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술개발도 큰 힘이다 │① 두두월드

수납용기 밀폐력 해결 … 매출 쑥

2016-06-30 10:18:21 게재

한끼식사 보관용기 '납작이' 기능 개선 … 5년 만에 매출 30억원에서 190억원으로

기술개발은 기업들에게 생존과 번영을 위해 절대 필요한 일이다. 기술개발이 회사 성장과 직결되려면 시장 즉 고객의 요구와 합치돼야 한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시행하는 '중소기업 상용화기술개발사업 중 구매조건부신제품개발사업 민관공동투자기술개발과제'는 철저히 중소기업이 필요한 기술개발에 도움을 주는 사업이다. 민관이 손잡고 중소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개발, 회사를 성장시킨 사례를 3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냉장고 정리는 주부들의 오랜 숙제다. 좁은 공간에 많은 음식과 재료를 보관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최근 냉장고 정리용기가 개발돼 복잡한 정리를 쉽고 깔끔하게 할 수 있게 됐다. 누구나 '살림의 신'이 된 것이다.

 

임기순 두두월드 대표가 냉장고 정리용기 '실리쿡'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두두월드(대표 임기순)는 주방용기 전문업체로 냉장고 정리용기 분야 원조로 꼽힌다. 두두월드가 개발, 생산하는 '실리쿡'은 대한민국 주부라면 누구나 아는 냉장고 정리용기 브랜드다. 지금은 회사명보다 실리쿡이 더 유명하다.

실리쿡은 원형, 사각, 납작이, 트레이 등 디자인과 실용성, 안전성을 모두 겸비해 주부들이 믿고 찾는다.

실리쿡의 모든 제품은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소재로 제작돼 비스페놀A, 납, 수은, 카드뮴, 테레프탈산, 이소프탈산 등 인체에 유해한 성분들이 검출되지 않는 안전한 제품이다. 소각 및 폐기 시에도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고 재활용이 가능하다.

던지거나 떨어뜨려도 쉽게 깨지지 않아 아이를 둔 가정에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국제위생협회로부터 냉장고 수납용기와 소분용기, 실리콘렌지볼 등 품목에서 국제위생안전인증(NSF)을 획득할 정도로 우수한 안전성을 자랑한다.

내용물 확인이 가능한 투명 용기로 제작된 실리쿡은 보관 목적과 크기, 냉장고 규모에 따른 다양한 종류로 출시되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주부들의 고충 해결 = 실리쿡은 냉장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결과물이다. 직장생활을 그만 둔 임기순 대표는 10여년전 성남시 공단 내 소호사무실의 지하 공장에 사무실을 차렸다. 회사명은 '두두월드'. 세계적인 안마기 전문회사를 만들고 싶은 열망을 담은 것이다.

하지만 당장 가진 게 없었던 임 대표는 생계형으로 온라인 생활주방용품시장에 뛰어들었다. 그의 첫번째 개발 제품은 주방행주를 자동으로 삶는 기계(e-크린)였다. 임 대표가 개발하고 생산은 외주로 해결했다.

시간이 흐르자 입소문을 타고 e-크린은 팔리기 시작했다. 품질과 서비스로 당시 팽배했던 인터넷 상품에 대한 불신을 극복했다. 차츰 회사도 자리를 잡아갔다.

안마기기 전문회사를 꿈꿨던 임 대표에게 변화가 왔다.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상품을 찾아 개발하는 것 역시 특별한 기술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이 때 그의 눈길을 끈 것이 냉장고다. 각 가정 냉장고를 보면 비닐 봉투가 쌓여 있고, 정리하는 주부들이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임 대표는 "냉장고를 식재료 보관 장소가 아닌 '정리'하고 '수납'해야 할 공간으로 관점을 바꾸자 새로운 제품 구상이 떠올랐다"고 회상했다. 임 대표의 생각 차이는 주부들에게 사랑받는 '냉장고수납용기'와 '냉장고소분용기 납작이'를 탄생하게 했다.

납작이는 한끼 분량으로 나눠 수납할 수 있는 용기로 원형, 사각형 등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구성돼 있다. 납작이는 2013년 3월 현대홈쇼핑 론칭 방송 이후 9차례 매진을 기록했으며, 현대홈쇼핑과 CJ홈쇼핑 순주문 기준으로 10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과 고용 모두 늘어 = 실리쿡이 널리 알려지면서 주부들이 '밀폐력 강화'를 요구했다. 용기를 세워 보관할 때 내용물이 밖으로 샌 것이다.

두두월드는 현대홈쇼핑의 제안으로 국책과제를 신청했다. '기존 납작이 개선 및 추가 신상품 개발'을 위해서다. 용기의 밀폐력, 높이와 뚜껑을 보완해 제품완성도를 대폭 높이고자 했다. 특히 식재료를 쉽게 꺼낼 수 있는 3분할 구조 뚜껑도 신규로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과제로 선정돼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현대홈쇼핑 지원금과 두두월드 자부담을 함쳐 1억원이 개발에 투자됐다. 2013년 12월부터 1년간 노력한 끝에 모든 과제는 성공리에 마쳤다. 관련 특허는 2015년 2월 등록을 완료했다.

2014년 납작이 기능 개선이 완료되자 실리쿡 제품 판매는 급속히 늘었다. 2011년 30억원대이던 매출은 2011년 100억원을 돌파했고, 2015년에는 190억원에 이르렀다. 올해는 매출 200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5년만에 매출이 6배 가량 증가한 셈이다.

고용도 증가했다. 2014년 13명이던 직원은 현재 50명에 이른다.

임 대표는 "정부의 기술개발과제는 특별한 기술에만 해당되는 줄 알았는데 '납작이 기능 개선' 같은 중소기업에 필요한 기술개발도 인정해 줘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많은 중소기업들이 중소기업기술개발사업에 적극 참여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편 두두월드가 신청한 정부사업은 '중소기업 상용화기술개발사업 중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 민관공동투자 기술개발과제'다. 정부와 투자기업이 공동으로 자금을 조성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정부 지원규모는 400억원으로 수요조사과제(지정공모)와 기업제안과제(자유응모)로 나뉜다. 수요조사과제는 투자기업에서 구매의사를 밝히고 기술개발을 제안한 과제이고, 기업제안과제는 중소기업이 아이디어(기술)를 투자기업에 제안해 '중소기업 기술개발제품 자발적 구매협약 동의서'를 발급받아 제출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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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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