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기업의 비밀│⑥ 마크로젠

유전자분석으로 '무병장수' 시대 연다

2016-07-11 10:56:02 게재

20년간 한우물, 세계최고 기술 확보

아시아인 10만명 유전체분석에 참여

2013년 미국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그녀의 나이 38세. 한창 젊은 나이에 유방절제술을 받은 건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87%라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정석 회장이 회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졸리의 모친 마쉐린 버트랜드는 56세에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같은 가족력이 있는 졸리는 사전 예방차원에서 유전자검사를 했고, 자신에게 유방암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수술을 감행했던 것이다.

졸리처럼 많은 이들이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통해 건강한 삶을 오랫동안 누릴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기술이 미래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크로젠(macrogen)은 국내 최고 유전자분석 기업으로 꼽힌다. 마크로젠은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를 모태로 1997년 6월 5일 설립된 생명공학기업이다. 설립 3년 후인 2000년에 코스닥에 상장시켜 주목 받았다.

마크로젠은 설립 후 20년 가까이 다양한 게놈(genome)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유전자분석 기술을 쌓았다. 인간의 몸에는 약 30억개의 유전체(유전자+염색체) 염기서열이 있는데 이를 분석하면 사람마다 어떤 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은지를 예측할 수 있다.

마크로젠은 이런 분석 기술을 통해 세계 각국 120여개 연구자들이 질병 예측·신약 개발 등에 이용할 수 있도록 염기서열을 분석해준다.

지금까지 마크로젠은 4만여명의 유전자 분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용량은 17페타바이트(PB)에 이른다. 1PB는 100만기가바이트(GB)로 DVD 영화(6GB) 17만4000편을 담을 수 있는 용량이다. 이는 네이버와 같은 IT(정보기술)업체를 제외하면 국내 최고 수준이다.

마크로젠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세계시장에 뛰어들었다.

2000년대 초반 32억쌍에 이르는 염기서열 가운데 염기 1000쌍의 분석비용은 15~20달러 수준이었다. 마크로젠은 이를 5달러에 제공한다는 광고를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에 광고했다.

2010년에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32억쌍 염기서열 전체를 분석하는 데 들어가던 비용 6000달러를 3분의 1 수준인 1999달러로 낮췄다.

같은 수준의 분석 결과를 3분의1 가격이면 얻을 수 있게 되자 전 세계에서 유전자 분석 의뢰가 늘어났다. 연구자 서비스시장에서 1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며 세계 1위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2011년 323억원이던 매출(이하 연결기준)이 지난해 795억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31억원에 불과했던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1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매출 1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마크로젠이 다시한번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기반은 아시아가 될 전망이다. 올 2월 '지놈아시아 100K 이니셔니브'에 공식 참여하고, 서정선회장이 공동연구대표로 활동하게 됐다. '지놈아시아 100K 이니셔티브'는 비영리 컨소시엄으로 아시아 19개 국가가 참여해 아시아인 10만명에 대한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는 연구프로젝트다. 3년동안 1억달러가 투자된다.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유전자정보를 기반으로 서비스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BCC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유전체 분석 서비스 시장은 2013년 19억8800만달러(약 2조원)에서 연평균 32%씩 성장해 2018년 74억6500만달러(약 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서 회장은 "국내에서는 관련 법령 때문에 가로막혀 있지만 개인 고객이 요청하면 유전정보를 분석해 맞춤의학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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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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