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자유학기제를 찾아서 충북 음성여자중학교

"신나게 춤추면서 꿈과 끼 발산시켜요"

2016-09-06 10:56:57 게재

예술·체육활동으로 나눔과 배려 배워

K-POP 댄스수업, 교과과정과 융합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자유학기제를 통한 교육변화를 꾀하고 있다. 관련법을 제정하고 진로교육, 체험처 확보, 학부모 대상 설명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 성공 여부는 교육주체인 교사와 학생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선학교 교장, 교사들이 어떻게 준비해서 운영하는가에 승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유학기제 성공신화를 창조한 교사들이 전하는 "선생님, 자유학기제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를 기획 연재한다.<편집자 주>

"알 수 있었어. 널 본 순간 뭔가 특별하다는 걸/ 눈빛만으로도 느껴지니까. 마음이 움직이는 걸/ 나비처럼 날아 나나나 나빌레라/ 바람아 바람아 불어라"

지난 8월 31일 오후 충북 음성여자중학교 강당. 인기 걸그룹 '여자친구'의 신곡 <너 그리고 나>의 흥겨운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진짜 나비가 된 것처럼 손끝을 모아 교차시킨 다음, 가슴 앞으로 가져오세요."

"시선은 당당하게 앞쪽을 바라보고, 진짜 무대 위에서 걸 그룹이 춤추는 것처럼…. 그렇지, 좋아요."

음성여중 1학년 자유학기 학교스포츠 수업 시간. 즐거운 K-POP 댄스수업으로 꿈과 끼 찾는다.


K-POP 댄스수업으로 꿈과 끼 찾아 = 교사 지도에 따라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확인하는 아이들 표정이 진지하다. 이 수업은 음성여자중학교 1학년 4반 아이들이 예술체육 활동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학교스포츠다. 5,6교시 2시간을 묶어 블록타임으로 진행해 학생들의 흥미와 집중을 높였다.

충북 음성여자중학교(교장 정우정)는 1~3학년이 12개 학급인 시골학교다. 대도시 중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접할 기회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K-POP 댄스수업은 이 학교 오예인 교사가 자유학기제 학교 스포츠를 '춤'이라는 주제로 접할 수 있게 고안한 프로그램이다. 지루한 발레나 포크댄스를 배우는 게 아니다. 요즘 뜨고 있는 걸그룹이나 아이돌의 K-POP에 맞춰 안무를 익힌다. 최신 인기 가요와 춤에 열광하는 여학생들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해 맞춤형으로 진행한 것이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영서(음성여중 1학년)양은 "학교에서 걸 그룹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게 정말 즐겁다"며 "아이돌 문화를 사랑하는 우리 마음을 선생님들이 알아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이 수업은 '작은 움직임의 협동학습을 적용한 체계적 동아리 활동이 학생들의 꿈과 끼에 미치는 나비효과'라는 주제로 '제1회 자유학기 실천사례 연구대회' 자유학기활동 분과에서 입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오예인 교사는 "춤과 노래에 재능 있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며 "내재된 열정을 표출하는데 보수적이던 아이들이 수업시간을 통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처음에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하는 댄스 동아리로 출발했다. 오 교사는 "3년 전 발령을 받아 음성여중에 왔을 때 춤을 좋아하는 학생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하지만 지역적 제한 때문에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을 체험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활발한 취미 특기활동에 목말라 했다"고 설명했다.

대학 시절 매료된 '스트릿 댄스'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열망이 싹튼 것도 이 때문이다. 팀원들과 함께 춤을 추며 호흡을 맞추고 열정을 쏟았던 자신의 경험을 학생들에게도 느끼게 하고 싶었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하는 사제 댄스동아리 디너스(D.N.U.S)를 결성해 활동하다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자유학기제 학교스포츠 수업으로 자리 잡았다.

5월 'MBC 사제동행 사랑의 콘서트'에 출연한 음성여중 학생들.


배려와 나눔, 문화예술 체험 기회 넓혀 = 음성여중 자유학기 학교스포츠수업은 학생들의 정서적 지원 뿐 아니라, 교육적 측면에서도 큰 효과를 얻고 있다. 오 교사는 S(Sharing 공유하기), U(Understanding 이해하기), P(Performing 공연하기), E(Event 행사 참여하기), R(Reaction & Reward 피드백하기)의 'SUPER 실천 전략 및 협동학습'으로 이름 붙였다.

학생들은 협동학습을 적용한 댄스수업을 통해 배려와 나눔을 익힐 수 있다. 예술적 감성과 함께 인성과 품성을 함양하는 교육활동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특히 단순히 안무를 따라하는 모방보다는 각자의 개성과 창의성을 살려 수업에 임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오 교사는 "문화 예술 체험의 기회가 부족한 지방의 학생들에게 요즘 인기 있는 K-POP과 POP, 아이돌 문화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며 "수업을 통해 학교 안에서 자신의 꿈과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더불어 진로교육의 융합을 도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수업과정에서 자기에게 숨은 끼를 발견해 진로를 찾은 학생도 있다. 음성여중 3학년 유채빈 학생은 "유치원 때부터 춤추는 걸 좋아했는데, 자유학기제 학교 스포츠 시간에 춤을 배우면서 구체적으로 춤과 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며 "전문 댄서가 되려면 어떤 공부가 필요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양한 공연 기회를 통해 학생들의 자존감, 자신감도 향상됐다. 입학식이나 졸업식, 개교기념일, 스승의 날 기념 축하 공연을 비롯해 수학여행과 체험학습, 학교 축제, 체육대회 등 기회가 될 때마다 무대에 올라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냈다.

충북 음성여중은 자유학기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말 '준법우수학교'에 선정되고, 오예인 교사가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받아 겹경사를 맞았다. 오 교사는 음성여중의 '2015 꿈·끼·행복 Up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생들을 위한 교양과 동아리 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해 행복한 학교 문화를 조성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문화·예술 체험 동아리 활동인 '힙합 댄스반' 수업은 지난해 10월 청소년 문화 한마당 큰잔치 댄스 부문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음성여중은 법무부의 법사랑 학교와 학생자치 법정학교로 선정돼, 학생 스스로 규범을 준수하는 건전한 문화의 장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성광 음성여중 교감은 "자유학기제 문화예술 수업을 학교에서 운영하는데 그치지 않고, '학교-지역사회-가정'의 긍정적인 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자유학기제를 통해 인성과 감성, 품성을 함께 성장시키는 인재를 키우고, 행복하고 즐거운 학교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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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