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자유학기제를 찾아서│서울 당산중학교

"멍석 깔렸는데 마음껏 날개를 펼쳐야죠"

2016-08-29 11:03:56 게재

자유학기제 초점은 수업개선 … 집중학년제로 효과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자유학기제를 통한 교육변화를 꾀하고 있다. 관련법을 제정하고 진로교육, 체험처 확보, 학부모 대상 설명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 성공 여부는 교육주체인 교사와 학생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선학교 교장, 교사들이 어떻게 준비해서 운영하는가에 승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유학기제 성공신화를 창조한 교사들이 전하는 "선생님, 자유학기제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를 기획 연재한다. <편집자 주>

"교칙을 어기는 것은 옳지 않다. 비타스틱 흡입은 교칙을 어기는 것이다. 비타스틱 흡입은 옳지 않다." 지난 22일 서울 당산중학교 1학년 1반 3교시 도덕 수업시간. 이 학교 정선순 교사가 삼단논법에 대해 설명하면서 최근 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피우는 비타민'인 비타스틱을 사례로 들었다. 비타스틱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과 비슷해 대다수 학교에서 금지하고 있는 상황. 아이들의 관심사를 반영해 사례로 만든 선생님의 센스가 돋보였다.

도덕 교과 시간에 토론 수업을 진행한 1학년 1반 학생들. 사진 홍혜경 리포터


"얘들아, 'A=B다. C=A다. 그러므로 C=B다' 라는 것이 규칙이야. 예를 하나 더 들어 볼까?

정 교사가 같은 반 학생인 현채를 비타스틱 흡입 학생으로 가정했다.

"비타스틱 흡입은 옳지 않다. 현채는 비타스틱을 흡입했다. 그러므로 결론은 현채는 옳지 않다. 이렇게 만들 수 있죠? 단이 몇 개에요?" "세 개요."

"네. 그래서 삼단이에요. 지금부터는 영화에서 삼단논법을 찾아볼거에요." 아이들은 선생님 설명이 명쾌하고 재미있다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교실 전면에 마련된 영사막에 아이들의 시선이 꽂힌다. 교사가 수업을 위해 마련한 영상은 다름 아닌 토론의 진수를 보여준 영화<그레이트 디베이터스>의 일부 장면.

정 교사는 "토론은 찬성과 반대의 입장으로 명확히 나뉘는 주제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근거와 함께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토론의 방법이나 중요성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영화'라는 학습 자료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사는 자유학기제 실시로 교과진도나 내용에 구애받지 않고 수업 내용을 다양하게 재구성할 기회가 많아지자 교실수업 개선 기회로 삼았다. 가장 먼저 토론수업에 맞춰 교과서를 재구성했다. 학생들은 수업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교실수업 개선으로 학생들은 서서히 교실의 주인으로 자리 잡아 갔다.

미래 레고 교사가 되는 게 꿈인 유일한(1학년1반)군은 "자유학기제 수업은 일단 재미있어요. 토론 수업 때문인지 논리력도 늘었어요. 제가 생각하고 준비한 것을 발표할 때면 설레고 기분이 좋아져요"라며 웃었다. 기존의 일방적이고 주입식 수업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모습이다.

"톨슨 교수가 사만다와의 논쟁 중에 '너의 삼단논법은 틀렸어'라고 말하는 장면 기억나나요? 사만다의 얘기에서 삼단논법을 만들어 보세요. 모둠에서 서로 상의해서 결론을 화이트보드에 적어 볼까요." 친구들과 의논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제법 진지하다. 학생들은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문장을 완성해 나갔다.

김보민(1학년1반)양은 "도덕 과목은 좀 지루하잖아요. 근데 친구들과 어울려서 주제 찾기를 하다보면 수업시간이 금방 지나가요. 모둠활동을 할 때는 협동심도 생기는 것 같아 즐겁고요 "라고 말했다.

당산중학교 학생들이 싱가폴을 방문해 국제교류에 참여하고 있다.사진 당산중학교 제공


교사 역량이 교실수업 변화 이끌어 = 서울 당산중학교는 전형적인 대도시 중산층 자녀들로 구성된 모습을 갖췄다.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로 자녀들은 공부 부담도 적지 않지만,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욕구도 큰 편이다.

정명희 교무기획부장은 "자유학기제 시작 전부터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를 운영해, 진로 탐색은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익숙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자유학기제 성공적 정착을 위해 교수·학습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시험은 학생들에게만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교과서 내용을 전달하기에 바빴던 교사들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교과 진도에 맞춰 수업을 하고 시험 문제를 출제할 때는, 아이들이 필요한 배움을 주지 못했다.

자유학기제 핵심은 교실 수업 개선에 있다. 수업과 교과활동이 학생 중심으로 되려면, 교사가 다양한 학습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화이트보드, 영상보여주기, 낱말 카드를 갖고 스토리텔링 해보기 등 학습 자료는 매번 달라진다. 교사가 고민하고 고생한 만큼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반응은 달랐다. 학부모 김윤희 (42) 씨는 "수업의 변화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수행평가는 확실히 교과간 융합에 대한 것들이 많아졌다. 일단 아이가 학교생활을 즐거워하고 친구관계가 좋아져 자유학기제를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음악·스포츠 분야로 자유학기 활동 확대 = 자유학기제는 1학기에 주당 10시간을 진로탐색, 주제선택, 예술·체육, 동아리활동을 편성하여 운영하도록 설계했다. 당산중학교는 지역 사회와 연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오케스트라와 연계한 음악 활동과, 스포츠클럽 연계 체육활동, 국제교류 활동 등이 대표적인 자유학기 활동으로 꼽힌다.

세 반 75명이 모여 첼로, 플릇, 바이올린, 우쿨렐레, 등 악기별로 모여 오케스트라 연계 음악활동을 한다. 악기와 강사는 학교에서 제공했다. 교육부가 지원한 예술교육사업 예산 덕분이다. 1학년 때 배운 연주 실력은 자유학기 프로그램과 연계해 2학년 때도 오케스트라활동으로 이어졌다. 무대에 한 번도 서보지 못했던 아이들은 1년에 두 번이나 오케스트라 단원 자격으로 발표회를 열었다. 오케스트라 연주회 활동은 근처 종합노인복지회관에 재능기부 봉사활동으로 연결했다. 자유학기제가 아니면 감히 상상도 못할 학교생활이다.

스포츠클럽과 연계한 체육 활동도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클라이밍을 비롯해 풋살 농구 야구 탁구 넷볼 댄스 헬스트레이닝 반으로 편성했다.

올해로 3년째 자유학기제를 운영한 결과, 큰 차질이나 오류 없이 크고 작은 성과로 나타났다. 정명희 교무기획부장은 "지역 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 덕분에 예산 절감효과가 생겨 학급수보다 많은 프로그램을 개설해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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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홍혜경 리포터 hkh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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