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불신·공포' 정부가 키운다

2016-07-14 11:04:18 게재

국방장관 안보실장 총리 모두 엇박자 … 유해성, 수도권 공백 등 논란 여전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가 13일 경북 성주로 공식화됐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수도권 방위 공백, 비용부담 등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책결정자들이 쏟아낸 무책임한 발언이 국민의 불신과 공포감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사드를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보검처럼 언급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1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사드로) 북한이 보유한 스커드와 노동, 무수단 미사일을 다 요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전날 북한이 실험했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동해안 동북방에서 한반도를 향해 날아와도 요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가 성주로 결정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물론이고, 평택조차 방어하지 못하는 공백이 있다는 지적(내일신문 7월 13일자 참조)이 잇따르자 국방부는 새로운 논리를 내세웠다.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사드 체계를 운용하게 되면 국토의 1/2~2/3 지역의 안전을 지킬 것"이라면서도 "수도권 방어에 최적합한 요격 체계는 사드보다는 패트리어트"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날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사드 포대가)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겠느냐"며 국방부 관계자들과는 전혀 다른 발언을 했다. 그동안 사드포대 추가배치 가능성에 대해 국방부는 "전혀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반복해왔는데 이를 총리가 뒤집은 셈이다.

유해성 논란도 다르지 않다. 정부당국에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변하지만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국방장관은 성주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자파 위험이 있는지 없는지 제 몸으로 직접 시험하겠다"고 했다. 정확한 검증이나 자료제시가 아니라 감정적이고 즉자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사드로 핵미사일을 공중에서 격추했을 때 방사능 피해가 없느냐'는 지적에 대해 "지상 40~150km에서 격추하면 방사능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라고 답변한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 실장은 또 성주 배치에 대해 "지난달 30일 보고를 받았다"고 말해, "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결정했다"는 국방장관의 주장에 또 다른 의문을 보탰다. 이처럼 정책결정단위에서 혼선을 거듭하면서 전국은 사드배치설로 들끓었고, 국민 불안감도 극도로 높아졌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이에 대해 "전국을 후보지로 만들어 온 국민이 다 들고 일어나게 만들었고, 청와대가 주도하면서 외교 국방 통일부가 혼선을 빚은 듯하다"면서 "마치 미국이 제기한 사드라는 좀비에 물려 갈팡질팡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얼마나 유해하고, 돈은 추가로 얼마나 들어갈지, 작전명령권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물어볼 때마다 답변이 다르다"면서 "결국 사드가 뭔지 제대로 모른 상태에서 배치를 결정했고 나머지는 미국이 다 알아서 하는 형국이 됐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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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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