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술개발도 큰 힘이다│③ 한국진공야금

외국 독점 특수합금기술 국산화

2016-07-21 11:17:35 게재

수입하던 IT기기 소재, 국내 제조 가능

진공아크재용해 설비 갖춰 티타늄 생산

소재(materials)는 부품이나 기계 등을 만들 때 사용되는 금속 세라믹 고분자 등 기본 원료다. 최근 들어 소재는 전통적인 제품의 중간재 차원을 넘어 초경량소재, 바이오소재, 스마트 신소재 등 보다 고기능성, 기술 집약적 분야로 발전했다.

문승호 한국진공야금 대표가 20일 안산 공장에서 '진공아크재용해' 설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현재 소재산업은 일본 독일 미국 등 선진국이 장악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 산업의 대일무역적자 중 소재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할 정도다.

한국진공야금(대표 문승호)은 이처럼 척박한 국내 소재산업 환경에서도 2003년 3월 회사 설립 이후 13년간 '고순도금속 및 합금제조' 기술개발의 외길을 걸어온 특수금속소재 전문기업이다.

한국진공야금은 최근 민관협력으로 외국 기업들이 독점한 특수합금소재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회사가 개발한 기술은 '진공박막 제조용 고순도 구리(Cu), 니켈(Ni)-크롬(Cr) 스퍼터링 타겟'이다.

기술개발은 중소기업청의 '민·관 공동투자 기술개발사업'으로 선정돼 중소기업청(2억2000만원), 투자기업으로 참여한 LS엠트론(1억1000만원), 한국진공야금(1억1000만원)이 총 4억4000만원을 투자해 이뤄졌다.

스퍼터링 타겟(Sputtering Target)은 '박막증착 소재'라는 뜻으로 금속 성분을 기화시켜 박막(코팅)시킨 소재다. 스퍼터링 타겟은 지금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스퍼터링은 이온화된 원자를 박막재료에 충돌시킴으로써 박막재료 원자들이 튀어나와 원하는 표면에 붙게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고융점 금속(매우 높은 온도에서 녹는 금속)이나 합금 등도 코팅할 수 있다.

이 기술을 국산화함으로써 휴대전화, 노트북 등 정보통신(IT)기기의 연성회로기판 소재인 연성동막적층필름(FCCL)의 국내 생산이 가능해졌다.

문승호 대표는 "전량 수입에만 의존하던 스퍼터링 타겟을 국산화해 국내 업체에 공급하면서 외국산 수입 가격이 50% 이상 하락했다"고 말했다. 수입대체 효과가 곧바로 나타난 셈이다.

특히 이 기술은 의료용 티타늄이나 니켈 계열 특수금속 등 고순도 소재 개발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회사의 미래가 밝다. 원자력 항공우주 의료용 무기 등에 사용하는 특수 금속을 국내에서 생산, 각종 부품을 직접 제조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한국진공야금은 이 기술을 접목해 용해기술(금속을 녹이는 기술)을 한단계 높였다. 진공전기로인 진공유도용해(VIM) 설비에 이어 진공아크재용해(VAR) 설비를 갖췄다.

진공유도용해는 진공실에서 전기로를 이용해 특수합금을 만드는 기술이다. 제철소에서 만드는 특수합금과 달리 불순물이 훨씬 적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 진공아크재용해 설비는 VIM에서 생산된 금속을 진공상태에서 다시 녹이고 굳히면서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한다.

문 대표는 "VAR을 통해 고순도 니켈계 초합금을 생산해 80mm 박격포 소재로 납품하고 있다"며 "이제 국산 무기 소재도 해외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고순도 니켈계 초합금을 수입하려면 기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또 '꿈의 소재'로 알려진 티타늄 국내 생산도 가능해졌다. 티타늄은 강도, 내식성 등이 우수해 국방 항공 의료 플랜트 등 산업전반에 널리 쓰이는 중요한 기반소재이다. 따라서 티타늄은 타 소재에 비해 고부가가치가 월등히 높다. 국내에는 관련 기술이 없어 매년 1조원 가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문 대표는 "특수금속은 미국 일본 유럽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지만 회사가 국내 최대 규모인 VAR 설치에 이어 후속공정(압연, 단조) 공장이 마무리되면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다"며 "내년부터는 급성장이 예상된다"고 자신했다.

문 대표는 지난해 150억원이던 매출이 올해 200억원을 넘어서고, 내년에는 400억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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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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