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자유학기제를 찾아서│경북 상주여자중학교

"진로탐색 참 의미, 전통시장 상인들한테서 배워"

2016-08-25 10:59:31 게재

'글과 그림 영상이 만난 시장사람들' 예술융합교육 성과

지역사회 연계한 자유학기 수업 모델 제시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자유학기제를 통한 교육 변화를 꾀하고 있다. 관련법을 제정하고 진로교육, 체험처 확보, 학부모 대상 설명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 성공 여부는 교육주체인 교사와 학생들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선학교 교장, 교사들이 어떻게 준비해서 운영하는가에 성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유학기제 성공신화를 창조한 교사들이 전하는 "선생님, 자유학기제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를 기획 연재한다. <편집자 주>

"평소 대형마트는 자주 다녔지만, 전통시장은 갈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자유학기제 덕분에 전통시장에 대한 선입견이 바뀌고 정겹고 인심 넘치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전통시장에서 인터뷰하는 상주여중 학생들. 전호성 기자


장다은(상주여중 2학년) 양은 지난해 자유학기제 동안 가장 인상적인 수업으로 '글과 그림 영상이 만난 시장사람들'을 꼽았다. 장양은 "전통시장에서 많은 어르신들의 삶을 살펴보고,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서 선조 지혜 배우며 진로 체험 = 경북 상주여자중학교는 1~3학년이 15개 학급에 불과한 소규모 공립학교다. 따라서 대도시 중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로체험 기회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주여중은 '교과교실제'로 교과 특성에 맞는 최적의 학습 환경을 갖춰나갔다. 학생 눈높이에 맞춰 수준별 이동 수업을 펼치는가 하면, 지역사회와 연계한 봉사활동과 다양한 창의적 체험활동을 꾸려나갔다.


무엇보다 지방 소도시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자유학기제에 접목시켰다. 지역 사회와 함께 마련한 예술융합 교육프로그램인 '글과 그림 영상이 만난 시장사람들'은 상주여중 명물로 자리 잡았다. 이 교과수업은 교육부가 마련한 '제1회 자유학기 실천사례 연구대회' 자유학기활동 분과에서 입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글과 그림 영상이 만난 시장사람들'은 상주여중 미술담당인 이경재 미술교사가 만든 교과 융합수업이다. 학생들이 전통시장에서 만난 다양한 직업과 삶의 현장을 진로 탐색과 연계시켰다. 학생들은 모둠별로 전통시장의 가게를 찾아 상인들을 인터뷰했다. 학생들이 취합한 자료를 토대로 다양한 예술작품을 완성했다.

상주는 예로부터 낙동강을 따라 포구가 발달했다. 이를 따라 시장이 형성됐고 상주는 경상도 지역 경제의 중심권이자 수륙교통의 요충지로 통했다. 삼한시대 축조한 '공갈 못'은 상주역사를 나타내는 지표가 됐다.


이경재 교사는 "전통시장인 상주중앙시장은 학교에서 5분 거리로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좋은 여건"이라며 "다양한 진로와 직업을 탐색하는데 전통시장 만한 공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좌충우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학생들이 전통시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프로그램 성공을 위해 사전답사부터 인터뷰 활동 마무리까지 꼬박 두 달이 걸렸다. 상주문화원과 향토사학자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전통시장에 관한 기초자료를 구했다. 상주시청 공무원과 시장 상인회, 담당 교사가 한자리에 모여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할지 지혜를 모은 결과는 예상보다 더 큰 성과를 거뒀다.

전통시장을 접목한 자유학기 프로그램에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수업에 참여한 최한별( 상주여중 2학년) 양은 "처음엔 시장 사람들과 말하는 게 두려워 어색했지만, 마치고 나니 '별게 아니네'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직접 동영상을 찍고 녹음하면서 마치 내가 기자가 된 것 같아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상주여중의 '글과 그림 영상이 만난 시장사람들'의 핵심은 인터뷰 자료를 모으고 공유하는 활동을 통해 협력과 공동체 정신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전통시장과 관계를 형성하며 다양한 직업 세계와 진로 탐색의 기회를 갖는다. 모둠끼리 서로 협력하는 인터뷰 과정은 소중한 친구의 의미, 배려와 나눔을 인식하는 교육활동으로 이어졌다.

상주여중 학생들이 그린 시장 상인들의 캐리커쳐

학교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고 시장 취재활동 사진이나 인터뷰 글, 활동지를 공유하도록 하는 한편 다양한 정보 제공으로 학생들의 활동을 독려했다. 이 교사는 "직업과 진로, 지역 문화를 탐색 뿐 아니라, 상대에 대한 예의와 배려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교육 내용을 배울 수 있다"며 "학생들에게는 생소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는 수업이지만 시장 상인들과 대화 과정에서 자료를 확보하고, 그 자료를 인터넷 카페에 올려 소통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상인들과 만남, 화려한 작품전시회로 변신 = '글과 그림 영상이 만난 시장사람들' 프로그램은 마무리 단계에서 작품 전시회로 변신했다.

수업 막바지, 상주여중 컴퓨터실은 학생들이 인터뷰 한 글과 사진, 동영상자료를 그래픽 작업으로 합성하는 작업실로 탈바꿈했다. 미술실에서는 시장 상인들의 인물 캐리커처와 캐릭터를 그렸다. 이 과정에서 나만의 예술작품을 만들며 자신의 진로를 찾은 학생도 있다. 김민혜(상주여중 2학년)양은 "내가 직접 찍은 찐빵만두가게 아저씨와 아줌마의 사진을 합성해 포스터를 만들면서 포토샵과 캐리커처를 처음 접했는데, 포토샵은 나에겐 '신세계'였다"면서 "이번 수업이 2학기 미술활동에 도움이 많이 됐고, 포토샵 디자인이라는 직종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상주여중 학생들이 완성한 전통시장 홍보 포스터

전시회에는 영상작품 3점, 캐리커처 14점, 시화 8점, 광고포스터 40여 점, 대형 출력 포스터 2점 등 학생들이 정성을 쏟아 부은 작품이 진열대에 올랐다. 학교와 전통시장, 지자체가 함께 완성한 전시회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했다. 전시회는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인들에게 위안과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운섭 상주여중 교장은 "전통시장과 관련된 수업모델이 자유학기제 활동을 풍성하게 만들어가는 것뿐 아니라, 우리 지역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 지자체와 지역 기업 및 단체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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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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