 기반으로 하는 자아탐구, 독서를 통한 마음성찰, 원예체험, 다름에 대한 생각 넓히기, 내 모습 발견하기 등을 진행했다.

국어수업인 '자전거 도둑' 단원은 갈등과 화해 시간으로 운영했다. 소설 '자전거 도둑' 중 주인공이 처한 갈등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모둠별 토의를 진행했고, 이를 연극대본으로 써서 무대에 올렸다.

장애이해교육 전호성 기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과 배려, 다문화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을 토론하고 정리했다. 국어시간에는 심청전을 배우며 판소리를 이해하는 융합수업을 했다.

양근숙 교무부장은 1학년 영어수업을 융합수업으로 완전히 개조했다. 서술형, 논술형, 읽기, 쓰기와 발표수업까지 학생들이 영어 수업 시간을 기다릴 정도로 바꿔냈다.

양 교사는 인천지역 타 학교로 수업 컨설팅을 다닐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화요일에은 교과주제 선택활동으로 전자책을 만들고 영화 속 과학원리 찾기, 이야기 창작반 등을 운영했다. 수요일에는 직업세계 이해하기와 진로탐색, 대인관계 의사소통, 역량개발 수업을 한다. 목요일은 범교과주제 선택활동을, 금요일에는 체육·예술 활동을 펼친다.

지난해 2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지낸 정효빈(2학년7반)양은 "한 학기 동안 수업이 지루하거나 내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수학을 좋아하는데 학원처럼 강의식 수업이 아니라, 체험과 원리이해, 개념정리가 잘 돼서 좋았다"고 말했다. 정양은 "학교생활 과정과 미래 직업, 내 생각에 대해 부모님과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생 학부모 만족하는 수행평가 방안 마련 = 인천 부평서여자중학교는 자유학기제 시범학교나 연구학교가 아니다. 교사들 스스로가 '희망'해서 올해 전면시행에 대비했다는 점이다.

자유학기제 교실수업개선에 앞서 학생들과 학부모 의견을 물었다. 설문조사를 통해 아이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했다.

교실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학생은 33.6%뿐이었다. 교과공부 이해를 위해 실험, 협동, 토론 등 활동 위주의 수업을 선호했다.

학생 44.1%는 프로젝트 수업이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31.7%는 교육과정을 구성하는데 예체능 활동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런 수업을 '동아리활동 형태로 해야 한다'가 72.6%를 차지했다.

학부모들도 자유학기제 운영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학부모 설문조사에서 45.6%가 가장 비중을 두어야 할 교육과정이 '인성'이라고 답했다.

인천지역 자유학기제 역량체계 연구개발단이 마련한 미래 인재 핵심역량 체계에서 인성은 핵심 분야로 들어간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자유학기제 전면시행을 앞두고 인성기술 코칭 세부내용을 마련해 각 학교에 전달했다. 자유학기제 평가방법은 30.4%가 과정중심 수행평가를, 33.8%가 과정과 보고서 중심의 수행평가 방식을 원했다.

이를 바탕으로 각 과목별 평가 요소 및 평가 척도를 마련했다. 고교입학과 대학입시에 연관성이 깊다는 점을 염두에 뒀다.

사회과목의 경우 프로젝트, 협력기반, 서술, 학생, 자기성찰 평가로 분류하고 월별로 평가시기를 조정했다. 프로젝트 수업평가는 자아정체감 표현하기와 다문화 관련 만화그리기, 협력기반 수행평가는 문화의 다양성과 문화를 바라보는 태도함양, 시대에 부합하는 민주시민 자세 등을 중심으로 평가를 했다.

학생 스스로 학습계획을 수립하고 점검하는 자기성찰평가는 교재수행과 학습참여도를 중심으로 주어진 과제 이해와 수행능력, 질문과 대답, 예습과 복습을 평가기준으로 삼았다. 동료와 학부모 평가도 적극 활용해 평가 주체를 다양화했다.

지난해 딸의 자유학기제 활동을 지켜본 신혜정씨는 "교사들의 무한능력에 감탄했다. 시험과 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난 수업방식의 아이들의 사고를 폭넓고 깊은 곳으로 이끌었다"며 "다만, 자유학기제 이후 나타나는 절벽효과나 다시 시험을 치러야 하는 부담감을 해소하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유학기제, 학교담장 넘어 세상과 소통 = 교실수업 개선만으로는 자유학기제를 완성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부족한 체험처 해결을 위해 정부만 탓하지 않았다. 지역 인프라를 적극 활용했다. 지역사회에서 관심을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천광역시교육청의 극성(?)과 끈질긴 노력의 혜택도 누렸다. 다양한 교사연수와 지역사회 연계 지원도 받았다. 인천시교육청은 인하대학 인천대학 경인교대 등 지역 대학을 움직여 학과체험을 진행했다.

하루 4000명의 인천지역 중학생들이 학과진로체험에 참석하면서 자유학기제가 지역사회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부평서여자중학교는 주요 단체를 교육기부로 엮어냈고, 20여개가 넘는 단체와 연계수업을 진행했다.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교사들은 "내가 진짜 선생님이 된 것 같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며 웃었다. 하지만 의욕이 앞서다보니 교사들에게 무리한 주문도 따른다.

1학년 학년부장을 맡은 임혜정 교사는 "자유학기제를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유학기제가 오래 묵은 교육정책 변화의 시작임을 학부모나 국민들이 이해하고 기다려 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어 "자유학기제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교사들이 담임, 연구활동, 방과후 수업, 수행평가 등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적절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천부평서여자중학교는 1978년 1월 30일 18학급으로 문을 열었다. 교직원은 62명으로, 지난해 자유학기제를 '희망'해 운영했다. '바른 인성과 실력을 갖춘 미래인재 육성'이 교육목표다. 특징은 교사연수와 학부모 소통이다. 학부모는 3월부터 12월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덕분에 학교운영과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손금 보듯 잘 안다. 지난해 학업중단 학생이 단 한명도 나오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유학기제 모델로 소문이 자자하다. 방문하거나 문의하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032-504-0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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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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