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人 이야기│ ③ 홍창우 이노비즈협회 전무

삼성맨, 중기 기술혁신에 뛰어들어

2016-07-04 10:21:38 게재

인사·연구개발 총괄 경험 적용 … 매년 3만명 일자리 창출

잘 나가던 삼성맨이 있다. 한번도 쉽지 않다는 특진을 3번이나 했다. 수석 부장 시절에는 보통 부사장급이 담당하는 삼성전자 기술총괄기획팀장을 맡았다. 기술총괄기획팀장은 인사와 중장기 연구개발(R&D)을 관리하는 막중한 자리다.

회사 내에서는 미래가 보장된 그였다. 그런 그가 입사 20년만에 갑자기 삼성맨 옷을 벗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퇴직할 수밖에 없었다. 뇌종양으로 쓰러진 형의 병간호를 위해서였다.

그는 현재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위해 뛰고 있다. 삼성맨으로 훈련받은 지식과 경험을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의 성공에 쏟아 붇고 있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단체인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홍창우 전무의 인생이야기다.

이노비즈(INNOBIZ)는 혁신(Innovation)과 기업(Business)의 합성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개발한 기술혁신 평가 매뉴얼에 따라 기술성 심사를 통과한 기술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지칭한다.

홍 전무는 2008년 이노비즈협회에 입사했다. 제2의 인생살이를 시작한 것. 그를 협회에 추천한 이는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삼성출신 선배였다. 선배는 홍 전무의 삼성 경력이 협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협회는 출범한지 6년째로 매우 작았다. 홍 전무 지인들은 "삼성전자 팀장이 갈 자리는 아니다"며 말렸다. 주변에서는 중견기업 대표 자리를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경제의 미래는 중소기업 성장에 있다는 소신으로 협회를 선택했다.

"20년간 삼성맨으로 살면서 대기업에 대해서는 많이 배웠다. 특히 연구개발 분야를 총괄하면서 중소기업 기술혁신에 관심이 많았던 게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힘이 됐다.

한국경제와 대기업의 안정적 성장에 절대 필요한 중소기업 기술혁신 분야에 대해 알고 싶었다."

홍 전무는 협회 회원사들의 인력수급 고충에 관심을 가졌다. 노동고용부 청년인턴제를 활용하기로 하고, 1년간 설득했다.

직원 12명의 협회에 정부사업을 주기에 꺼렸던 것이다. 협회는 민간 최초로 '일자리지원센터'를 구축, 청년 인턴일자리 3000~4000명을 만들었다. 현재 매년 3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모범단체로 인정받았다. 조직도 커져 현재 직원은 60명, 재정은 280억원 가량이다.

홍 전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위험요소로 'CEO 의존도'를 꼽았다. 대기업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반면 중소기업은 CEO에 의존하고 있다. 미래 전략, R&D 투자, 조직 운영 등 CEO 없으면 모든 게 멈춘다.

그는 "지금은 기존 제조업에 서비스와 융복합을 결합시켜 세계시장으로 나가야 하고, 이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삼성맨이 기술혁신 중소기업맨으로 인생을 전환한 결정적 배경에는 1살 터울의 형이 자리하고 있다. 홍 전무의 친형은 고 홍창용 박사다.

홍 박사는 LG생명과학에서 신약 '팩티브' 개발을 주도,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승인을 따낸 인물이다. 44세의 홍 박사는 '뇌종양'으로 2003년 7월 타계했다. 홍 전무가 삼성전자를 퇴직한 지 1주일 후였다.

홍 전무는 중소기업단체에서 일하는 유일한 삼성맨 출신이다. 현재 그와 친한 입사동기들이 삼성그룹에서 사장과 부사장에 올랐다. 하지만 아쉽지 않다.

"1만7500여개 회원사 총 매출은 143억원으로 삼성그룹 매출과 비숫하다. 이노비즈 기업이 성장해 한국경제 허리를 튼튼하게 하는 게 꿈이다." 홍 전무는 또다른 삼성그룹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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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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