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자유학기제'를 찾아서│③ 충남 홍성 갈산중학교

"김좌진 장군 활약 배우니 정말 뿌듯해요"

2016-07-13 10:27:10 게재

자유학기제 소문에 1학년 2배로 늘어

규모는 작지만 미래인재 양성에 최선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자유학기제를 통한 교육변화를 꾀하고 있다. 관련법을 제정하고 진로교육, 체험처 확보, 학부모 대상 설명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 성공 여부는 교육주체인 교사와 학생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선학교 교장, 교사들이 어떻게 준비해서 운영하는가에 승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유학기제 성공신화를 창조한 교사들이 전하는 선생님, 자유학기제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를 기획 연재한다. <편집자 주>

"우리학교가 김좌진 장군 생가 터라는 걸 아세요?" "우리 동네에 독립운동 하신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알고 나니 가슴이 뿌듯해요." 정채원(갈산중 2학년 1반)양이 지난해 자유학기제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 '역사'라며 청산리전투를 생생(?)하게 설명한다.

갈산중 3학년 사회수업. 지난해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수업을 진행해, '수업단절' 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게 교사와 학생들의 반응이다.


정 양은 "저도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버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요, 아직도 결정을 하지 못했어요"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충남 홍성 갈산중학교는 전교생이 48명뿐이다. 홍성군에서도 한참이나 떨어진 시골마을이다 보니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다. 그나마 올해 1학년 학생이 10명이나 늘어 20명이 됐다. 선생님들과 마을주민들은 자유학기제를 거치면서 외지로 유학(?)을 가던 아이들이 갈산중학교를 선택했다고 입을 모았다. 갈산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입소문을 타면서, 타 지역 학생들을 불러들인 것이다.

사회수업

규모는 작지만 학생들과 교사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기세다. 백야 김좌진 장군 생가 터가 현재 갈산중학교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문무(文武) 호국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학생들은 "꼬마대장, 6세에 천자문통달, 12세에 개화사상 및 일본만행 깨닫고 독립운동 결심, 17세인 1907년 현 갈산중학교 터에 호명학교 건립"등을 거론하며 김좌진 생애와 사상에 심취해 있다. 특히 1919년 청산리 전투를 이야기 할 때는 어깨가 들썩인다. 아이들은 "만해 한용운 선생도 우리 동네에서 태어나신 분"이라며 만해 활동상을 주저리주저리 읊조린다.

갈산중학교는 자유학기제 시범학교나 연구학교가 아니다. 2014년부터 '우리만의 자유학기제'를 운영한 '희망학교'다.


8일 갈산중학교 3학년 사회수업시간을 들여다봤다. 책걸상 배치가 특이했다. 칠판을 중심으로 U자형으로 배치했다. 이른바 'U-T수업'이다. 교사는 T자형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학생들을 지도한다. 학생들은 의자를 마주 놓고 토론을 하다가 막히는 듯싶으면 조용히 손을 든다. 최민정 교사가 아이들에게 다가가 개념 설명을 해주니 활짝 웃는다. 조용하면서 알찬 수업이다. 강의식 수업도 아니고, 교사와 학생 간 수직적 관계도 찾아볼 수 없다.

자유학기제 수업을 하느냐는 질문에 전종현 교장은 "자유학기제를 일반 수업과 연계한 '갈산 CLS(Career, Learning, Study)' 수업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CLS는 진로와 배움, 공부를 융합시킨 갈산중학교만의 행복교육 시스템이다. 충남도교육청이 추구하는 미래 핵심역량에 기반한 '충남형 자유학기제'를 일반학기에서 운영하는 셈이다.

중학생 전원으로 구성한 '현악반' 연주. 지난해 12월 홍성의료원에서 '재능기부 사랑나눔 콘서트'를 열어 지역주민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작은 학교라서 더 빛났다 = 갈산중학교는 전교생이 악기를 다룬다. 48명 전원으로 구성한 '현악반' 연주는 수준급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지난해 12월 홍성의료원에서 '재능기부 사랑나눔 콘서트'를 열었다.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체험활동이나 봉사활동도 지역주민들과 함께 한다. 교육과정과 이어지는 다양한 활동은 학교 담장 넘어 주민들을 불러들였다.

교사들과 토론하는 학생들


시골학교지만 미래 진로를 진단하는 진로체험과 각종 동아리 활동으로 기량을 뽐냈다. 사제동행 스포츠동아리활동, 영어캠프, 과천과학관, 명사초청, 잡월드체험, 항공진로체험 등 바쁜 한 한기를 보냈다.

미국 미션중학교와 국제교류 활동보고회, 노인정과 요양원도 방문했다. 유명한 홍성 거북이마을에서 예절교육을 배우고, 현장 역사탐방을 마치고 나만의 역사신문을 만들었다. 지역언론이 주관하는 '나만의 신문만들기' 대회에서 갈산중학생들이 출품한 5개 작품이 최우수상 등 우수작으로 뽑혔다.

홍은표(2학년1반) 양은 "자유학기제 동안 시험은 치르지 않았지만, 공부는 더 많이 한 것 같다"며 "자유학기제 수업과 2학년 교과수업이 자연스럽게 연계돼 불편하거나 큰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비록 학교 규모는 작지만, 자유학기제를 통한 교실수업 변화와 동아리 활동에 학생과 교사 모두 무한 자부심을 느끼는 대목이다.

학생자치회 겸 교장실

교사들의 역량 모아 자유학기제 운영 = 외부 역량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 동력을 충분히 발휘하며 학교변화를 이끌어가는 학교가 있다. 충남 아산시 소재 아산중학교는 교사들의 활발한 활동을 통해 자유학기제 성공적 안착을 추구한다. 이 학교 교사들은 취미나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 교과수업에 접목했다.

채희승 교사는 '자동차 연구반'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자동차 세계로 안내했다. 자신이 워낙 자동차에 조예가 깊다보니 튜닝은 물론 엔진 제작까지 가능하다. 전근식(3학년) 학생은 "자동차를 고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고 성취감을 느꼈어요" 전 군은 이 동아리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차 정비 분야로 진로를 결정했다.

아산중학교 소년합창단은 벌써 전국 유명세를 타고 있다.

신문만들기


아산중은 충남에서 유일하게 보이 소프라노 합창단인 '아산중학교 소년합창단'을 운영하고 있다. 안상묵 자유학기제 담당교사는 "일반합창단과 달라 교사가 전근해버리면 유지하기 어려운 분야다. 교사들이 한 학교에서 오래 근무하는 장점이 합창단 운영에 큰 도움이 됐다"며 "이 합창단을 통해 지역과 소통하는 자유학기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여수세계합창대회 본선과 각종 전국대회에 나가 기량을 뽐냈다. 최근 '위안부 평화나눔 국제공모전'에 나가 초·중·고·대학 통합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지역 지적장애인합창단인 '아장아장합창단'에게 멘토 역할을 하고 있어 지역주민들에게 박수를 받고 있다. 합창단원들은 장애인과 함께 앉아 악보를 짚어주고 귀에다 노래를 불러준다. 융합교실수업도 학생들에게 인기다. 영어 교과에 스포츠를 접목시켜 원어민과 함께 미식축구를 하거나, 사진을 이용해 영어로 만화를 제작했다. 팝송을 영상으로 제작해 조별 발표를 하는 등 학생들의 흥미를 끌어냈다.

김환식 부감 특강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우리만의 자유학기제' = 충남도교육청은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자유학기제 개념을 초중고로 넓혔다. 진로교육의 경우 이벤트성 체험 활동보다, 자아에 대한 인식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초등학교는 진로인식, 중학교는 진로탐색, 고교는 진로준비 과정이다.

이를 통해 삶과 직업, 자율적 자기개발 의지, 변화하는 직업세계 이해, 진로계획, 진학과 진로, 행복한 직업생활 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목표를 설정했다.

요리수업


이날 갈산중학교를 찾은 충남도교육청 김환식 부교육감은 "충남도교육청이 '우리만의 자유학기제'를 추진하는 것은 자유학기제가 단순히 이벤트나 정권이 바뀌면 사라질 교육정책이 아닌, 학생과 교사가 중심이 되는 진정한 교육정책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성적중심이 아닌 창의성, 문제해결능력, 대인관계 능력, 인성교육, 정보처리능력 등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교실수업 개선 중심으로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유학기제를 총괄 운영하는 장지혜 교사는 "자유학기제를 겪으면서 '나눔과 배려' '창의적 사고와 문제해결'이 크게 향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어과목을 담당하는 신동원 교무부장은 "우리학교 아이들은 모두 시인이다. 아이들이 쓴 시를 모아 '참인성 친구사랑 시모음집'을 발간했다"며 학생이 쓴 시를 소개했다.

갈산중학교는 = 충남 홍성군 갈산면에 위치한 갈산중학교는 1952년 2월에 문을 열었다. 현재 중학교 전체 학생이 48명인 작은 학교다. 지역 주민들이 쌀 1600가마를 모아 안동김씨 99칸짜리 건물을 매입해 현재 터에 학교를 세웠다. 학교터는 1907년 백야 김좌진 장군이 호명학교를 설립한 곳이다. 홍성 지역은 만해 한용운 선생 등 수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배출해, 학생과 주민들 모두 자부심이 크다. 일상 활동에서 '문무(文武) 사랑' 교육이 가능하도록 학교를 꾸몄다. 만해정원, 백야정원 등 한국 호국 올레길을 조성했다. 교장실은 '학생자치회의실'로 사용하며 항상 열려있다.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면서 학교폭력 자치위원회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자유학기제나 학교운영에 관한 문의는 041-634-5308로 하면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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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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